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스카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주사 이모’ 시장의 정확한 규모는 국가 통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지만, 관련 적발 기록을 통해 볼 때 최소 수백억 원 이상으로 추산되며 한국 의료 시장의 암적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 시장은 병원·약국의 정당한 유통망에서 이탈한 전문의약품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과거 적발 사례를 보면, 2023년 한 조직이 2017년부터 6년간 208개 품목, 25만 개의 전문·일반의약품을 불법 유통해 16억 원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2023년부터 올해 7월까지 최근 2년간 의약품 공급 내역을 조작하거나 누락하는 등 약사법 위반 규모가 3,6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는 전문의약품이 공식 유통망 밖으로 대규모 이탈해 음지에서 지속적으로 거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취재 중 만난 한 제약전문가에 따르면 무면허 시술자들이 사용하는 약물은 단순한 영양제가 아니다. △리도카인 △프릴로카인 △에피네프린 같은 전문 마취제는 물론, △스테로이드 △항암제까지 포함된다. 심지어 대리 처방이 금지된 향정신성 의약품인 클로나제팜과 트라조돈 같은 전문의약품까지 유통된다.
전문가 A씨는 “의사는 처방에 극도로 신중해야 하는 약물들인데, 이런 약들이 오피스텔·차량·가정집 같은 ‘비의료 환경’에서 무방비하게 주사기로 흘러 들어간다”며 “약제는 도매상이나 제약사에서의 불법 유출, 허위 면장을 통한 수출용 의약품의 국내 역유통, 중국산 가품 밀반입 등 복잡하고 은밀한 경로를 통해 무면허 시술자에게 전달된다”고 말했다. 실제 밀수된 마취제 중 에피네프린이 허용 기준치의 20~100배 검출된 사례도 보고된 바 있어, 전문가가 아닌 ‘이모’ 손에 들어가는 순간 치명적 사고로 직결될 수 있는 위험이 내재돼 있다.
불법 시술이 만연하는 배경에는 공급 구조만큼이나 소비자의 심리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굳이 주사이모를 찾는 원인에는 가격 심리가 작용한다. 정식 병원 시술 가격의 1/3 수준이라는 강력한 경제적 유혹은 미용 욕구와 비용 부담 사이에서 위험한 타협을 만들어낸다. 친밀감과 착시(탈(脫)병원화)다. 병원의 냉정한 환경 대신, 주사 이모는 “언니, 나도 맞아”라는 친밀한 호칭과 일상적 공간에서의 시술로 불안을 누그러뜨리며, 불법임에도 ‘덜 위험하다’는 심리적 마취 효과를 유도한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익명성의 욕망도 있다. 미용 시술 기록이 가족·직장·보험사에 남는 것을 꺼리는 이들에게 불법 시술은 ‘흔적 제로’라는 달콤한 약속을 제공한다. SNS 기반의 집단 정당화다. 인스타그램 후기, 카카오톡 단톡방 추천 등은 불법 시술을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처럼 포장하며 “다들 하니까 괜찮다”는 심리를 만들어낸다. 이는 불법 의료에 대한 경계심을 빠르게 무너뜨린다.
통제 불능의 무면허 시술 환경…피부 괴사에서 실명까지
무면허 시술은 △응급 장비 △감염 대비 △전문가의 진단이 부재한 환경에서 이루어진다. 의료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부작용은 피부 괴사다. 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필러 주입 시 혈관 폐색은 흔한 합병증이지만, 비전문가는 이를 진단하거나 응급처치할 능력이 없어 조직 괴사로 이어지고 흉터는 영구적으로 남는다.실명·심각한 합병증도 발생할 수 있다. 안면부 필러가 잘못 주입되면 뇌혈관과 이어져 돌이킬 수 없는 시력 상실을 초래한다. 마취제 과다 투여나 알레르기 반응은 쇼크·심정지·심부전을 유발한다”고 경고햇다.
실제 국내 의료학회에도 필러 시술 후 혈관 폐색으로 여성이 사망한 사례가 보고돼 있다. 합법 의료 환경에서도 가능한 리스크가 음지에서는 사실상 통제 장치 없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허위 이력과 조직화된 네트워크…‘주사 이모’ 시장의 민낯
이번 박나래 의혹을 통해 드러난 ‘주사 이모’ B씨의 행태는 무면허 시술 시장이 고도화되고 조직화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B씨는 자신을 ‘해외 병원 센터장’, ‘내몽고 포강의과대학 교수’라고 소개했으나, ‘포강의과대학’은 존재하지 않는 유령 의대로 확인됐다. B씨는 대한민국 의사 면허 또한 소지하지 않았다. 사실상 무면허 의료 행위를 감추기 위한 기만 전략인 셈이다.
임현택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SNS에서 △의사면허번호 △의료기관 개설 여부 △출신 의과대학 △수련 여부 △미국 의사 자격 여부를 공개 질문하며 “아시는 의사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수사를 통해 무면허 시술자들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제자를 양성하는 프랜차이즈형 확산 구조도 드러났다. 한 전문의는 “병원에서 대량의 가짜 처방전을 찍어내고 약을 건네지 않는 한, 주사 이모는 성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향정신성 약물 ‘클로나제팜’을 “처방전 모아서 확보했다”는 대화가 포착돼, 단순 시술자를 넘어 전문의약품 불법 유통의 한 축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들은 “의사 지시를 받고 왕진 간다”는 식으로 방문진료 형태를 위장하고, SNS를 통해 고객을 모집하며, 오피스텔·차량 등 장소를 수시로 바꿔 단속을 회피한다. 전문의는 “의사 지휘 아래 방문 진료는 가능하며 현재에도 전문 간호사 의사와 함께 방문 진료를 하고 있으나, 처방·진단 없이 시술하면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주사 이모’는 엄연한 중범죄…의료법·약사법 모두 위반
무면허 의료 행위는 의료법 위반으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영리 목적이나 상습적일 경우 보건범죄단속법이 적용되어 가중 처벌된다.
전문의약품의 불법 유통은 약사법 위반으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이며, 이득액이 클 경우 최대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 이득액의 2~5배 벌금형이 병과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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