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형의 서브, 자 B속공인데요 어렵게 볼을 살렸습니다. 전위 블록입니다. 아 저 선수 정말 탄력은 대단합니다.”
코트 위를 내리꽂는 스파이크, 그 스파이크를 넘어오지 못하는 벽을 만드는 블로킹, 상대편의 공격을 잘 받아내는 디그가 있는 배구, 그리고 지금 막 무관중으로 시즌이 시작된 야구나 축구에서 경기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스포츠 아나운서다.
뉴미디어 시장의 활성화로 스포츠아나운서의 활동 영역은 점점 넓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에게 스포츠아나운서의 존재는 필수불가결하다. 스카이데일리는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직종에서 많은 후배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21년 차 스포츠 캐스터 강준형 KBS N 아나운서를 인터뷰했다.
SBS SPORTS에서 야구와 배구 등 여러 종목의 중계를 맡고 있는 이동근 캐스터는 “항상 존경하는 강준형 선배, 제가 아나운서를 준비할 때부터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줘라’ 선배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아나운서
“아나운서를 준비하던 20대 중·후반 시절에 우연히 만난 아나운서 선배님이 있었어요. 지방방송사를 들어가서 처음 방송을 시작했을 때 광주 MBC의 나선희 아나운서를 만나면서 방송 쪽에 본격적인 꿈을 꾸기 시작했었죠. 그 당시에 큰 자질이 있다거나 발전가능성이 보이지 않았을 텐데 많이 부족했던 저를 카페에 불러놓고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 글을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아나운서 준비를 해야 하는지 등 많은 것을 전수해 주셨죠.”
강준형 아나운서는 처음 아나운서를 준비하면서 잊히지 않는 순간들에 대해 회고하며 자신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선배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열정을 다해 후배에게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선배의 모습을 보며 나중에 아나운서가 되면 같은 꿈을 꾸고 있는 후배들에게 뭔가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선배로부터 ‘거저 받았으니 거저 줘라’라는 말을 듣고 저도 후배에게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예전에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어요. 어려서부터 가르치는 것 자체가 낯설지 않았고 누구에게 무언가를 가르침을 주는 것에 익숙했던 것 같아요. 특히 교육 쪽에 관심이 있어서 아나운서 팀장이 됐을 때 소위 여자 아나운서, 여자 스포츠아나운서라고 하는 새로운 장르가 막 각광을 받고 개척되던 시절이어서 후배 교육에 많이 신경을 썼죠.”
강 아나운서는 후배 교육에 힘쓰던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은 10년차가 넘는 후배 아나운서들이 중견 아나운서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후배들이 언론 매체와 인터뷰를 할 때 좋은 선배로서 강 아나운서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서 흐뭇하면서도 감사한 일이라고 밝혔다.
스포츠 중계에 대한 다양한 니즈 반영하는 캐스터 되고파
방송시장은 TV에서 유튜브, 넷플릭스 플랫폼 등으로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강 아나운서도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는 현재 KBS N 아나운서실에서 자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알래스카를 통해 방송의 기본기인 발성 연습법 등을 전달하고 있다.
“스포츠 중계라는 건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에게 스포츠가 갖고 있는 본래 재미를 살려주고 역동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지 고민이 따르는 일이지요. 현장에 없어도 중계를 통해 엉덩이가 들썩거리면서 스포츠를 즐기도록 하는 그런 부분을 만족시키도록 노력하는 과정의 결과로 중계가 이뤄지고 있죠.”
“아나운서를 시작할 때부터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축구의 서기원·송재익, 배구의 유수호·허주 같은 캐스터들을 보면서 ‘그분들의 장점을 어떻게 소화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나만의 방법을 찾아나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최근에는 SBS에서 함께했던 조민호 아나운서나 예능·중계 등 다방면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성주 아나운서의 진행 또한 방송을 하는 데 있어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강 아나운서는 밝혔다.
“서기철 KBS 아나운서의 말이 기억나요. ‘스포츠 중계방송은 뉴스의 토대 위에 쌓는 예능이다’라고 하셨죠. 저는 스포츠를 꼭 좋아하는 사람들만 스포츠 방송을 본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떤 사람들은 그냥 설거지를 하면서도 틀어놓을 수도 있고 주말을 기다리고 그 팀을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팬덤도 있죠. 방송을 꿈꾸는 사람들도 볼 수 있고 여가를 활용하려고 보는 사람도 있구요. 다양한 니즈를 인식해야 하는 이유죠.”
“사실 아버지의 영향도 컸어요. 아버지는 대단한 야구광이셨죠. 수첩에 적으시면서 야구를 보셨으니까요. 제 어릴 적 친구들 중에도 야구 중계를 보면서 수기로 기록해가며 보는 아주 열정적인 팬들도 있었어요. 지금은 세상이 많이 변했지만 변화하는 미디어 시장에 있어서 방송을 하는 사람들이 고정된 생각을 갖기보다 조금 더 시장의 여러 가지 요구와 바뀌는 트렌드에 민감하게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강 아나운서는 자신보다 훨씬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는 선배들이 주위에 많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 지상파의 많은 선배와 스포츠 전문 케이블에서 그간 수없는 방송 경험을 쌓아온 많은 선후배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자신보다 더 인지도가 높고 대중에 얼굴이 알려진 진행자들도 많이 있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하지만 먼저 시작하고 이 직업에 먼저 뛰어든 사람으로서 내 길을 걷고 싶은 후배들에게 내가 배워왔던 내용을 전달해주고 싶어요. 캐스터에게 필요한 자질은 그 분야에 있어서 다양한 종사자들과 관련된 내용들을 파악하고 그것을 어떤 순간에 어떻게 전달할지를 판단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걸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에 맞춰 표현하는 것,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데, 결국 이런 일은 나 자신을 잘 아는 것에서 시작되죠.”
강 아나운서는 시청자들이 ‘저 진행자 정말 재밌다’ ‘저 캐스터는 정말 듣고 배울만한 내용들이 많다’ ‘매력적이다’ 이렇게 느낄 수 있도록 본인의 개성을 살린 방송을 하기 위해 자신만의 소양을 키워나가는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의 코로나 사태로 인해 위축되어 있는 스포츠 시장이 어서 활기를 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코로나 때문에 스포츠 시장이 거의 전멸하다시피 한 상황인데 어려움을 같이 딛고 일어나 모두가 함께 즐겁게 일하고 스포츠를 보면서 기쁨을 느끼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팬들도 경기장에 가서 본인 스트레스도 풀고 북적북적한 옛날 경기장의 모습으로 돌아갔으면 해요.”
“늘 부족하지만 중계하는 저를 포함한 KBS N 아나운서와 제작진에게 힘을 주시는 분들께 감사하고 또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더 수준 높고 공정하고 재밌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할 겁니다. 쉽고 재밌게 중계를 하면서 저 종목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그 종목에 대한 시청자들의 근본적인 니즈를 충족시키는 캐스터로서 또 늘 시청자들에게 인정받고 기억되고 각인될 수 있는 캐스터로 남도록 노력하겠어요.”
[유환인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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