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갈망은 지극히 합리적인 것으로서 인간 생물학과 먹이사슬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 작용의 결과이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의 말이다. 그는 이 말은 인간이 일반적으로 ‘아주 충분한 실용적인 근거를 가지고 행동을 하며 이 점은 바로 인간의 식습관에도 적용된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문화인류학자들은 인간의 식생활을 식습관에 내포된 상징적 표상을 분석해야만 이해되는 상징시스템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90년대 말 육식과 관련한 독일에서는 재미난 기사 한 꼭지가 신문 가판대를 채운 적이 있다. 다름 아닌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와 그의 세 번째 부인인 힐트루트 함펠(1984년 결혼, 1997년 이혼)과의 이혼이 두 사람의 식습관 때문이란 뉘앙스의 기사가 났던 적이 있다고 한다.
독일의 자유기고가 난 밀링거는 그의 저서 ‘욕망과 근원의 변화, 고기’(임진숙 옮김, 해바라기)에서 “이들 부부가 파경에 이른 원인이 서로 다른 식습관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한 이야깃거리였는지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지만 서로 다른 식습관의 문제가 신문에 기사거리가 됐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기사에 따르면 고기를 좋아하는 (슈뢰더)총리에게 부인이 성에 차지 않는 고기를 제공함으로써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적고 있다.
물론 슈뢰더 전 총리는 독일 일간지 ‘빌트 자이퉁’과의 인터뷰에서 “물론 그것은 그가 내세운 표면적인 문제였다. 그건 좋게 받아들여졌다. 모든 것이 금이 가 있었다. 서로 어긋난 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단지 무언가 필요했던 것이었다.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언제부턴가 나와 더 이상 맞지 않은 것은 카레 소시지가 아니란 것이다”고 밝히면서 파경 원인이 식습관 차이란 것을 일축했다.
그럼에도 워낙 거물급 인사의 이혼이라 그 배경에 대한 조그만 단서도 가십으로 다뤄질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기사의 행간을 각별히 뜯어보면 그 안에는 육식과 채식의 대립이 숨어 있었고 이는 고기에 대한 인간의 열망이 잠재해 있다는 것을 읽어낼 수 있다. 특히 남성이 여성보다 육식을 선호하는 사실이 숨겨져 있어서 난 멜링거와 같은 육식과 인간에 대한 연구를 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연구재료가 됐다.
육식은 인간 진화의 분기점
고기는, 엄밀히 말해 육식은 인간 진화의 분기점이란 사실은 이미 정설이 됐다. 동물의 살코기와 골수는 어떤 식물성 음식보다 더 밀도 높은 식량에너지와 조직 구성에 필수적인 단백질 보고다. 육식은 인간 뇌의 물리적 팽창을 가져왔고 훗날 인간을 아프리카에서 추운 아시아 지역에서도 번성할 수 있게 했다.
전 세계 요리교과서 중 하나인 ‘음식과 요리’(백년후에)를 지은 해롤드 맥기는 “육식 행위를 반대하는 윤리적 논의들은 현대인들의 생물학적 진화에 연료가 됐던 고기가 이제는 완전한 인간으로부터 퇴보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고기는 인간의 진화를 도왔지만 이제는 인간의 퇴화를 도울 수 있다”며 “인간이 가진 식육 열망을 가라앉히면서 고기가 가진 영양상의 힘과 한계를 보완하는 채소와 과일을 함께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정혜경 교수는 저서 ‘고기의 인문학’(따비) 표지에 ‘미안하고 불안하지만 끊을 수 없는 고기의 매력이 만든 역사’라고 적고 있다. 이는 육식에 대한 현대인의 불안과 중독에 대한 가장 솔직하고 정확한 표현이다.
그는 “우리 음식 중에 맥족이 즐겨먹은 맥적이 있으니 아무래도 우리의 DNA 속에는 육식의 전통이 살아있나 보다. 우리는 독특한 고기문화를 가진 민족으로, 오래전부터 다양한 고기를 먹어왔다”며 “예민하게 소고기를 분류하고 버리는 부위 없이 잘 조리해 먹었다. 우리 조상은 고기에 여러 가지 채소나 해산물 그리고 장(醬)을 활용해 서구와는 차별되는 다양한 조리법을 만들어 냈다”고 했다.
