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홀딩스가 3분기 실적을 공시한 가운데 오너일가의 지분 변동에 관심이 쏠린다. 허일섭 녹십자홀딩스 회장(대표이사)을 필두로 허 회장의 자녀들과 조카들의 지분이 모두 늘었다. 숙부·조카의 공동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녹십자의 지분구조 변동은 경영권 행방과도 연관이 짙어 업계와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다.
17일 GC녹십자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녹십자홀딩스는 3분기 누적 연결기준 1조2131억원의 영업수익(매출액)과 85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8%, 11.3% 씩 오른 수치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의약품 수요 등이 늘며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적 외 눈길을 끄는 부분은 지분율 변동이다. 허일섭 회장을 비롯해 두 아들인 허진성(녹십자바이오테라퓨틱스 상무), 허진훈 씨의 지분이 늘었다. 9월말 기준 이들 세 부자의 지분율은 각각 12.16%, 0.69%, 0.64% 등이다. 연초 대비 각각 0.07%p, 0.03%p, 0.02%p씩 늘었다.
허일섭 회장 조카들의 지분율도 늘었다.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 허은철 녹십자 사장(대표이사),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부사장(대표이사) 등이다. 이들 지분은 각각 0.62%, 2.60%, 2.91% 등인데 연초 대비 0.01%p, 0.04%p, 0.11%p씩 늘었다.
녹십자는 숙부와 조카들의 ‘공동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다. 실질적인 녹십자 창업주로 평가받는 고(故) 허영섭 전 회장 타계 후 그룹 경영권은 허 전 회장의 동생인 허일섭 회장에게로 넘어갔다. 이후 허일섭 회장이 조카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는 식으로 후계구도가 구축될 것이란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다만 녹십자 지분구조를 바탕으로 경영권이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녹십자 그룹은 오너일가→녹십자홀딩스→녹십자 및 기타계열사 등의 구조로 지배구조가 구축돼 있다. 녹십자홀딩스 지배력이 그룹 지배력의 핵심인 셈이다. 녹십자홀딩스서 허일섭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52.08%에 달한다.
여기서 52.08%의 지분이 잘게 쪼개져 있다는 점이 다양한 해석을 만든다. 녹십자홀딩스에서 특수관계인으로 이름을 올린 주주만 33명에 달한다. 허 회장까지 34명이 52.08%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친인척 관계 등으로 얽혀있지만 이해관계가 모호해 서로 다른 세력으로 쪼개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허성수 전 부사장만 해도 아버지 타계 후 모친과의 갈등을 겪은 바 있다.
녹십자 지배구조에서 오너일가는 허일섭 회장 일가, 허은철·허용준 형제 일가로 양분할 수 있다. 허일섭 회장을 비롯한 부인 최영아 씨, 허진성 상무, 허진영 씨(장녀), 허진훈 씨 등의 지분율 총합은 14.09%다. 허은철·허용준 형제 지분율 합계는 5.51%다.
지분율에 다소 차이가 나지만 서로 우호세력으로 구분되는 주주의 지분을 더할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목암생명과학연구소(9.79%), 미래나눔재단(4.38%), 목암과학장학재단(2.10%) 등 공익법인은 녹십자홀딩스 지분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이들 세 법인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그룹 경영권 행방이 달라질 수 있다.
일단은 세 공익법인 모두 허은철·허용준 형제 손을 들어줄 것이란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세 곳 모두 △고 허영섭 전 회장이 설립했고 △미래나눔재단 대표권이 허용준 부사장, 목암과학장학재단 대표권이 허은철 사장에게 있다는 점 등에서다. 이 경우 허은철·허용준 형제 우호지분은 21.78%에 달한다. 허일섭 회장 일가 지분을 훌쩍 넘어선다.
허일섭 회장에게도 일가 외 우호지분은 존재한다. 측근으로 분류되는 박용태 녹십자홀딩스 부회장의 지분 4.87%다. 박 부회장의 지분을 더하면 허일섭 회장 우호지분은 18.96%가 돼 허은철·허용준 형제 지분율과 비슷해진다.
양 측이 서로 엇비슷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은 오너일가 지분매입 행보에 관심을 더하는 배경이 된다. 이런 가운데 허일섭 회장은 지난 4일 녹십자 주식 3만주를 처분했다. 4일 녹십자 주가는 38만원을 넘었다. 미래나눔재단도 비슷한 시기 녹십자 주식을 처분했다. 3일 3만주, 4일 1만8171주 등을 처분했다.
당시 녹십자 주가는 신고가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허일섭 회장과 미래나눔재단은 상당한 차익을 실현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차익의 행방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일각에선 녹십자홀딩스 지분 확보에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