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이 당면할 미래는 난제투성이에요. 북한 핵 문제뿐 아니라 코로나 사태와 같이 다가오는 세계는 예측이 쉽지 않죠.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있지만 크게 늘어나는 연구 수요를 다 해결하지는 못해요. 이러한 면을 인식한 것이 저희 고등국방정책연구소가 출범하게 된 첫 번째 계기죠.”
고등국방정책연구소(ADPI·Advanced Defense Policy Institute)는 올해 5월 14일 국방부 소관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출범했다. 비록 ADPI라는 이름으로 연구소가 탄생한 지 이제 두 달 남짓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구성원의 평균 연구 경력은 여느 연구소 못지않게 꽉 찬 연륜을 자랑한다. ADPI 구성원 중에는 수십년간 국방정책 업무에 종사해서 그에 관한 전문 역량을 가진 퇴직 군인과 전직 공무원이 많다. 이들이 상호 협력해 국방정책 수립에 이바지하기 위해 모였다.
“국방 분야는 다른 분야보다 전문가 양성이 어렵고 오래 걸려요. 선도적 미래지향 국방정책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선 다양한 전문 인력 간 협업이 필수예요. 저희가 KIDA에 몸담고 있는 동안 국방정책 연구를 30년 이상 수행해 왔기에 관련기관과의 협업에 꽤 유리한 입장이죠.”
인구 구조상 가용 병역자원은 크게 줄어들고 경제성장 둔화로 국방 재정 확보도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국방환경에서 ADPI는 미래 환경에 선제적 대처를 위한 미래지향적 과제를 중심으로 연구한다. ADPI의 연구위원들은 20~30년 이상의 연구 경력을 보유한 사람들로 국방부, 합참, 각 군과 협의 하에 ADPI의 선도적 제안으로 과제들이 제기되도록 하고자 한다.
따라가는(fast follower) 연구가 아닌 선도하는(first mover) 연구 추구
김준식 자원분과 대표연구위원(65)은 미래를 지향하는 선도적 국방정책 연구 및 전문 컨설팅을 수행하는 것이 연구소의 활동이라고 설명하면서 우리 군의 동반자로서 국방 관련 제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고객이 신뢰하고 필요로 하는 고등 연구기관의 비전과 세계 수준의 민간 국방정책연구소로의 발전이 목표예요. 나아가 우리 국방이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통일과 선진 한국을 창출하도록 뒷받침하려고 하죠.”
김 연구위원은 현재 ADPI에는 22명의 연구위원이 있다고 밝혔다. 그들은 대부분 정년퇴직한 박사급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KIDA 출신 민간인이 12명, 예비역 장교가 7명, 교수 출신이 2명, 국방부 출신 고위공무원이 1명이라고 김 위원은 소개했다. 또 KIDA에서 근무했거나 정년퇴직한 박사들은 앞으로 ADPI 연구위원으로 받아들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책부서에 근무한 예비역 장군이나 영관급 장교, 국방부나 방사청 등에 근무한 퇴직 고위공무원들도 일정한 절차를 거쳐 받아들일 예정이에요. 단 예비역 장군이나 퇴직 고위 공무원에 대해서는 학위 제한을 두지 않죠. 예비역 장교와 퇴직 공무원 수는 일정 범위 내로 제한될 수 있어요. 이 범위 내에서 예비역 군인과 퇴직 공무원을 추가로 초빙할 계획이에요.”
김주완 사무총장(63)은 ADPI는 KIDA와 경쟁 관계가 아닌 보완 관계를 도모하며 기존 다른 국방 관련 연구소와도 차별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젊은 세대 연구를 지도하고 선도할 수 있는 연구, 각론적인 연구보다는 국가 또는 안보 차원의 통섭적 연구, 혁신과 창조를 자극하고 견인할 수 있는 연구, 따라가는(fast follower) 연구가 아닌 선도하는(first mover) 연구, 비대칭적 연구 등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방위사업을 위한 획득 정책으로 외연을 확장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요. 국방획득정책은 당연히 ADPI의 연구 영역에 포함돼요. 다만 기술적 영역의 연구과제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국방기술품질연구소(DTaQ)가 더 적합하다고 봐요.”
