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차병원그룹 오너일가가 꼼수 경영권 승계를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경영 승계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끌어내리는 등 상장사로서 주주권익은 외면한 채 대주주 이익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차바이오텍은 차병원그룹 기업부문 지주회사로 알려진 곳이다. 의료서비스, 세포치료제 연구사업·제대혈, 줄기세포 보관사업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업이다.
차바이오텍 주가는 최근 수년간 정체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일시적으로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1만원대와 2만원대를 오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바이오 관련주들이 미래가치 평가, 코로나 사태 등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그런데 차바이오텍 주주들 사이에선 부진한 주가 흐름의 배경에 오너일가가 경영권 승계를 위한 꼼수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신규사업 등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반면 전환사채(CB) 발행·리픽싱 등을 잇따라 실시해 오히려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CB는 일정한 조건에 따라 채권을 발행한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을 말한다. 기업이 채권자들에게 돈을 빌리는 대신 주식 교환권리가 부여된 채권을 부여하는 셈이다. 채권은 일정 비율에 따라 주식으로 전환되며 채권자는 전환청구권 행사로 채권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리픽싱은 CB발행에 따라 주가가 하락할 경우 전환 가격을 재조정하는 걸 말한다.
일반적으로 전환청구권 행사는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채권자가 받는 1주당 전환가는 시장가보다 낮게 설정되는 경우가 많은 데다 회사가 주식을 지급하기 위해 신주를 발행해야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차바이오텍은 2018년 6월 18일 전환청구권을 행사했다. ‘제4회차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로 전환가 1만2122원에 신주 66만8206주가 발행됐다. 전환청구권을 행사한 건 케이에이치그린(KH그린)이다. 6월 18일 차바이오텍의 종가는 1만6650원으로 확인된다. KH그린 최대주주는 40.04% 지분을 소유한 차광렬 소장이다. 공시상으로 99.9%의 지분을 차 소장 외 특수관계자가 소유하고 있다.
다음 달 16일에도 전환청구권 행사 공시를 확인할 수 있는데 행사권 주체는 차광렬 차병원병원그룹 글로벌종합연구소장의 장남 차원태 차병원그룹 상무, 장녀 차원희 씨, 차녀 차원영 씨, 부인 김혜숙 씨 등이다. 이들 일가의 전환청구권 행사로 차바이오텍은 전환가 1만2377원에 신주 75만9471주를 발행했다. 이날 차바이오텍의 종가(1만6100원)보다 23% 이상 낮은 가격에 신주가 발행된 셈이다.
연이은 전환청구권 행사가 이어지면서 차바이오텍 주가는 2018년 7월25일 1만275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떨어진 주가와 반대로 오너일가는 이를 통해 지분을 늘렸다. 2018년 2분기에서 3분기까지 차바이오텍 지분율 변화는 △KH그린 4.87%→6.03% △차원태 상무 3.98%→4.74% △차원영 2.20%→2.37% △차원희 1.71%→1.93% △김혜숙 0.87%→0.97% 등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도 차바이오텍은 전환사채권 발행결정을 공시했다. 이에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주가를 일정 수준 이하로 조정해야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만큼 차바이오텍 전환청구권 행사를 통해 오너일가 편법 승계를 일삼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차 소장 후계자로 지목되는 차 상무가 차병원그룹 경영권을 승계받기 위해선 차바이오텍 지분 확보가 필수다. 차 소장으로부터 차바이오텍 및 KH그린의 지분을 물려받거나 신규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다보니 전환사채권 발행결정을 통한 신주 발행, 주가 조정 등은 차 소장에게 상당히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승계 자금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차바이오텍 소액주주들은 차바이오텍 및 오너일가가 주주권익 제고라는 주식회사 본연의 역할은 외면한 채 오너일가 경영승계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제시민단체 및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차병원그룹 오너일가가 경영승계 등 오너일가 이윤극대화를 위해 소액주주의 피해는 외면했다는 주장에 무게감을 싣고 있다.
경제시민단체 관계자는 “CB발행을 통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추고 경영승계에 유리한 조건을 만든 기업과 사례는 시장에 수없이 존재 한다”며 “소액주주의 피해를 야기하는 일부 기업 대주주들의 행태가 심각한 문제로 번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건전성과 미래가치 등 기업의 여러 가지 조건을 따져봐야겠지만 정황상 CB발행을 통해 주가를 낮춰 대주주 지분율을 높이고 부차적인 이윤을 창출하는 등 경영승계에 유리한 조건을 만든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며 “다만 이러한 과정이 대주주가 소액주주들의 부를 편취하는 것으로도 바라볼 수 있는데 미국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금지돼 있고 소액주주가 금전적 손실을 입었을 경우 대주주 등이 이를 보상토록 하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차병원그룹은 “전환청구권 행사는 기확정된 전환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행사시점의 주가흐름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2018년 6월 18일 및 7월 17일 CB전환은 관리종목 지정 상태에서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말했다.
차병원그룹은 “2018년 3월 말부터 주가가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이며 하락한 건 관리종목 지정에 따른 것이며, CB전환 등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다”며 “CB전환과 주가 등락의 연관관계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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