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임현범 부장|강주현·윤승준·홍승의 기자]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오히려 경제적 약자의 주거복지 질을 낮추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다주택자를 겨냥한 부동산 임대차 규제는 ‘시장 안정’과 ‘서민 주거복지’라는 정책 목적과 달리 각종 부작용만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임대차 규제로 그동안 ‘내 집 마련’의 사다리 역할을 해왔던 전세제도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면서 경제적 약자의 주거비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임대차 3법 시행 후 전세 품귀현상 심화에 월세마저 가격 급등 ‘규제의 역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9년 9월까지만 해도 92.6이었던 서울 주택 전세수급동향지수가 지난달 113까지 치솟았다. 전세수급동향지수는 전세매물 공급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을 초과하면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현재 지수는 수요에 비해 전세 매물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으로 해석된다.
전세 매물 부족에 시달리는 것은 비단 서울뿐만이 아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92~93 정도를 유지하던 전국 주택 전세수급동향지수는 정부가 6·17 대책에 이어 임대차 3법 등 고강도 규제를 내놓은 이후 심화됐다. 6월 들어 95까지 올랐고, 7월부터는 100을 넘어섰다. 지난달 전국 주택 전세수급동향지수는 102.2를 기록하면서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은 전국으로 확산했다.
전국적으로 주택 전세 가격은 물론 월세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전국 주택 전세가격지수는 98.8이다. 전달 대비 무려 0.44가 올랐다. 올해 들어 전세가격지수가 상승세를 보이긴 했지만 평균 지수 상승률이 0.20임을 감안하면 평소보다 2배 이상 급등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년들 사이에선 주거비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전세 대출을 받아 이자를 내는 게 월세보다 싸지만 매물이 거의 없는 데다 대출 받는 조건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특히 대출을 받기 위해 소득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만큼 이제 막 취업에 성공한 사회초년생들은 사실상 월세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고 토로한다.
서울 소재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이상훈 씨(29)는 “주거비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월세에서 전세로 이사려고 했지만 매물 자체가 없을 뿐더러 6월부터 갑자기 전세 가격이 올라 포기했다”며 “중개인으로부터 고작 1억원으로는 전세를 구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주거 절벽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전세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월세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달 전국 월세통합가격지수는 98.4를 기록했다. 4월과 5월만 해도 0.01 오르는 데 그쳤던 지수는 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과 임대차 3법 등을 내놓은 6월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6월 0.05 오르기 시작해 7월 0.07, 8월 0.10 등을 기록하면서 급격히 올랐다.
정부가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있지만 절차와 자격이 까다로울뿐더러 경쟁률도 높아 그림의 떡이라는 하소연도 나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도입한 청년전세임대주택은 저소득층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등 청년들이 전세 주택에 거주할 수 있도록 LH가 전세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전세금 지원 금액은 수도권 기준 최대 1억2000만원, 광역시 9500만원, 기타지역 8500만원이다.
그러나 대다수 임대인은 LH 청년전세임대주택 계약을 피하기 일쑤다. LH에 제출해야 할 서류가 많아 번거롭고 부담스럽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 임대인이 LH의 청년전세임대주택을 통해 계약을 하려면 LH로부터 위임받은 법무사의 권리분석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압류 여부와 중개대상물 확인 설명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에서 시행하는 공공임대주택 사업도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주변 시세에 비해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까지 임대료를 낮춰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경쟁률이 100:1은 가뿐히 넘긴다. 청년들이 청년주택에 당첨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나친 부동산 임대차 규제는 서민 주거복지 하락 부추겨… 민간공급 길 터줘야”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의 지나친 부동산 규제가 오히려 청년·서민주거환경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임기 내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10~20년을 바라보고 장기적 관점에서 부동산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정책 방향성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월세시대가 다가온 건 어떻게 보면 그동안 정부가 펼쳐온 경제개발계획의 부산물이다”며 “건설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선분양 제도와 전세제도를 도입한 덕분에 한국은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전세제도가 서민 경제안정에도 도움을 줬는데 여기서 불로소득 문제가 생기자 양도세를 만들어 환수하고 있었다”며 “집값 상승은 복합적인 원인이 있는데 정부가 다주택자만 타깃으로 삼아 징벌적 과세를 매기다 보니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요는 넘쳐나는데 공급이 부족하다보니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며 “다주택자가 주택을 공급해야 하는데 정부는 오히려 다주택자를 향해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 등 모든 길을 막아놓다 보니 부동산 시장이 크게 왜곡되고 결국 그 피해가 고스란히 서민에 전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청년과 서민주거 문제로 불거진 부동산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선 정부가 매매 활성화와 임대차 활성화 중 정책 노선을 확실하게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매 시장을 활성화해 실수요자가 집을 살 수 있도록 대출 규제를 풀어주든가,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을 수 있도록 숨통을 터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민간임대는 줄이면서 공공임대 주택을 늘린다는 건 한계가 있다”며 “다주택자들이 시중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라도 ‘양도세’를 완화해주거나 그게 아니라면 무주택 실수요자들을 위한 대출금융 규제를 풀어주는 게 근본적인 집값 안정화 대책이다”고 말했다.
그는 “무주택 실거주자들이 주택을 살 수 있도록 매매시장을 활성화시키거나 공급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임대차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두 가지 방법 중 한 가지 노선을 확실하게 정해야 한다”며 “매매와 임대차 모두 못하게 규제만 하다 보니 부작용만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서민주거안정을 위한다며 내놓은 임대차 3법 등장 이후 오히려 서민과 청년의 주거환경 불안정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장기적 관점의 부동산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무차별 규제보단 무주택 실수요자에 한해 규제를 완화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부동산 정책은 10~20년을 내다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임차인을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부동산 시장에 파장이 큰 정책을 성급하게 내놓고 있다”며 “서울의 경우 임대차 시장 반전세 증가가 심화되고 있는데 전세 물량까지 감소하면서 주택시장 가격은 또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농후해졌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교수(부동산학과)는 “정부 정책으로 규제에 규제를 하다 보니 ‘똘똘한 한 채’에 대한 부작용만 속출하고 있다”며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매도인들이 호가보다 높은 가격에 내놓지만 수요자들은 매물이 앞으로 부족하고 상승할 거라는 생각에 매수에 나서고 있어 집값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취지와 달리 전월세 물량이 줄어들고 가격이 오르는 등 역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국민의 권리만 빼앗는 규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실효성면에서 청년과 서민 주거환경이 불안정해지고 있는데 오히려 무주택 실수요자들에 한해 집을 살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줘야 부동산 안정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임현범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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