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沖繩)현 나하(那覇)시 대표 관광지 슈리성(首里城)에서 화재가 발생해 중심 건물인 정전(正殿)을 포함한 주요 건물 7채가 전소했다. 슈리성은 과거 류큐(琉球) 왕국(1429~1879년)의 상징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있으며 일본의 국보다.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31일 새벽 2시 40분경 슈리성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119 신고가 들어왔다.
오키나와 소방당국은 신고를 접수하고 소방차 30대가 출동해 진화작업에 나섰지만 슈리성의 중심 건물인 1199㎡ 크기의 정전 외에 북전(北殿)과 남전(南殿) 등 성내의 건물 7채, 약 4800㎡ 규모가 모두 소실됐다. 또한 정전 등에 보관된 상당수의 문화재도 불에 탄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대원 100여명이 화재 발생 후 5시간여 만에 큰 불길을 잡은 뒤 잔불 정리 작업을 계속해 11시간 만에 불은 진압됐다.
이번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진화작업에 나선 소방대원이 탈수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슈리성에서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류큐왕국 시대의 의식을 재현하는 ‘슈리성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경찰은 불이 난 이날 새벽까지 축제 행사를 준비하는 작업이 진행됐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현지 주민들이 슈리성이 불타는 모습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고 절규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슈리성 복원을 담당한 오키나와 현립 박물관의 다나 사네 유키 관장은 “복원의 어려움을 알고 있는 만큼 화재를 믿을 수가 없다”면서 “슈리성 내부 건물들을 복원하기 위해 대만에서 나무를 수입해오는 등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담겨 있는 건물이었다. 지금 상황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통해했다.
슈리성은 오키나와에 있던 옛 독립국인 류큐 왕국 시대의 성채로 약 500년 전에 지어진 류큐 왕국 시대 최대 목조 건축물이다. 14세기 중후반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33년 일본 국보로 지정된 슈리성은 태평양전쟁 당시 미군과 일본군의 지상전이 전개된 오키나와 전투에서 일본 육군 32부대의 총사령부로 쓰이다가 1945년 미군의 공격으로 성벽 및 건물 기초 등의 일부를 제외하고 완전히 파괴됐다. 이후 1992년부터 정전을 시작으로 전체 건물이 차례로 복원됐다.
2000년에는 ‘슈리성 터’가 오키나와현 일대에 있는 류큐 왕국의 다른 유적지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단, 복원된 건물이나 성벽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지 않았다.
슈리성은 오키나와의 유명 관광명소일 뿐만 아니라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성지와도 같은 곳이었다.
다마키 데니(玉城デニ一) 오키나와현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키나와의 상징이 사라졌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하루빨리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기자회견을 열고 “불에 탄 슈리성 재건에 중앙정부가 전력을 기울이겠다”면서 “문화재 방재 시설을 집중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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