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는 다음날부터 곧장 시행됐다. 도입 전부터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임대차3법은 도입 이후에도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예상됐던 부작용이 하나 둘 현실로 나타나면서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선량한 대다수 임대인들은 고통을 호소하며 절규하고 있다. 임차인들 역시 이른바 ‘전세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피해 구제를 호소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 될 것이며 결국 매물이 적어진 전세가격은 오르고 매매가격까지 동시에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 국민 피해가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월세시세 역시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찬성보다 반대 여론 높았던 임대차3법 국회 통과에 임대인·임차인 전부 절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한 언론사의 의뢰로 이달 3일부터 5일까지 사흘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10명을 대상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 여론을 물은 결과, 반대를 선택한 응답자가 49.5%(매우 반대 31.6%, 반대하는 편 17.9%)에 달했다.
반면 찬성을 선택한 응답자는 43.5%(매우 찬성 22.1%, 찬성하는 편 21.4%)로 집계됐다. ‘잘 모름’은 7.0%다. 수도권만 추렸을 때는 반대 50.0% vs 찬성 40.3% 등으로 찬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반대 여론은 단순히 조사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 집단 행동으로도 나타났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맞은편 여의대로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과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에 항의하는 ‘6·17 규제 소급적용 강력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모임’, ‘7·10 취득세 소급적용 피해자모임’, ‘임대사업자협회 추진위원회’ 등이 주최했다. 참가자는 주최 측 추산 1000명에 달했다. 이형오 6·17 부동산집회 추진위원장은 “정부가 응답하고 정책을 재고할 때까지 끊임없이 목소리를 낼 것이다”고 밝혔다.
발언 사이사이 참가자들은 ‘임대차3법 위헌’, ‘소급철폐 위헌타도’, ‘국민은 개돼지가 아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공공임대 좋으면 여당부터 임대살라”, “지역주민 협의 없이 공공임대 짓지 말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 참석자들은 집회를 마치고 항의의 의미로 더불어민주당 당사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오는 15일 대규모 촛불집회도 예고한 상태다.
70대 임대인이라 밝힌 유호상 씨는 “정부가 임대사업자를 투기의 온상으로 보고 적폐로 몰아붙이고 있다”며 “내가 투기를 목적으로 임대사업을 했다면 23년 동안 임차인에게 집을 제공하지 않고 중간에 매각했을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내가 소유한 아파트에 10년 이상을 사시는 임차인이 있는데 난 한 번도 임대료를 올리지 않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유 씨는 “노후에 생계형으로 임대사업자가 된 사람들이 많다”며 “그런데 정부가 갑자기 강제 말소를 시키면 가진 주택이 많아져 엄청난 세금(종합부동산세)을 물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제대책도 반쪽자리다”며 “매각될 때까지 종합부동산세를 내지 않도록 배려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 “전세·월세·매매 상승 불가피, 서민·청년 등 주거약자 서울 밖으로”
당초 정책 수혜자로 지목됐던 임차인들도 임대차3법 시행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58주 연속 상승을 기록했다. 지난달 27일 기준 0.14% 올랐던 서울 전셋값은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인 이달 3일 0.17%로 상승폭이 더욱 커졌다. 경기도 역시 같은 기간 0.24%에서 0.29%로 상승폭이 늘어났다.
월세 가격 역시 서울 곳곳에서 오른 곳이 관측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관악푸르지오’ 전용면적 59.58㎡(약 18평) 호실은 이달 2일(계약일 기준) 보증금 1억원 월세 85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같은 면적, 같은 층은 올해 2월 보증금 1억원, 월세 7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 소재 ‘라이프아파트’ 전용면적 84.74㎡(약 26평) 호실은 이달 5일 보증금 2억원 월세 50만원(8층)에 계약이 성사됐다. 앞서 지난달 3일엔 보증금 2억1000만원, 월세 17만원에 11층이 계약됐다. 해당 아파트는 월세 거래가 드문 곳이다. 직전 월세 거래는 2014년 4월로 보증금 1억7000만원, 월세 10만원에 월세 계약이 이뤄졌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두산아파트’ 전용면적 84.83㎡(약 26평) 호실은 지난해 12월 24일 23층이 보증금 8000만원, 월세 90만원에 거래됐으나 이달 4일엔 보증금 8000만원, 월세 90만원에 1층이 계약이 성사됐다. 일반적으로 1층은 고층에 비해 시세가 저렴해 사실상 월세가 오른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위치한 ‘한신아파트’ 전용면적 59.91㎡(약 18평) 호실은 이달 3일 보증금 2억원 월세 73만원에 10층이 계약됐다. 약 1년 전인 지난해 7월 9일 보증금 2억원, 월세 50만원에 21층이 거래된 것과 비교해 임대료가 훌쩍 상승했다.
