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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이케아 골목상권 침해 논란

벼랑 끝 소상공인 “코로나보다 무서운 가구공룡 이케아”

천호역 상권 내 소규모 매장 진출…천호지역 소상공인 코로나·이케아 ‘이중고’

오창영기자(cyoh@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05-20 13:4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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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케아는 지난달 30일 국내 첫 도심형 매장인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 천호’(사진)를 열었다. 현대백화점 천호점 9층에 자리 잡은 이 매장은 침실과 키즈룸 등 가구·침구류에 집중한 콘셉트 매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이데일리
 
최근 외국계 가구업체 ‘이케아(IKEA)를 향한 우리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천호에 도심형 매장을 선보이면서 인근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어서다. 이케아는 홈퍼니싱 열풍에 힘입어 국내 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취지지만 인근 소상공인들은 코로나 사태로 유동인구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이케아까지 생겨 생계위기에 직면했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케아는 지난달 30일 국내 첫 도심형 매장인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 천호’를 열었다. 현대백화점 천호점 9층에 자리 잡은 이 매장은 런던과 모스크바, 뉴욕, 도쿄 등에 이어 전세계 14번째 도심형 매장이다. 이케아는 침실과 키즈룸에 집중한 콘셉트 매장은 천호점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겉으로는 미니매장, 알고 보니 알짜매장…도심 상권까지 파고든 외국계 가구공룡 이케아
 
스카이데일리는 직접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 천호를 찾았다. 평일 오후라 손님이 적은 탓인지 백화점 내 매장은 한산했다. 그러나 이케아 매장 내부 달랐다. 예상보다 많은 손님들이 각종 제품을 둘러보고 있었다. 광명, 일산 삼송, 용인 기흥 등 서울 외곽에 위치한 기존 이케아 매장보다 훌륭한 접근성을 갖춘 덕을 톡톡히 보고 있었다.
 
매장은 약 506㎡(약 153평) 규모로 도심 외곽에 위치한 매장보다는 다소 작았지만 매장 인테리어나 제품 구성은 기존 대규모 매장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가구, 침구류에 특화돼 있어 취급하는 제품은 훨씬 다양했다. 규모만 ‘미니 이케아’였을 뿐 실상은 ‘알짜 이케아’에 가까워 보였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박현정] ⓒ스카이데일리
 
최근 이케아는 도심 속 소규모 매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이케아는 전 세계에 50개 이상의 도심형 매장을 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케아는 플래닝 스튜디오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매장을 구상·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에게 방문 편의성을 증진한다 명분이지만 그 이면에는 한국에서의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매출실적을 추가로 끌어 올리려는 의지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도심형 매장이 기존의 대규모 매장보다 입지를 물색하기 용이하고 외형 확대 효과도 누릴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이케아의 국내 매출 실적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최근 4년 간 매출액 추이를 살펴보면 △ FY2016 3080억원 △ FY2017년 3650억원 △ FY2018년 4716억원 △ FY2019년 5032억원 등이었다. 해당 기간 동안 꾸준히 대규모 매장을 늘려 온 이케아는 향후 도심형 매장을 통해 물리적 거리의 한계로 미처 끌어들이지 못했던 소비자까지 흡수해 실적을 향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코리아 대표는 지난달 29일 개최된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 천호 공개 행사에서 “글로벌 유통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형태의 도심형 매장을 통해 고객의 접근성을 높인 천호점을 개점했다”며 “소비자가 보다 낮은 가격과 편리한 방법으로 지속가능한 홈퍼니싱을 접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케아코리아 관계자는 “기존 이케아 매장은 도심 외곽 지역에 주로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며 “이와 달리 도심형 매장은 홈퍼니싱 수요가 높고 대중교통을 활용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심에 자리잡고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하철 5호선과 8호선 2개 노선이 지나는 천호역과 연결된 현대백화점 천호점이 도심형 매장 입점 요건에 부합했다”고 설명했다.
 
경기침체·코로나 악재로 시장 손님 반토막…이케아 매장 개점으로 손님 발길 끊겨 속앓이
 
그런데 매출신장을 위한 이케아의 야심찬 계획으로 인근 소상공인들은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사태로 유동인구가 급감한 상황에서 이케아까지 생겨나 사람의 발길이 뚝 끊겼다는 반응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은 이렇다 할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속만 태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 천호가 입점한 현대백화점 천호점과 멀지 않은 곳에 전통시장인 천호시장과 가구매장이 밀집한 가구거리가 자리하고 있다. 해당 지역은 구도심으로 상당히 낙후된 탓에 서울시가 천호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해 한창 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천호시장을 찾았을 때, 이곳은 천호역 근처 번화가와 달리 시장 골목을 거니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의 가게들은 불을 밝히고 있었으나 손님이 없는 탓인지 주인들은 무료하게 앉아 있었다. 천호시장에서 12년째 침구류를 팔고 있다는 한 상인은 이케아 매장 오픈 소식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상인 김모 씨는 “천호시장에서 오래 장사해 왔지만 이번만큼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며 “올해 초 코로나가 발생하는 바람에 시장을 찾는 사람이 평소의 절반도 안 되는 것 같은데 이케아 같은 대기업이 천호역 번화가까지 침투해서 이젠 시장에 침구류 사러 오는 사람은 아예 없어질 판이다”고 토로했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박현정] ⓒ스카이데일리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침구류 업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의 수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시 내에서 가구류를 판매한 사업체 수는 △ 2016년 1588개 △ 2017년 1575개 △ 2018년 1488개 등으로 3년 새 100곳 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서울시 내에서 침구류를 판매한 사업체 수도 △ 2016년 2205개 △ 2017년 2157개 △ 2018년 2042개 등으로 조사됐다. 3년 동안 150여개가 넘는 점포가 문을 닫은 셈이다.
 
천호 지역 상권의 가구·침구류 매출은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천호 상권 내 침구류에 해당하는 가정/인테리어 업종의 2018년 월평균 매출액(추정치)은 상반기 1022만원에서 하반기 834만원으로 감소했다. 매출 건당 단가도 상반기 10만9570원에서 하반기 8만7085원으로 2만원 넘게 줄었다.
 
가구류 업종의 2018년 월평균 매출액(추정치)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2018년 상반기 1672만원이었던 월평균 매출액은 하반기 1167만원으로 500만원 가량 급감했다. 매출 건당 단가도 상반기 26만7690원에서 하반기 21만6858원으로 19%나 감소했다.
 
2018년 서울시 월평균 매출액과 비교하면 천호 지역 상권의 실적 부진은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시 전체 침구류 업종의 월평균 매출액은 2908만원으로 천호 지역 상권 하반기 월평균 매출액의 약 4배에 육박했다. 서울시 전체 가구류 업종의 월평균 매출액은 6952만원으로 천호 지역 상권 하반기 월평균 매출액 대비 약 7배 이상 높았다.
 
전문가들은 이케아가 천호 지역 소상공인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교수(소비자학과)는 “이케아의 도심 진출이 인근 상권에 긍정·부정적 영향을 모두 끼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케아같은 대기업이 상품력·가격 면에서 우위에 있는 까닭에 대개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소상공인의 매출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기존 이케아 매장보다 규모면에서 작다 하더라도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 천호 역시 이케아다”며 “가구·침구류 소비자의 발길이 이케아로 몰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천호 지역 소상공인들과 상생하기 위한 방안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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