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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흔들리는 지역 경제를 가다(上-농·축산업)

“논·밭에서 흘린 땀보다 갑질·사기에 흘린 눈물이 많다”

대형마트 규제 피한 꼼수 대형마트, 미끼상품 부담 전가

가격 떨어지면 계약 뒤집는 유통업자 갑질에 농민 울상

농가 위기→장바구니 부담증가→지역경제 위기 ‘악순환’

배태용기자(tybae@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08-03 00: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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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으로 전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경제 역시 그 여파가 미치지 않은 분야가 거의 없을 정도다. 특히 지역 단위의 경제는 이중·삼중의 고통으로 신음이 커가고 있다. 일례로 지역의 대형마트들이 소비자의 구매율을 높이기 위해 농축산물을 미끼상품으로 삼아 생산자에게 단가후려치기 형태로 갑질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런 불공정거래가 비일비재하다 보니 그 피해가 농민은 물론 대형마트에 소비자를 빼앗긴 지역의 소상인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 역시 사정은 녹록치 않다. 특히 최저임금 등 옥죄어 오는 각종 규제로 인해 해외 제조업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은 커녕 공장문을 닫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관광지에서는 대형 프랜차이즈나 유명 브랜드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지역에서 수십년간 장사해 온 소상인들이 밥그릇을 빼앗겨 허탈감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토대를 이루는 지역경제가 위태로워지는 현상은 대다수 국민의 삶이 뿌리째 흔들리는 것을 의미한다며 심각한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이에 스카이데일리는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흔들리는 지역 경제를 가다’로 정하고 관련 내용을 세 편에 걸쳐 보도한다.

▲ 대형마트 규제를 교묘하게 피한 지역 대형마트의 갑질로 수원 계란 유통업자와 양계농가의 어려움이 날로 커져가고 있다. 주부들의 구매 빈도가 높은 상품인 계란을 미끼상품으로 삼기 위해 가격을 원가 이하로 낮춰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수원 고색동 소재 M마트. 호매실동 소재 K마트, 오목촌동 소재 H마트.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박선옥 부장|한원석 차장·배태용·정동현 기자]  지역 경제의 한 축을 차지하는 농민들의 삶이 날로 팍팍해지고 있다. 단가 후려치기, 갑질 등의 불공정거래로 인해 손해를 보는 일이 비일비재해지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반복될 경우 결국 농산물 수급 자체에 차질이 빚어져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가 상승해 가계경제 부담이 커지는 악순환 구조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형마트 규제 교묘히 피한 지역 포식자 미끼장사에 유통업자·양계농가 휘청
 
최근 경기도 수원지역 내 양계업자와 양계 농장주들의 원성이 고조되고 있다. 수원지역 내 일부 대형마트가 계란을 원가 이하 가격으로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하는 일종의 ‘미끼상품’ 전략을 펼치면서 그 피해가 양계업자와 농장주들에게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끼상품 전략이란 값싼 상품을 구매하러 온 고객이 다른 물품들도 구매하도록 하는 판매방식을 말한다.
 
올 초부터 지난달까지 수원에서 계란 파격 행사를 진행한 대형마트는 총 세 군데 이상이다. 수원 고색동 소재 K마트, 오목촌동 H마트, 호매실동 J마트 등이다. 이들 마트는 규모가 대형마트 기준인 1000평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라 의무 휴업, 가격 하한제 등의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다만 주차장 등을 합치면 대형마트 기준인 1000평을 훌쩍 넘어선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 박현정] ⓒ스카이데일리
 
이들 마트는 올 초부터 지금까지 달걀 한판 가격을 생산원가보다 싼 980~2000원에 판매 중이다. 지난달 24일 기준 호매실동 J마트, 고색동 M마트, 오목촌동 H마트는 일제히 달걀 한 판을 198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들 마트가 가격 파괴 행사를 시작하면서 중·소규모 마트들도 연이어 달걀을 미끼상품으로 내걸고 있다.
 
이들 마트 주도로 지역 마트 대부분이 달걀을 원가 이하로 판매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양계 유통업자와 농장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마트들이 원가 이하 납품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직접 대면이 어려운 유통업자와 농장주 입장에선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원가 이하 판매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렸다.
 
한국계란유통협회에 따르면 달걀 한 판의 생산원가는 3000원이다. 여기에 인건비, 선별포장비, 관리비, 운반비 등을 포함하면 최소 4500원에는 판매돼야 유통업자와 농장주가 마진을 남길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 가격이 2000원으로 책정될 경우 유통업자와 농장주는 최소 2000원 이상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판매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다.
 