“한국인 유전자 속에는 육식 전통 있다”
우리 민족이 해롤드 맥기가 말한 채소와의 밸런스를 이미 오래전부터 지혜롭게 실천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한국인들의 고기 사랑도 외국인들 못지않았다는 것이 정 교수의 주장이다. 우스갯소리로 ‘고기압일 때 고기 앞으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인의 고기 사랑은 기쁠 때나 화날 때를 가리지 않는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영향이 장기화 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지면 그 틈을 이용해 바이러스가 준동하고 강력해지면 다소 수그러드는 양상이다. 인간과 바이러스의 생존 대결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닌지 두려움과 동시에 씁쓸한 입맛이 느껴진다. 이럴 때 육식은 스트레스 관리에 좋은 기제(機制)가 된다.
서울의 최고 핫 플레이스 홍대 입구는 코로나19 시대를 비껴가는 곳이다. 특히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 확진자 때문에 반사 이익을 얻은 곳이다. 때문에 아이러니 하게도 사회적 거리를 둬야함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이 몰리면서 죽었던 상권이 꿈틀거리고 있다. 그중에도 홍대입구역과 합정역을 잇는 이면도로 상권의 부활이 기대되고 있다.
바류식당은 홍대입구역과 합정역을 잇는 브릿지
‘바류식당’은 홍대입구와 합정역 중간지점 이면도로에 위치한 고기집이다. 이 지역은 지하철 역과 역 사이 낀 애매한 상권이라 그동안 장사가 잘 되질 않았다. 상권형성이 어려웠던 것이다. 바류식당의 등장으로 이 지역은 역과 역을 잇는 브릿지(가교)상권으로 변화했다.
바류는 팔육(八六)의 중국어발음이다. 바류식당은 ‘8‧6숙성’을 표방하고 있다. 180일간 키운 청정 한돈을 전용숙성고에서 최소 8일 이상 웻에이징 하고 6일 이하 약하게 드라이 에이징을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8일간 숙성한 고기는 6일 안에 소진한다는 뜻이다.
8일 이상 숙성‧6일 이내 소진 원칙
외식업계가 코로나로 힘든 시기임에도 선전하고 있다. 이 곳 역시 육전식당, 하남돼지 등 주요 고기집과 마찬가지로 종업원이 고기를 직접 구워준다. 이곳에서는 고기 굽는 종업원을 단순하게 칭하지 않고 ‘그릴링마스터’라고 부른다. 그만큼 그릴링에 승부를 거는 곳이다.
바류식당 이건익 대표는 “적당한 숙성 기간을 통해 원육의 식감을 고조시키고 그릴링마스터의 손끝에서 최고조로 끌어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릴링마스터는 교육을 통해 고기를 구울 때 빠져 나가는 육즙을 효율적으로 가두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며 “이와 함께 8‧6 숙성 기술에 따른 연육작용으로 한돈을 한우처럼 즐기는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 바류식당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래선지 바류식당에서는 소고기보다 돼지고기를 찾는 손님이 많다. 돼지고기 손님 중에서도 목살을 찾는 이들이 많다. 이는 바류식당에서 통목살을 주력으로 메뉴판 제일 상단에 올려놨기 때문이다. 이유는 목살을 먼저 맛보고 삼겹을 접해야 두 부위 맛과 식감을 제대로 비교하면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바류식당의 또 하나의 마케팅 포인트는 가지런한 쟁반에 담겨 나오는 4가지 채소 반찬과 젓갈, 와사비, 소금 등 3종 양념 세트다. 사이드 메뉴로 구워먹는 임실치즈와 버터관자 구이도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후식으로는 된장찌개, 김치찌개, 물냉면, 비빔냉면 등이 있지만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데는 김치말이냉국수와 잔치국수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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