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임이 확정된 이동걸 KDB산업은행(이하 산은) 회장의 리더십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연임 결정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회와 감사원 등을 통해 산은에 대한 각종 의혹과 비리들이 수면위로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특혜 논란부터 갑질이나 공금 사적 유용 등까지 공적자금을 운용하는 국적은행의 모럴해저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다음달 열릴 국정감사에선 국회와 금융당국이 산은은 단단히 벼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기업은 중기전용 저리로 3100억 특혜대출, 중기는 과도한 연대보증 요구 갑질 논란
최근 5년간 산은이 운영하는 중소·중견기업 전용 대출상품을 대기업이 이용한 규모가 3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밝혀져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 소속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 2016년부터 자산 10조원이 넘는 상호출자제한집단 소속 기업 25곳에 3116억원에 달하는 중소중견기업 전용상품을 대출했다. 사실상 자격이 없는 대기업에 대출을 해준 것이다.
OCI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소속 기업에 각각 700억원, SK그룹에 611억원, 셀트리온에 450억원, 세아그룹 200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이들 기업은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0.3%의 금리우대 혜택도 받아 총 이자감면액만 11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행태는 산은의 허술한 대출 심사 과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매년 5월 공정위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 기업집단을 발표해 홈페이지에 게시한다. 사실상 대기업 목록이다. 한 금융관계자는 “이것만 찾아봐도 모를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산은은 대기업이 아닌 곳에 대출을 해줄 때는 은행법도 무시한 채 과도한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등 일종의 갑질을 일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7월 공개한 ‘한국산업은행 기관운영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산은은 은행법 등 관련법에 따라 대출약정시 연대보증인을 세우면서 보증채무 한도액을 지급보증액을 차감한 대출금액의 120% 이내로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2015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약정된 산은의 지급보증부 대출 608건 중 75%인 450건이 120%를 초과해 과도한 연대보증에 해당됐다. 관련법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위)는 부당하게 연대보증을 요구한 은행에 시정조치와 함께 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이에 감사원은 산은에 유사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주의를 촉구하고, 금융위원회에 산은에 대한 철저한 지도·감독과 과태료 부과를 통보했다.
규정까지 변경하며 퇴직자 챙기기…제공임직원 개인비리도 천태만상
산은 임직원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와 이로 인한 내부 비리도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산은은 퇴직자가 설립한 업체가 포함된 컨소시엄에 4년에 걸쳐 83억원 규모의 영업점 경비용역 계약을 부당하게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경비용역 계약 갱신계약을 앞둔 산은의 A부문장은 산은 퇴직자인 이 업체 대표로부터 ‘입찰에 참가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영업점 경비용역 계약업무를 총괄하는 B부장에게 이를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앞서 산은은 2014년 이전까지 영업점 경비용역을 특수한 기술이 요구되는 용역으로 보고 경비업 면허를 보유하고 3년 이상 경비용역 수행실적을 충족한 업체만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토록 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의 업체는 경비용역 수행실적이 전무한 실정이었다.
B부장은 국가계약법 등 관련법상 근거 없이 입찰 참가자격을 변경해 컨소시엄에 소기업 또는 소상공인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하고 1개 업체만 경비용역 수행실적을 충족하면 되는 것으로 입찰공고를 냈다.
결국 산은은 이 업체가 포함된 컨소시엄과 2014년에는 1년간 17억5000만원, 2015년에는 3년간 65억50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경비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B부장은 컨소시엄에 포함된 업체 대표와 세 차례 골프를 치는 등 자체 임직원 행동강령도 위반했다. 이에 감사원은 “제한경쟁입찰의 취지를 훼손했다”며 B부장에는 징계처분을 요구했고 A부문장에 대해서도 주의를 요구했다.
업무추진비 등에만 써야하는 법인카드를 유흥주점 35곳에서 사용하다 적발된 직원도 있었다. C지점장은 팀장으로 근무하던 2015년 2월부터 2018년 6월까지 3년 5개월 동안 82차례에 걸쳐 약 1500만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이 과정에서 C씨는 모니터링을 피하기 위해 밤 11시 이전에만 결제하고 집행 내용을 ‘아시아 은행산업 전망회의’ 등으로 허위기재했다. 결국 감사원은 ‘음주가무 등이 가능한 유흥주점만을 선택해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산은에 C지점장에 대한 정직을 요구했다.
산은 직원 D씨는 2015년과 2018년 연구용역에 참여한 대가로 2025만원을 지급받는 등 겸직 활동을 하면서도 이를 사전에 승인받지 않았다. 이처럼 최근 5년간 승인받지 않고 겸직한 산은 직원은 5명으로 이들은 11차례에 걸쳐 모두 8500여만원을 받았다.
팀장 E씨는 2016년 외부강의 등을 한 대가로 180만원을 지급받았는데도 외부강의 등의 내역을 신고하지 않았다. 신고 없이 외부강의를 하고 사례금을 받은 직원은 16명으로 이들은 78회에 걸쳐 총 4600여만원의 사례금을 받았다. 감사원은 “산은은 소속 직원에 대한 복무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사면초가에 놓인 산은 향한 전방위 압박…산은에 칼 겨눈 금감원·국회
국회와 금융당국은 이번 기회에 산은의 각종 비리를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강력한 조치를 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무위 한 의원실 관계자는 “감사원 보고서에 드러난 것 외에도 다른 산은의 문제점을 조사 중이다”며 말을 아꼈다. 다른 의원실 관계자도 “이번 국감에서 산은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 짚고 넘어갈 것이다”며 험난한 국감을 예고했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도 산은에 대한 날을 세우고 있다.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금융위의 검사 항목 위탁을 받아 산은에 대한 부문 검사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문검사는 전체를 들여다보는 종합검사와는 달리 특정 문제에 대해서만 검사한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중인 사항에 대해선 말하기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산은을 향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산은의 수장인 이 회장의 리더십에서 의문부호가 뒤따르고 있다. 특히 연임 성공 직후 나온 악재들로 인해 산은 안팎에서 연임 결정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이 회장은 일찌감치 연임이 유력할 것으로 평가 받아온 만큼 전방위적 파도를 어떻게 헤쳐나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원석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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