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수도권의 서쪽 절반과 대전, 청주를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등을 규제지역에 포함시키는 것이 이번 대책의 골자다. 그러나 벌써부터 부동산 업계 안팎에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그동안 시행된 부동산 대책으로 인한 풍선효과 외에 서울로 다시 수요가 몰리는 역 풍선효과 가능성이 제기돼 주목된다. 수도권으로 돌린 수요자의 관심이 규제지역 확대로 다시 서울로 향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미 서울의 일선 부동산에선 매물 문의가 서서히 증가하는 것으로 스카이데일리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20번 실패한 규제 일변도 부동산정책, 고강도 규제카드 또 꺼내든 文정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가규제 가능성을 시사한 지 불과 일주일여 만에 정부는 새로운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17일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국토부) 장관은 “시장 유동성이 주택시장에 대한 투기수요로 연결되지 않도록 불안요인을 해소하고 실수요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택시장 과열요인을 차단하는 조치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강력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일관되게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내용을 정리하면 먼저 규제지역의 범위가 확대됐다. 정부는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대폭 확대했다. 수도권에서 조정대상지역으로 편입된 곳은 인천(강화·옹진 제외), 경기 고양, 군포, 안산, 안성, 부천, 시흥, 오산, 평택, 의정부 등이다. 지방에선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른 대전과 청주도 조정대상지역이 됐다.
△경기 수원 △성남 수정구 △안양 △안산 단원구 △구리 △군포 △의왕 △용인 수지·기흥 △화성 동탄2 △인천 연수구와 남동구·서구 △대전 동구·중구·서구·유성구 등은 투기과열지구로 묶였다. 이에 따라 전국에 투기과열지구는 48곳, 조정대상지역은 69곳 등으로 늘어났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막히고 9억원 초과 주택의 LTV가 20% 적용되는 등 강력한 규제가 가해진다. 조정대상지역에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억원 이하에는 50%, 9억원 초과엔 30%가 적용되고 총부채상환비율(DTI)은 50%로 묶인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도 중과된다.
최근 서울 송파·강남구 내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과 관련한 대규모 사업계획의 추진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정부는 서울시(지정권자) 협의 하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4개 동(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동‧청담동‧대치동) 총 14.4㎢ 등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이곳 아파트를 구입해도 바로 입주하고 2년간 살아한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는 아예 불가능해진다.
이번 대책으로 집을 구매하긴 더욱 어려워진 반면 공급 문턱은 더욱 높아졌다. 재건축 안전진단의 현장조사 등 절차가 강화되고 부실 안전진단기관에 대한 제재 수준도 높아진다. 추진 단지의 주택을 사들여 조합원 분양을 받으려면 2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 단순 투자 목적으로 재건축 아파트를 보유만 하고선 분양권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모든 규제지역에서 주택 구입을 위해 주담대를 받으면 주택 가격과 상관없이 6개월 내에 전입신고를 마쳐야 한다.
전문가 “무주택자·실수요자 주거안정성 확대 취지 사라져…서울 집값 치솟을 것”
정부의 이번 대책에 부동산 업계는 물론 정치권, 일반시민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 20번이나 실패했음에도 같은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는 지적이다. 특히 기존에 발생한 부작용 외에 새로운 부작용이 생겨날 조짐까지 보이면서 비판 여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규제만능주의’란 반응이 내놓고 있다. 황규환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또 다시 규제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아집이 되풀이됐다”며 “정부가 누더기 부동산 대책을 남발하는 사이 서울 아파트 값은 21.7%나 폭등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애당초 강남 집값 잡겠다더니 서울 전체 집값을 올려버리고, 서울 집값 잡겠다면서 수도권 집값을 올려버린 文정부다”면서 “이제는 대전과 청주까지 확대되고 있으니 정부의 규제사슬이 어디까지 한반도를 초토화시킬지 모를 일이다”고 비판했다.
황 부대변인은 “당장 내년부터 서울 내 공급절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오늘(17일) 정부의 대책은 오히려 풍선효과만 가저올 뿐이다”며 “각종 대출규제는 내 집 한 채 마련하려는 서민들을 여전히 투기꾼으로 몰며 그 꿈을 짓밟는 행위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업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그동안 규제로 눌러왔던 서울 집값이 다시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수도권에 몰렸던 수요자의 관심이 규제지역 확대로 다시 서울로 향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규제를 피해 수도권으로 몰렸던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질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국토의 상당 부분을 규제지역으로 묶었다”며 “이에 따라 투자세력, 실수요자들은 선택과 집중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강남권, 마·용·성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해 서울 집값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지속적으로 내놓는 수요 억제(대출 규제) 정책으로 실수요자들은 내 집을 마련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고 꼬집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대한 규제도 강화됐다”며 “정책의 방향성이 무주택자와 실수요자를 위한 방안인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체율이 높지 않은 주택담보대출을 규제로 적게 받을 수밖에 없다면 현금여력이 부족한 서민들은 집을 구매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워진다”며 “주택구입 의사가 있는 사람의 싹을 모두 잘라 자신들에게 유리한 유권자로 만들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번 규제로 주택거래시장에 불법거래들도 향후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안전진단 강화와 재건축 부담금 징수가 재건축사업 장기화로 이어져 신규주택구매와 입주권투자가 성행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입주권은 공익적인 성격으로 초과이익환수를 받지 않는 재개발입주권을 말한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도권 외곽 도시를 규제하면 결국 역 풍선효과가 발생해 서울 알짜지역의 기존 아파트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3억원 이상의 주택을 구입하려면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한다”며 “이는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를 도입한 것과 다름없다”고 진단했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일선, 현장에선 부동산 전문가들의 전망이 벌써부터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추가규제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온 이달부터 강북, 경기도에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의 강남입성을 위한 문의가 있었고 계약금까지 걸어 놓는 사례가 확인됐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B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 12·16 대책으로 고가 아파트가 몰린 강남권을 규제하니 강북 쪽으로 투자 수요가 몰렸다”며 “최근엔 그쪽 아파트를 팔고 강남권으로 넘어오는 분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대출 규제가 수도권 전역으로 퍼진다는 이야기가 돌자 강북에 물건을 가진 분들과 경기도에 집을 소유한 분들로부터 문의 전화를 상당히 많이 받았다”며 “지난 16일 밤엔 집을 보지도 않고 반포 일대의 아파트 호실을 사기 위해 계약금을 넣으신 분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서울 용산구 소재 M부동산 관계자는 “규제를 앞두고 이촌동쪽 아파트를 매입하기 위한 문의 전화가 많았다”며 “실제 계약금을 건 분들도 상당수였다”고 언급했다. 이어 “수도권 규제 강화로 수요가 서울 알짜지역으로 옮겨올 것으로 보여 용산 일대 아파트 값은 오르면 올랐지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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