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대구점은 평일 오후에도 북적였다. 한산한 분위기의 대구 길거리와 달리 매장 내부에는 장을 보러 온 소비자들과 상품 배치를 위해 부지런히 짐을 옮기는 직원들로 인해 분주했다. 천장에 걸린 ‘대한민국 동행세일’ 현수막이 분주함을 더했다. 23년 홈플러스 역사가 시작된 대구점의 풍경이다.
여느 대형마트의 모습과 다를 바 없지만 매장 바깥엔 홈플러스 대구점에서만 볼 수 있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현수막엔 “23년간 시민의 장바구니를 책임진 대구점을 지켜주세요”란 내용이 적혀 있다. 경영난에 시달리는 홈플러스가 자산유동화 일환으로 대구점을 매각한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대량실업을 우려한 노조가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시장점유율 국내 2위인 대형마트다. 지난해 기준 7조3002억원의 매출을 올려 17.47%의 대형마트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1위와 3위는 각각 이마트, 롯데쇼핑 마트부분(롯데마트) 등이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은 소위 ‘대형마트 빅3’로도 불린다.
홈플러스의 역사는 1997년 삼성물산이 대구광역시 북구 칠성동2가 소재 옛 제일모직 대구공장 일부 부지에 칠성점을 개장하면서 시작됐다. 칠성점은 지금의 홈플러스 대구점이다. 이후 1999년 삼성물산과 테스코가 합작 법인으로 전환하며 ‘삼성테스코’로 출범했고 2000년대 이후 사세를 늘리기 시작했다.
2011년엔 삼성물산이 테스코에 홈플러스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잠시 외국계기업이 됐지만 이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며 다시 한국 기업이 됐다. MBK파트너스는 지금까지 홈플러스를 소유하고 있다.
다만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사모펀드 특성상 MBK파트너스도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각종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뒤따랐다. 직원들이 대거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까지 홈플러스 행보는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업계 최고수준의 대우를 보장했고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이사는 지난해 무기계약직 직원들을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홈플러스가 이익만 쫓지 않는다는 걸 업계 안팎에 알린 셈이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온라인 유통업계가 약진하는 반면 대형마트 업계는 위축되고 있어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영업이익 규모가 전년 대비 38% 떨어진 홈플러스 입장에선 그렇지 않아도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어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홈플러스는 경영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자산유동화를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대량실업 우려를 제기하고 있어 노사 갈등을 빚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 등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안산점, 둔산점, 대구점 매각을 진행 중이다. 해당 3개 매장 매각은 통상적으로 해 오던 매각 후 재임대방식(세일즈앤리스백)이 아닌 폐점을 전제로 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매각 후 건물을 헐고 수십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을 짓겠다는 건데, 이 경우 홈플러스의 근간이 된 대구점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갈등 심화로 홈플러스 노조는 최근 본격적인 쟁의투쟁을 선포하는 투쟁승리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지난 2일엔 쟁위행위 찬반투표를 벌여 79.8%로 안건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홈플러스 노조가 파업을 단행할 경우 홈플러스는 ‘대한민국 동행세일’ 기간에 개점휴업이라는 최악의 사태와 마주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는 노조가 주장한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회사는 위기상화 타개를 위해 자산유동화 등 다양한 경영전략을 검토하고 있고 안산점, 대구점, 대전둔산점 등에 대한 자산유동화도 현재 검토 중에 있다”며 “다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의 자산유동화 등 경영전략 검토는 모두 홈플러스 자체적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주주사인 MBK파트너스가 안산점, 대구점, 둔산점을 매각해 주상복합을 신축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홈플러스가 안산점, 대구점, 둔산점 등 3개 점포에 대해 자산유동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게 적절한 표현이며 또 자산유동화는 매각주관사 선정 등 절차에 맞게 진행 중이기 때문에 ‘밀실 매각’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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