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박선옥 부장|한원석 차장·배태용·정동현 기자] 정부의 경제정책 실정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국내 경제 상황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뿌리’로 일컬어지는 지역경제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고용이 지역에 기반을 둔 중소기업에서 이뤄지고 이곳 근로자들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구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에서 근로자 249명 이하 중소기업이 고용한 인력의 비율은 전체 근로자 가운데 87.2%를 차지했다. 중소기업벤처부의 자료에도 2018년말 중소기업(매출액 기준) 근로자는 1588만3000여명으로 전체의 89.7%에 달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경기악화·소주성·코로나 3중고에 늘어나는 빈 공장, 흔들리는 지역경제
대구·경북은 코로나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지역으로 꼽힌다. 대구에선 국내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이후 가장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가 나왔다. 1일 기준 국내 코로나 확진자는 총 1만4336명, 사망자는 301명 등이다. 이 가운데 대구에서만 절반에 가까운 6947명의 확진자와 16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코로나 사태는 대구 지역경제를 이끄는 섬유산업과 자동차부품산업에 큰 타격을 입혔다. 수출 의존도가 큰 이들 산업의 해외 거래가 끊겼기 때문이다. 특히 섬유의 경우 수출이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구 지역 제조업 가동률은 곤두박질치고 업체들은 줄도산 위기에 빠졌다.
대구 서구 비산동 일대에 위치한 대구 염색공단은 코로나 여파로 한때 전체 입주업체 127개의 80%에 가까운 98개 업체가 휴업이나 조업단축에 들어갔다. 대구경북섬유직물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해외에서 주문이 줄줄이 취소돼 대구 염색공단은 평소의 20~30% 수준만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성서 산업 단지도 상황은 좋지 않다. 이곳은 1988년부터 입주가 시작된 대구를 대표하는 공장 지역이다. 섬유관련 A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대표는 “현재 상황은 최악이다. TK지역에 기계가 돌아가는 섬유공장이 30%도 안 남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중국은 저가 공세를 하는데 최저 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인건비는 오르고 생산성은 그대로라 생산원가가 더 올라갔다”며 “과거에 옷감 1야드(0.914m)당 마진이 300~700원이었는데 지금은 30원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이곳 산업단지의 공장들은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일하는 인원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공단에서 만난 업주들은 한목소리로 “단가가 올라 수출 물량이 감소하면서 마진이 줄어들고 생산비만 올라간다”고 말했다. 인건비를 마련하는 데 허덕이다 보니 투자는 엄두도 못 내는 상황에서 생산성이 악화되고 수출이 감소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자 1인당 부가가치 창출을 따져 대기업의 생산성을 100으로 설정할 때 한국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32.5(2015년 기준)로 나타났다. 이는 OECD 회원국 가운데 4번째로 낮은 최하위권 수준이다.
원가상승→공장 휴·폐업→실직자 증가→지역경기 하락 ‘反기업의 악순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생산비가 늘어 제대로 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각종 규제도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염색관련 B업체를 운영하는 배 모 씨는 “공장이 폐업을 하면 환경문제 때문에 다시 허가가 나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그 영향으로 염색 공단이 안산 등지로 이전하는 추세다”며 염색공단 자체가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C업체 대표도 “불필요한 규제가 매년 늘어나면서 원치 않는 지출만 늘어난다”며 “집진기 등 환경관련 설치 비용이 공장 기계 값과 비슷하다. 이런 식이면 정부가 제조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고 성토했다.
대구 지역에선 각종 규제의 여파로 폐업하거나 공장을 매물로 내놓은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공장 부지는 싼값에 내놔도 안 팔리고 있다. 공단지역에서 부동산업체를 운영하는 장 모 씨는 “코로나 이전부터 거래가 거의 없었다. 평당 500만원선에서 거래되던 공장들이 100만원을 낮춰도 잘 안 팔린다”며 “사려는 사람도 반값으로 후려치려고 해 올해 들어 매매는 끊겼다”고 말했다.
공장이 문을 닫으니 실직자도 늘어나고 있다. 동북지방통계청에 따르면 6월 대구광역시 고용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p 하락했다. 취업자는 제조업에서 1만7000명이 줄어들며 모두 4만5000명 감소했다. 실업률도 0.4%p 오른 4.5%를 기록했다. 생산비 상승→매출 감소→공장 휴·폐업→실직자 증가→지역경기 하락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상황이다.
이런 악순환은 산업생태계는 물론 국가 전체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일례로 코로나 사태에서 우리나라에 봉제업이 없었더라면 외국에서 방호복이나 마스크를 수입하려고 발을 동동 굴렀을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입장이다. D업체 대표는 “섬유산업은 사양산업이 아니다”며 “정부 당국자가 인식을 바꿔 규제를 하더라도 업체가 살 길은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사업주들은 하나같이 “(사업주들이) 제조업에 남아있도록 정부가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부동산 불로소득보단 제조업을 통해서 이윤을 창출해 경제가 굴러가도록 해야 한다”며 자영업자를 직접적으로 옥죄는 최저임금인상 등의 이른바 ‘소주성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헐값에 나라땅 매입 후 5700억원 웃돈 매각… 노조 “임금도 밀렸는데 일자리 만들리가”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중소기업들이 하나둘 문을 닫는 상황에서 일부 대기업의 행보는 지역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앞세워 지역에 진출한 한 대기업은 부동산 시세차익으로 수천억의 이익만을 챙긴 채 기존의 약속을 백지화하고 빠져나가 지역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3월 25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560번지 일대에 소유한 마곡지구 도시개발지구 특별계획구역내 ‘마곡지구 CP-4블록’을 태영건설-메리츠종금증권 컨소시엄에 8158억원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당초 이마트는 해당 부지에 스타필드를 짓겠다며 2013년 서울주택토지공사(SH)로부터 예정가 2414억원보다 높은 2430억원에 최고가 입찰로 사들였다. 부동산 시세차익으로 5700억원을 올린 셈이다.
앞서 2016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스타필드 하남 오픈 행사에서 “스타필드 마곡에서도 합작 형태의 쇼핑몰을 오픈할 계획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매입 6년이 지나도록 사업이 지지부진해 많은 민원이 발생하자 서울시가 이마트 측에 빠른 사업 추진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신세계 측은 오프라인 유통 매장이 고전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해 용지를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신세계 측은 매각 조건으로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입점하기로 계약이 됐다는 입장이지만 지역민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오프라인 매장 구조조정 분위기를 틈 타 차익만 보고 발 빼는 소위 ‘먹튀’나 다름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신세계 측이 당초 부지를 매입하며 내건 일자리 창출 약속 역시 최근의 반노동 행보로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최근의 행태를 봐선 애초에 땅 장사를 목적으로 부지를 매입한 것 아니냐는 게 이마트 노조 측의 주장이다. 이마트 노조의 한 관계자는 “150%를 지급해야 하는 휴일근로수당을 대표성 없는 인물과의 서면합의로 100%만 지급해 인건비를 줄여왔다”며 “최근 3년간 체불임금 추정액이 600억원에 이르는 이마트가 애초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할 때부터 의심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원석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