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박선옥 부장|한원석 차장·배태용·정동현 기자] 전 세계에 한류 열풍이 불기 시작한 이후 중국은 자국의 엄청난 인구와 경제력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다각도로 한국을 압박해 왔다. 특히 한류를 이끌어가는 음악·영화·연예 등 문화 부문에 대해 중국은 소위 ‘한한령(限韓令)’을 내세워 규제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 내에서 한국의 콘텐츠나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광고 등의 송출을 금지시켰다.
시간이 흐르면서 중국의 한한령 수위는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상은 전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업계에선 여전히 한한령의 여파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심지어 규제를 넘어 산업 자체를 송두리째 뺏어가려는 움직임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수년에 걸쳐 키운 한국 아이돌 가수 몰래 빼가는 중국 연예기획사들
한국매니지먼트연합은 연예산업 종사자의 권익신장과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정당한 발전을 최우선 목적으로 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인가 단체다. 현재 해당 단체에 몸담고 있는 이남경 사무국장은 한한령에서 비롯된 우리나라 연예산업의 위기가 여전히 중국의 위협으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사무국장은 “중국 시장은 K-POP을 이끌고 있는 아이돌 그룹들에게 놓쳐서는 안 될 정말 중요한 곳인데 한한령으로 인해 아이돌그룹 공연도 어려워진 지 오래고 사실상 다른 활동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 사무국장은 “특히 엑소의 루한, 크리스, 타오 등 중국인 멤버들이 팀에서 탈퇴하면서 기획사가 타격을 입었다”며 “크리스와 루한은 소속사와 합의를 통해 SM에 복귀한 후 공식 탈퇴했고 타오는 소속사의 수익배분과 개인 활동 통제, 일방적 스케줄 운영을 이유로 소송을 냈는데 기획사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의 콘텐츠 불법 유통도 우리나라 기업들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다. 중국의 한 동영상 사이트인 빌리빌리(billibilli)에선 지난달 10~11일 방탄소년단(BTS)이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진행한 ‘BTS MAP OF THE SOUL ON:E’(BTS 맵 오브 더 솔 원) 콘서트 전체 영상을 어림잡아 10개 이상 찾아 볼 수 있다. 전부 불법 영상이지만 이렇다 할 조치는 취해지지 않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지난 6월에 진행했던 온라인 콘서트인 ‘방방콘: 더 라이브’의 8배가 넘는 예산을 투입하며 이번 콘서트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191개국에서 99만명 이상이 시청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티켓 수익만 하더라도 500억원 이상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불법 영상 유출로 인해 그 효과가 반감된 상황이다.
이 사무국장은 방탄소년단 콘서트 동영상 유출에 대해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콘서트 중국 유출 파문은 협회에서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면서 “중국의 저작권 인식이 우리보다 떨어지는 편이라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이번과 관련된 정확한 피해액 수는 밝히지는 않았지만 협회가 추산하기로는 최소 수백억원 이상의 피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가 2019년 펴낸 저작권 통계에 따르면 불법복제에 따른 연간 국내 경제적 손실규모는 2018년 음악·영화·방송·출판·게임 등 콘텐츠산업 부문에서만 △생산감소 3조298억원 △고용 손실 3조302억원 △부가가치 감소 1조3188억원 △세수손실 9108억원 △영업손실 2조125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지역별 해외법률컨설팅 건수 중 침해대응 관련은 중국 10건, 베트남 1건 등이며 같은 지역으로 묶인 태국과 필리핀은 각각 0건을 기록했다. 중국에서의 한국저작권 침해 사례가 다른 국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셈이다.
1개월 전 한국서 방송된 아이돌 무대 곧장 표절한 중국방송… “정부차원 대처 시급”
한국 콘텐츠에 대한 중국 내 저작권 침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프로그램 포맷 표절과 도용은 물론이고 불법유통까지 판치면서 국내 콘텐츠업계는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중국이 국내 예능 포맷을 시작으로 드라마, 뮤직비디오, 무대 연출, 게임, 웹소설 등 전 방위적으로 표절이 이뤄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6월14일 방송된 중국의 예능프로그램 ‘천천향상’에는 한 남자 가수가 부채를 이용한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는 불과 1개월 전인 5월 7일 Mnet ‘로드 투 킹덤’에서 한국의 보이그룹 골든차일드가 신화의 ‘T.O.P’를 재해석한 무대와 매우 흡사했다. 중국 측은 백조와 흑조의 대비 그리고 백조의 날개를 부채로 형상화한 골든차일드의 안무를 그대로 표절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중국의 모바일 게임인 ‘샤이닝 니키’에서 대한민국의 전통 복장인 한복을 중국의 전통 의상이라고 소개해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표절·도용을 넘어서서 사실과 역사를 왜곡하기에 이른 것이다.
다수의 전문가는 앞으로 중국의 한국 콘텐츠 표절·도용 사례가 계속될 경우 경제적 피해 규모 역시 날로 커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안전장치 설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박진기 한림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에는 중국이 태권도 역시 중국 무술의 일종이라고 억지를 부리기도 한다”며 “이러한 일은 사실 근래에 발생한 일이 아니라 ‘동북공정’이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진행돼 온 역사 왜곡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고 경고했다.
김공숙 안동대 융합콘텐츠 학과 교수는 “국내 인기 예능에 유사한 포맷으로 제목만 살짝 다르게 제작하는 중국 예능은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고 특히 한한령 이후에 교류가 없다는 이유로 표절, 도용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저작권에 대한 명확히 인식 설정과 정부 차원의 안전장치 설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승철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전 전국경제인 연합회 상근 부회장)은 “한중 양국의 교류에서 국방, 안보, 외교 등도 중요하지만 문화적인 요소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면서 “우리 기업이 피해를 보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고문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한류로 인한 혜택을 보고 있는 측면이 있지만 이번에 발생한 동영상 유출이나 예능 포맷 표절 같은 문제로 인해 우리 기업의 경제적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런 부분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중국정부에 철저히 문제 제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동현 기자/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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