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임현범 부장|강주현·이지영·이하은·엄도현 기자]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문화·예술업계가 고사 위기에 놓였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밀집된 곳 방문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각종 공연이나 전시 등 문화·예술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어렵사리 행사를 강행해도 관람객 자체가 없기 때문에 관련업계는 두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코로나가 진정된 후에도 공포감이 사라지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돼 관련업계 종사자들은 생계위기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한국예총)가 발표한 ‘코로나 사태가 예술계 미치는 영향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한 행사 취소는 2500여건에 달한다. 이로 인한 업계 피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523억원을 넘어선다. 지난해에 비해 수입이 줄어든 업계 종사자는 10명 중 9명에 달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수입에 변화가 없거나 감소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주를 이뤄 정부 차원의 대책이 요구된다.
“사람 모이는 곳 가지마세요” 정부 조치에 공연·전시·촬영 등 행사 줄줄이 취소
코로나 사태로 공연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대형 공연장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공연연기 및 취소 행렬은 소규모 공연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소규모 공연장이 밀집한 대학로에서는 일시적으로 공연을 중단한 극장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서울시가 ‘한국소극장협회’에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한 공연장 잠시 멈춤 및 감염예방수칙 엄수 협조요청’ 공문을 발송하면서 어쩔 수 없이 공연을 중단한 소극장은 급격하게 늘었다.
공연 관람객을 상대로 명단 작성, 발열 및 해외방문 여부 확인, 관객 간 2m 거리 유지 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공연장 규모가 작은 경우 지침을 모두 지키면서 공연을 진행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방역지침 조항을 어길 시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고 확진자 발생 시 구상금 청구가 가능해 소극장들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게 됐다.
170개 정도의 소극장들이 가입된 대학로의 ‘소극장협회’ 관계자는 극장들의 70~80% 가량이 공연 중단이나 연기·축소 등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공연을 찾는 발길이 줄어든 상태에서 공연장마저 제한적으로 관객을 받으니 전체 관객 숫자가 이전의 절반 이하로 내려갔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 예방지침을 엄격하게 지키는 것은 소극장으로서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러다 보니 아예 공연장 문을 닫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침을 지키려면 100석 규모의 공연장일 경우 10명 정도의 관객만 입장해야 지킬 수 있다”며 지침을 엄격하게 지키면서 공연을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코로나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인기 K-POP스타들과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연이어 공연과 투어를 연기하고 있다. 일정 자체를 취소하거나 하반기로 연기하는 사례가 늘면서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실적부진과 주가하락 등의 상황에 직면했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없는 중소업체나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외주업체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담당 연예인의 주요 활동무대인 해외 국가에서의 일정이 전부 취소·연기되면서 향후 수입을 가늠하기 어렵게 된 상황이다. 서울 논현동의 한 엔터테인먼트 홍보 외주업체 관계자는 “촬영을 소규모로 진행하거나 홍보를 SNS 활동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 당장 얼마 동안은 버틸 수 있겠지만 수입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공연수입이 증발하면 당장 여름 이후 지금 상황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손실을 메우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콘서트를 진행한다고 들었다”며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BTS마저 코로나 여파로 힘들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했다.
공연뿐 아니라 영화·영상업계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파주에 위치한 한 영상촬영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로 촬영이 취소되거나 소규모로 진행되면서 수입이 크게 줄었다”며 “그나마 미지급된 잔금이 아직 남아있어 몇 달은 버틸 수 있겠지만 상대 업체의 상황이 악화된다면 위기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관객이 없는데 대관료 지원, 관람 할인권 제공이 무슨 의미가 있나”
문화·예술업계가 고사 위기에 놓이면서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지만 이에 대해서도 만들이 많다. 산업활동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라곤 현실과 동떨어진 근시안적인 내용뿐이라는 지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당초 극장 및 공연예술단체에 대한 지원과 대관료 지원, 관람 할인권 제공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긴급생활안정자금’을 통한 예술인 저금리(1.2%) 대출, ‘창작디딤돌’로 창작을 준비하는 예술인 1만2000명에게 1인당 300만원씩 지급 등 매년 있던 예술인 지원 규모를 늘리는 수준의 방안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이러한 방안들은 업계 피해를 상쇄시키기엔 규모가 미미할 뿐만 아니라 공연이나 행사가 멈춘 상황에서 무용지물에 가까운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영화계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지원 대책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영화발전기금 부과금(입장료의 3%) 한시 감면, 상반기 개봉 연기·취소작 마케팅 지원 등의 대책을 내놨는데 이는 붕괴 위기를 맞은 영화계를 살려내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많다.
소극장협회 관계자는 “대관료 지원 대출이나 생계비 지원 등은 지금도 지원되고 있다”면서도 “각 주체나 영역별로 가시적으로 드러나거나 직접적인 피해지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단체별·극장별 영역에 따라 운영비나 별도의 생계비, 활동비 등을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지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국예총 관계자는 “현재 정부의 지원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공연을 못하는데 관람료를 지원해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유료방송 채널을 만들어 주는 등 예술인들의 수입과 직결되는 공연·전시 기회를 마련해 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하은·엄도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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