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승계 시 징벌적인 상속세 부담으로 상속재산의 감소뿐만 아니라 경영권 승계도 불확실해져 기업가 정신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상속세율 인하 및 자본이득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5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기업승계시 과도한 상속세 부과의 문제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OECD 국가들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은 2위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기업승계 시 주식가치에 최대주주할증평가(20% 할증)가 붙는다. 사실상 최고세율 60%를 적용받기 때문에 OECD 국가 중 최고세율이 가장 높다.
한국, 일본 외 OECD 주요국들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프랑스 45%, 미국 40%, 영국 40%, 독일 30%, 벨기에 30%, 네덜란드 20% 등이다.
이를 토대로 18조2000억원의 상장주식을 직계비속 ‘배우자와 자녀 3명’에게 상속한다고 가정해보면 우리나라에선 상속세 부담액이 10조5905억원에 이른다. 주요국 중 가장 높다. 일본이 10조96억원으로 뒤를 이었고 미국 7조2747억원, 독일 5조4592억원, 영국 3조6399억원, 캐나다 3조30억원 등으로 추산됐다. 18조2000억원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그룹 주식가치 추산액이다.
상속세 실효세율로 보면 우리나라가 58.2%로 계산된다. 이어 일본 55.0%, 미국 39.9%, 독일 30.0%, 영국 20.0% 등이다. 캐나다는 16.5%에 불과하다. 상속 시 상속세 대신 자본이득세로 과세하기 때문이다. 자본이득세는 상속 시 과세하지 않고 상속받은 자산을 추후 유상으로 처분할 때 피상속인(사망자)과 상속인 보유기간 동안의 자본이득을 합산해 ‘양도소득’으로 과세하는 걸 말한다.
이 밖에 호주와 스웨덴은 상속받은 자산을 추후 처분할 때까지 과세가 이연되는 자본이득세(승계취득과세) 체계를 적용하고 있어 상속 시 과세되지 않는다.
임동원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위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 상속세 부담이 주요국보다 46~253% 높다”며 “미국에 비해 46%, 캐나다와 비교하면 253% 만큼 상속세 부담이 각각 더 높아 우리나라는 현재 징벌적인 상속세가 기업에게 사망선고처럼 과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임 부연구위원은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기업승계 시 조세장벽을 발생시키고 획일적인 최대주주 할증평가로 인해서 상속세율이 60%까지 적용될 수 있는 점은 더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며 “상속재산의 감소뿐만 아니라 경영권 승계도 불확실하게 해서 기업가 정신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세계 1위 손톱깎이 생산업체였던 ‘쓰리세븐’은 2008년 상속세 문제로 지분을 전량 매각하자 적자기업으로 전락했다. 세계 1위 콘돔 생산업체 ‘유니더스’는 상속세 때문에 2017년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넘겼다. 국내 1위 밀폐용기 제조업체 ‘락앤락’도 상속세 부담을 고려해 2017년말 홍콩계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하는 등 과도한 상속세로 인해 기업승계를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OECD 국가들의 소득세와 상속세 최고세율 합계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일본(100%)에 이은 2위(92%)다. 최대주주할증평가를 적용하면 102%로 OECD 회원국 중 1위로 소득세와 상속세 부담이 가장 크게 나타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임 부연구위원은 “이미 소득세가 과세된 세후소득이 상속세 과세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상속세가 높으면 소득세가 낮든지 또는 그 반대여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높은 상속세 최고세율(2위)을 유지하면서 소득세 최고세율(14위)은 계속 올리고 있어 전체적인 세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신설되는 10억원 초과구간의 소득세 최고세율이 45%(현행 42%)로 인상돼 소득세율 순위도 7위로 높아질 전망이다.
임 부연구위원은 “기업승계 시 ‘징벌적 상속세’라는 장애요인을 제거할 수 있도록 단기적으로 상속세율을 인하하고 추후 기업승계에 한정하여 자본이득과세가 도입된다면 기업승계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며 “중소·중견기업의 활성화 및 대기업으로의 성장이라는 선순환을 위해 우선 국제적으로 높은 상속세율(50%)을 OECD 회원국 평균인 25%까지 인하하고 최대주주할증과세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이미 주식가격에 포함돼 있어 실질과세원칙에 위배되므로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기적인 대안으로 기업승계의 장애요인인 상속세를 폐지하고 동시에 조세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자본이득세(승계취득가액 과세)의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추후 상속자산 처분 시 사망자와 상속인 모두의 자본이득에 과세하기 때문에 조세형평성도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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