박수남 한국계란유통협회 수원지부 지부장은 “일부 대형마트가 지역 양계업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며 “현재 호매실동에 있는 마트의 경우 평수가 1000평이 조금 안 되지만 주차장 규모를 비롯해 지하까지 다 합친다면 웬만한 대형마트에 버금가는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마트에 버금가는 대형마트가 지금과 같은 갑질 유통을 진행하면 유통업자와 양계농가는 사실상 사지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 계란유통업계에 따르면 계란 한판을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4000원 이상이다. 그러나 수원 소재 대형 마트는 현재 1980원에 판매하고 있다. 유통업자와 농가는 손해를 떠안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납품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은 수원 3개 마트에서 1980원에 판매되는 계란들. ⓒ스카이데일리
  
현재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값싼 가격에 달걀을 납품 중인 한 유통업자는 “1800원에 판매할 경우 마진을 남기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팔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다”며 “이렇게 되면 유통업자는 양계장주에게 조금이라도 부담을 나누자고 요청을 할 수밖에 없다. 결국 유통업자와 농장주가 다 손해보는 구조이지만 향후 가격을 올려 팔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손해를 무릅쓰고 일단 유통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고 호소했다.
 
농산물 밭떼기 거래서도 만연한 갑질… 도농복합도시 지역경제도 악화
 
농산물 시장에서의 갑질 행위는 유통업자와 농장주 사이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생겨나고 있다. 일부 유통업자들이 농민들을 대상으로 일명 ‘밭떼기 거래(포전거래)’ 계약을 해놓고 과일·채소 값이 오르면 수확해 가져가고 반대로 가격이 떨어질 경우 멋대로 계약을 파기하는 등의 갑질이 만연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 김천에서 자두 농사를 짓는 손인후 씨(가명)는 지난해 초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중간유통업자와 ‘밭떼기 거래’ 계약을 체결한 후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손 씨는 소개받은 유통업자와 수확을 거두기 전 밭에서 나온 수확물 전체를 거래하기로 했지만 자두값이 하락하면서 유통업자가 갑자기 계약을 파기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해당 지역에서는 구두상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관행이라 손 씨는 어떤 법적 대응조차 하지 못했다. 손 씨는 “유통업자가 6월 말 수확철이 다가왔는데도 연락이 없었다”며 “7월 초 쯤에서야 유통업자는 전화로 대뜸 ‘왜 수확철이 지났는데 연략하지 않았냐’고 먼저 화를 냈다”고 운을 뗐다.
 
▲ 갑질 행위는 유통업자와 농장주 사이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농산물 악덕 유통업자들이 이른바 밭떼기 거래를 하고 과일값이 크게 오르면 농산물을 수확하고 가격이 떨어지면 수확하지 않고 잔금도 치르지 않는 사례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사진은 경북 김천 소재 한 자두 농장. ⓒ스카이데일리
 
이어 “일반적으로 밭떼기 거래를 할 경우 농민들은 재배를 전담하고 수확은 유통업자 측에서 하는 만큼 수확을 빨리 해가라고 대응했다”며 “유통업자는 알겠다고 답했지만 수확철이 돼도 수확을 해가지 않았다. 알고 보니 지난해 과일값이 전반적으로 모두 하락하면서 자두값도 크게 하락한 것이 이유였다”고 토로했다.
 
손 씨는 “유통업자는 자두의 상품성이 떨어져 지금은 잔금을 줄 수 없으니 계약금을 준 것으로 거래를 마무리하자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결국 자두는 상품성이 떨어져 공판장에도 가져가기 어려운 상황이 됐고 일부 폐기처리와 직접 유통까지 해봤지만 결국 손해는 피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주목되는 사실은 밭떼기 갑질, 마트 갑질 등으로 농민들의 피해가 커질 경우 결국 일반 서민에까지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농민들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할 경우 농산물 수급 자체에 차질이 빚어져 서민의 장바구니 물가가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도농복합지역의 경우 지역경제 기반의 상당 부분을 농가가 지탱하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론 지역경제 전체가 휘청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불공정거래로 인한 농민과 유통업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보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법적 장치가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를 규제하니 식자재 마트라는 또 다른 포식자가 나타나 시장경쟁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며 “교묘하게 대형마트 규제를 피한, 사실상 대형마트와 다름없는 업체들이 24시간 영업을 하면서 지역 소상공인·농민들을 괴롭히는 사례가 빈번한 만큼 대형마트에 대한 정의를 수정해 이들에게도 규제를 적용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유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배태용 기자 / 생각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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