“ADPI는 연구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연구 영역을 인력, 자원, 전력, 재정, 학술의 5개 분과로 나눴어요. 각 분과 담당 이사 겸 대표연구위원을 임명했죠. 이 중 학술분과 임무는 교육훈련 지원뿐 아니라 대내외 학술교류를 담당하고 있어요. 장차 ADPI가 정상 궤도에 오를 때 이 분과도 활성화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에요.”
“현 대한민국 안보상황 점수는 10점 만점에 5점”
한편 지난달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건이 발생해 남북 간에 다시 긴장 관계가 고조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서 김종탁 연구소장(65)은 현 우리나라의 안보상황을 10점 만점에 5점 정도의 점수라고 말했다.
“국가안보는 나라의 경제, 사회, 정치, 외교, 군사 등 모든 분야의 안보와 결합돼있어요. 특히 우리나라는 남북 대치 상황이라 북한의 핵전력과 남북 관계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죠. 따라서 이 모든 것에 대한 평가를 하고 이를 결합해 점수로 표현한다면 5점 밖에 안돼요.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안보상황은 나빠진 듯 보여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민들은 이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듯해요.”
“우선 코로나 사태 등으로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 예전보다 국방 부문 투자가 제한될 것이에요. 인구 구조상 20세 남자인구의 대폭 감소로 병력 확보도 불투명하죠. 사회는 국민 화합보다는 분열이 가속화 내지 지속되는 듯해요. 정치는 여야 간 협치 내지 협력보다 세력대결로 치닫고 있어 불안요소가 증가하고 있지요. 외교는 북한의 핵무기 증강 속에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듯 하고 미중 대결 심화 속에 한미 방위비 분담 문제와 한일 간 갈등 등으로 전통적 동맹관계 약화 내지 불안요소가 증가되고 있어요. 군사는 무기체계와 장비는 첨단화되고 있으나 지금까지의 대북 전력 따라잡기식 건설 방향이 크게 바뀌지 않은 데다 예산투입의 제한이 예상돼요.”
김 연구소장은 남북 간의 신뢰 하에 군비통제가 실현되고 남북교류가 제한적이지만 이루어지는 상태를 7, 남북 간의 불신 하에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고 남북교류가 거의 없는 상태를 3이라고 가정했을 시 현재는 5 정도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적어도 개성공단이 가동되고 금강산 관광이 이뤄지던 때보다는 0.5정도 낮아졌다고 볼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국방상 가장 중요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나라는 미국이에요. 미국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나라죠. 그 대표적 사례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미국의 6․25 참전이에요. 미국은 인접국이 아니라는 점도 이유로 들 수 있어요. 일본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지만 인접국으로서 역사상 많은 갈등과 분쟁이 있었고 지금도 이해관계가 지속되고 있죠.”
“한미동맹도도 빼놓을 수 없죠. 한미동맹이 폐지된다면 미국을 대체할 나라는 없어요. 또한 미국은 남북 간의 전력 차이를 극복하는 데 크게 기여해 왔어요. 과거 우리나라는 군사원조뿐 아니라 상당한 경제적 지원을 받았고 앞으로는 정도는 줄어들 것이지만 많은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봐야 해요.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도 있어요. 북한의 비핵화는 미국 없이는 불가능해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나라는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돼요.”
김 연구소장은 끝으로 미중 대결 관계상 우리나라는 한미 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는 미래 미중 대결 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도 남북 관계상 북한은 중국 측 최전방에 위치하고 우리나라는 미국 측 최전방에 위치하고 있는 현상을 벗어날 수 없다는 설명이다.
10년 후 연구소의 모습을 그리는 질문에는 고등국방정책연구소에 대한 김 대표연구위원과 김 사무총장, 김 연구소장의 애정이 잘 드러났다.
“미래에는 어느 정도 자금이 확보돼 미국의 싱크탱크인 랜드(RAND)연구소나 헤리티지(Heritage)연구재단 형태로 발전되기를 희망해요. 현재는 그러한 위상으로 접근하기 위해 조금씩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기초를 다지는데 최선을 다하고자 하죠. 현재도 많지 않은 연구비를 지원해 주는 독지가가 있다면 고등 연구기관에 맞는 연구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형태가 바람직해요.”
[허경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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