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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일의 문학푸드

인생이란 ‘나다운 나’를 찾아가는 여행

일상의 크고 작은 선택들이 모여 내 삶을 빚어내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0-05-17 17:33:11

▲ 이정일 인문학 칼럼니스트
 코로나로 몇 달 째 고생하다 보니 인간은 여전히 취약한 존재라는 걸 실감한다. 코로나는 단 하루아침에 우리 삶을 뒤흔들어 우리를 전혀 다른 존재로 바꾸어 놓았다. 인간은 1만2000년 전 천연두로 처음 충격을 받았는데, 전염병의 위세는 여전하다. 2020년 5월, 지금 우리에게 마스크, 손씻기, 자기 격리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묻게 된다. 미국의 과학저술가 데이비드 콰먼은 이렇게 말했다. “똑똑해지라.”
 
뜻하지 않게 가족이 집안에 함께 있다 보니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확진자로 내 스케줄이 엉망이 될 때 화도 난다. 가족은 힘이 되지만 짐이 될 수도 있다. 가족이 짐처럼 느껴진 경험이 있다면 상담을 받는 것이 최고이지만 때론 문학도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누구나 나이를 먹지만 지혜도 함께 얻는 것은 아니다. 행복했던 시절만 기억한다면 우리는 아직도 어린아이일 것이다. 그래서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
 
독일 작가 마르틴 발저(Martin Walser)가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부터 만들어진다”(We are what we read)라고 말했는데, 경제학자 앨버트 허쉬만(Albert Hirschman)은 이 말을 살짝 뒤틀어서 네 가지 선택과 연결시켜 불만스런 일상을 어떡해든 이해하려고 했다. 발저는 독서가 우리를 빚는다고 보았지만 허쉬만은 내가 일상에서 선택하는 크고 작은 결정들이 내 삶을 빚어간다고 보았던 것이다.
 
살다 보면 현실이 힘겨울 때가 있다. 허쉬만에 따르면 불만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 우리는 네 가지 선택을 한다고 한다. 상황을 탈출하든지, 불만을 말하든지, 참든지, 방관한다. 예외는 없다. 탈출한다는 것은 선을 긋거나 「부부의 세계」가 보여주듯 배우자와 갈라서는 것이다. 불만 상대가 사회나 국가라면 이민을 떠나는 것이다.
 
불만표출은 상황을 개선하려는 노력이다. 직장인이라면 술을 마시며 갈등상대와 오해를 푸는 것이고, 배우자라면 부부가 함께 결혼상담을 받아보는 것이다. 참는 것은 말 그대로 이를 악물고 인내하는 것이다. 부모나 상사의 잔소리를 참는 것이다. 방관은 현재 상황을 그대로 둔 채 덮어버리는 것이다. 불만이 있고 화가 나지만 직장인이라면 그저 해고당하지 않을 만큼만 일하는 것일 터이다.
 
이러한 네 가지 선택지 가운데 어떤 선택을 할지는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 대개는 가족이나 상대에게 얼마나 헌신적인가 하는 감정이 결정한다. 애착이 없다면 방관할 것이고, 애착이 있다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거나 참을 것이다. 희망이 없다고 느끼면 떠날 것이고, 뭔가 바뀌리라는 믿음이 있으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게 된다. 문학은 이 네 가지 선택 가운데 표출에 해당한다.
 
왜 문학을 읽어야 할까? 문학은 나를 알고 우리를 알게 한다. 자기 자신을 위선적이고 탐욕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객관적인 기준은 없지만 자신이 얼마나 정직한지는 당사자는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을 속속들이 파악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문학은 아주 작은 삶의 조각을 꺼내어서 독자가 놓치고 있던 자신의 그림자를 보여준다. 문학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란 걸 알려준다. 작가 사라마구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인간의 욕망은 대체로 물질을 기준을 삼고 있다. 성공과 행복 혹은 가족이 보인다면 감사한 일이지만 그 모두를 넘어서야 한다. 작가들은 인생이란 그림을 다르게 그린다.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삶을 세우는 설계도와 같다. 건물을 지을 때 설계도가 필요하듯이 인생이란 건물을 세울 때도 설계도가 필요하다. 마음이 설계도 역할을 한다. 마음이 잘못되어 있다면 좋은 인생을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학은 마음을 점검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삶의 본질에 접근하려면 자신의 알아야 하고 인간의 본성을 알아야 한다. 문학은 인간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준다. 작가는 인간이 생각해 낼 수 있는 최고의 이야기를 통해서 때로는 영화나 게임을 통해서도 사랑은 믿음을 보여주는 행위이지 교환행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알고 보면 인생이란 가장 나다운 나와 만나는 긴 여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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