서민들이 다수 거주하는 곳이 아닌 강남권에서도 월세 값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자리한 ‘아크로리버뷰신반포’ 전용면적 78.48㎡(약 24평) 호실은 이달 4일 보증금 6억원, 월세 235만원에 15층이 거래됐다. 올해 6월 17일 12층이 보증금 6억원 월세 200만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했을 때 2개월도 안 돼 월세가 35만원이나 껑충 뛴 셈이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 소재 ‘둔촌역청구’ 아파트 전용면적 59.87㎡(약 18평) 호실은 이달 4일 보증금 1억원 월세 85만원에 8층이 거래됐다. 해당 아파트는 월세 거래 자체가 드물다. 지난해 4월 같은 층이 1억원 80만원에 계약이 성사됐고 2월엔 보증금 1억원 임대료 70만원에 2층이 계약이 체결된 바 있다.
서울 모처의 오피스텔에 전세로 살고 있다는 김영주(20대) 씨는 “4년 뒤 시세상승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되면 결국 전세가격 안정은 물 건너가고 피해는 청년들 혹은 주거약자의 몫이 된다”며 “임차인에게 내놓을 집을 애써 관리할 필요도 없게 돼 주거의 질도 낮아질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어 “상가 건물을 장사가 잘 될 경우 건물주의 횡포가 꽤 자주 일어나고 근처에 가게를 구하기도 쉽지 않아 쫓겨나면 손님을 잃어 피해가 크지만 아파트는 다르다”며 “같은 단지 다른 동에 얼마든 매물이 있고 한데 계약갱신청구권이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세입자와 임대인 간 갈등만 유발시키는 정책이 아닌가싶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중개인과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진다. 월세 시세 상승, 전세 매물의 월세 전환,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매매가격 상승 등을 예측하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서울 서초구 소재 B 공인중개사는 “임대인들 중에선 손익계산을 따져 집에 들어간다고 말한 뒤 임차인을 내보내고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고 걸렸을 경우 벌금을 내면 그만이란 생각을 가진 분들도 여럿 존재한다”며 정부 의도대로 시장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자리한 J부동산 대표는 “자신이 직접 들어오겠다는 임대인들이 늘어나고 있고 임차인들은 못 나가겠다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어 혼란스럽다”며 “전월세 가격은 앞으로도 강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고 매매가 역시 연동돼 떨어지지 않고 밀려 올라갈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3법은 임차인을 보호한다는 미명아래 급하게 통과되고 시행됐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단기적으론 몰라도 장기적으론 나쁜 판단으로 보인다”며 “각종 논문에서도 세입자를 보호하는 법안이 제정되면 공급에 문제가 생기고 품질저하도 뒤따라온다”고 진단했다.
심 교수는 “집주인들은 임차인에게 집수리를 맡길 것이다”며 “임차인에겐 불리한 상황이다”고 언급했다. 이어 “시장에서 임차인을 위한 물량이 위축되지 않고 나올 수 있도록 해 놓고 임대료 상한제를 둬야하는데 우리는 전체 주택을 대상으로 상한제부터 적용해 공급이 막히게 생겼다”며 “장기적으로는 전세, 매매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시행시기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서울에선 공급물량이 줄어들고 있는데 세금 압박을 가하고 이 법을 시행하니 임대인들은 전월세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공급하는 임대주택에 들어가지 못하는 청년, 주거약자는 주거 환경이 열악한 곳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고 우려했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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