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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는 다 때가 있다. ‘장자’ 에 나오는 ‘학철부어(涸轍鮒魚)’ 얘기를 보자. 장자가 위나라 군주 감하후를 찾아가 돈을 좀 빌려달라고 했다. 감하후는 세금이 걷히면 삼백 금 정도를 줄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장자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오는 길에 수레바퀴로 패인 웅덩이에서 붕어 한 마리를 만났지요. 그 붕어는 자신이 동해의 수관(水官)인데 ‘웅덩이 물이 말라 죽을 지경이니 물 한 되만 구해 부어달라’고 애걸합디다. 나는 대답했죠. ‘지금 오나라와 월나라 왕을 만나러 가는 길인데 돌아오는 길에 서강의 물줄기를 끌어다 너에게 대 주마’라고 했더니 그 붕어가 성을 내며 말하더군요. ‘나는 지금 목을 축일 물 한 되만 있으면 살아날 텐데 나중에 많은 물이 무슨 소용이란 말이오!’”
지금은 ‘팍스테크니카(Paxtechnica)’ 시대다. 과학기술을 지닌 나라가 패권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세상은 ‘인공지능(AI) 시대’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경고가 실감 난다. 이 대통령은 2025년 11월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AI 시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예산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며 강조했다.
“산업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달이 뒤처지고, 정보화 시대엔 하루가 늦으면 1년이 뒤처졌지만, AI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지게 된다.”
세상사 다 타이밍이 있다. 우리나라의 AI 빅3 선진국 진입도 지식기반 산업 시대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때만이 가능하다. 농경시대의 논밭 수천 마지기보다 최첨단 기술이 더 많은 재화를 가져다주는 세상인 것이다. 정도전의 ‘삼봉집(三峰集)’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암석이 여기 있다손 치더라도 만약 돌을 다스리는 석공이 없으면 어떻게 비갈(碑碣)을 세우고, 어떻게 섬돌과 주춧돌을 쌓겠으며, 나무가 저기에 있더라도 만약 목공이 없으면 어떻게 집을 짓고 선박이나 수레를 만들 수 있겠는가.”
이처럼 기술은 고금동서를 초월해 인간 문명 건설에 필수 요소다. 기술은 인간의 머릿속 생각을 현실 세계에서 펼치도록 하는 유효한 도구요 수단인 것이다. 생각과 기술은 인류 문화를 이끌어가는 수레의 두 바퀴 같다고 하겠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이와는 동떨어진 감이 없지 않다. 아직도 이공계 부문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홀대하기 일쑤다.
전문성 있는 이공계 과학기술인을 예우해야 한다. 일반 행정직의 상식적 수준으로는 첨단시대를 선도할 수 없다. 중국 남북조시대 안자추가 자손을 위해 저술한 교훈서 ‘안씨가훈(顔氏家訓)’은 날다람쥐의 다섯 가지 능력으로는 1등이 될 수 없다고 가르치고 있다. “날 수는 있지만 지붕은 못 넘고, 나무를 올라가도 타고 넘지는 못하며, 수영은 해도 골짜기는 못 건너고, 굴을 파지만 제 몸은 못 감추며, 달릴 수 있어도 사람을 앞지를 수 없다.”
그렇다. 최첨단 과학 기술자들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선도할 정도로 해야만 기업도 국가도 생존·발전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젊은 최고의 과학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우리 과학계에 아픈 충고가 있다. 한국은 교수들이 연구비를 따기 위해 제안서 작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고 연구비에서 지출해야 할 간접비도 많아 정작 연구에 쓸 돈은 제한적이기에 대학원생들의 처우를 개선해줄 수 없는 상황이다. 스위스 등은 대학원생이나 박사후연구원 급여도 우리보다 약 3.5배 높다 보니 장기적인 관점에서 혁신적인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과학기술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한 ‘과학기술 인재 육성 방안’의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는 국내 연구자가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세계적 성과를 낸 과학자를 ‘국가과학자’로 예우하고 2030년까지 해외 우수 연구자 2000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과 기술 패권 경쟁, 글로벌 공급사슬 붕괴가 맞물린 격동기에 첨단 과학기술과 산업·경제가 어우러져 세계를 이끄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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