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디지털 전환이 급속도로 진행되며 ICT 기업의 부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지만 정작 IT 강국 한국의 디지털 혁신은 지지부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 기준 상위 5개 ICT 기업의 가치는 미국, 중국 기업들에 비해 각각 15분의 1, 4분의 1에 불과했고 글로벌 100대 ICT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 단 한 곳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 10년간 한국, 미국, 중국 등 주요국 증권시장 시총 상위 5개 ICT 기업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한국 주요 디지털기업들의 시총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그 규모도 현저히 작았다고 10일 밝혔다.
먼저 한국, 미국, 중국 증시 등에서 상위 5개 ICT기업들의 시가총액 총합계를 살펴보면 국가별 기업의 가치 차이가 극명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전경련의 설명이다. 미국은 5개 기업의 시총 합이 약 8092조원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약 2211조원으로 조사됐다. 그에 반해 한국 상위 5개 ICT기업의 시총 합은 약 530조원으로 미국의 1/15, 중국의 1/4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터넷 포털 및 전자상거래 기업 간 차이가 컸다. 네이버, 카카오 등 2개사 시총은 약 83조원으로 중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징둥닷컴 1개사 시총(120조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해외매출 비중이 네이버 30%대, 카카오는 아직 공식통계가 없는 실정으로 미국과 중국 인터넷 기업에 비해 글로벌 영향력이 미미해 상대적으로 증가세가 느린 것으로 분석했다.
또 글로벌 시총 기준 상위 100대 ICT 기업 명단에서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 단 한 곳만이 포함됐다. ICT 강국을 자처하는 대한민국의 글로벌 시장 지분율이 1%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글로벌 시총 기준 상위 100대 ICT 기업 중 미국 기업은 애플, 넷플릭스, 테슬라 등 57개사로 조사됐다. 중국은 알리바바를 포함해 12개사, 일본과 유럽은 각각 11개사, 10개사를 순위에 포함시켰다. ICT 신흥 강국으로 떠오르는 인도 기업도 3개사가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주요 ICT기업의 지난 10년간 시총 증가 속도 또한 한국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미국 5개사 시총 합계의 연평균 증가율이 29.4%, 중국 5개사가 70.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연평균 23.4% 증가에 그쳤다.
일례로 카카오의 경우 코로나의 영향에 힘입어 폭발적인 성장(63.1%)을 했음에도 중국의 배달 어플 업체 메이퇀 디엔핑(247.2%)에는 미치지 못했다. 다른 한국 기업들은 연평균 7~18%대 성장에 그쳤다. 현재 한국 디지털 기업의 시총 또한 코로나 국면을 맞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본격적인 디지털 산업으로의 재편은 미국·중국 등에 비해 아직까지 미흡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의 경우 불과 10년 전만 해도 석유회사 엑손모빌이 독보적인 시총 1위 기업이었지만(2007년~2011년 5년간) 2012년 애플에 그 자리를 내주었다. 애플은 2009년 7월 경 10위권에 진입한 이후 단 5개월만인 같은 해 12월 말 3위로 급등했다. 이후 1~2위를 유지하고 있다. 또 같은 유통서비스 분야에서 아마존(39.6%)과 월마트(7.1%)의 10년간 연평균 시총 성장세가 뚜렷한 차이를 보인 만큼 IT기업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지난 8월 4일 기준 미국 증시의 상위 10위 기업 중 5개가 IT 및 디지털 관련 기업일 정도로 미 증시는 10년 만에 획기적인 포트폴리오 재편을 이뤘다.
팬데믹이 디지털 이코노미로의 전환 시기를 더욱 앞당긴 가운데 앞으로 국내 제조업이 성장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디지털혁신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경련은 제조업 중심의 한국기업에게 있어 IT 디지털기업의 육성과 함께 기존 제조업·IT 분야 간 융합은 향후 글로벌 경쟁에서 반드시 풀어내야 하는 숙제인 만큼 마이크로소프트(MS)·테슬라 등 기존산업에서 디지털 혁신 및 융합에 성공한 모델을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S의 경우 독보적 위치에 있었지만 끊임없는 디지털 혁신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했다. 테슬라는 전통제조업인 자동차산업을 디지털과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고부가가치 사업을 만들어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시총을 통해 알 수 있는 기업가치는 실제 시장이 바라보는 향후 전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 더 나아가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미래향방을 제시해주는 데 의미가 있다”며 “지난 5월 카카오의 시총 Top10 진입이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등 제조업 중심의 한국경제가 디지털 이코노미로의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번 분석 결과 우리경제의 디지털화는 주요국에 비해 속도가 느린 것이 사실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IT강국 코리아가 글로벌 디지털 경제에서 그 위상을 이어가려면 디지털 혁신과 기존 산업과의 결합을 위한 창의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주현 기자/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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