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현행 24%에서 20%로 인하되면서 저신용 서민 피해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출 문턱이 높아져 경제적 약자인 서민 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여당 금리 인하 추진에 저신용자 대출 축소 움직임 보이는 금융기관들
지난 16일 정부·여당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방안’을 확정했다. 양적완화로 나타난 제로금리 기조와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제2금융권의 고금리대출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법정 최고금리를 4%p 인하하면 20% 초과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239만명 중 208만명의 차주들이 매년 4830억원의 이자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학계와 금융권 내에선 이번 인하 방안을 ‘장밋빛 전망’에 눈이 먼 패착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서민들의 대출절벽 현실화가 불 보듯 훤하다는 이유에서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권의 대출 금리는 차주의 신용도에 따라 결정된다. 신용도가 낮거나 신용보증이 불확실하다고 판단되면 금리가 높게 책정되기 마련이다. 금융사 입장에선 그만큼 위험을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고금리가 내려가면 금융사 입장에선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사라져 이러한 고금리 대출마저 서민들이 이용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앞서 2016년 3월 법정 최고금리를 34.9%에서 27.9%로 7%p 인하한 이후 7등급 이하 저신용자들의 대부업 이용률은 크게 감소했다.
2018년 2월에도 법정 최고금리가 27.9%에서 3.9%p 줄어든 24%로 낮아지자 대부업체들의 대출 신청 거부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결국 돈을 빌리지 못한 사람들은 고금리를 요구하는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법정 최고금리 인하 발표 이후에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저신용자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제2금융권 내에선 7등급 이하 대출 상품이 하나 둘 사라지는 분위기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된다는 소식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저신용자의 신용대출을 줄이고 있다”며 “부실 위험이 큰 대출은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정책서민금융상품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권 안팎에선 회의적인 시선이 주를 이룬다. 정책 효과는 고작 1년 정도에 불과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법정 최고금리 떨어지면 저신용자 대출축소…코너에 몰린 서민들 불법 사금융 기웃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자금조달 비용이 높은 대부업체에게도 엄청난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부업체는 제2금융권에서 한도가 정해진 가계대출 형식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마진하락으로 신규 대출이 중단될 수도 있다. 만일 대부업체가 파산하면 이를 이용하는 43만명의 7등급 이하 저신용 서민들의 대출창구는 사라지게 된다. 결국 저신용 서민들이 향할 곳은 불법 사금융업체 뿐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대부시장 저신용자 배제 규모의 추정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법정최고금리를 인하한 뒤 신용 7등급 이하 저신용자의 비중은 감소하고 신용 4~6등급의 중신용자 비중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3분기 신규 대부대출자 중 40.9%가 중신용자, 57.4%가 저신용자였다. 그러나 2016년 3월 최고금리를 27.9%로 인하한 뒤 2016년 4분기에는 중신용자의 비중이 43.2%로 2.2%p로 증가했고 저신용자의 비중은 54.9%로 2.4%p 감소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이후 대부업체의 대출신청 거절이 크게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작년 저신용자(대부업·불법사금융 이용자)와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2018년 2월 최고금리가 현행 24%로 줄어든 이후 대부업의 대출 거절 비율은 2017년 31.7%에서 2018년 54.9%로 크게 증가했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할 경우 대부업체들이 건전성 확보를 위해 상대적으로 원금·이자 회수 가능성이 낮은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며 “궁박한 처지에 있는 소비자들이 감독이 가능한 대부업체가 아니라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게 돼 오히려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 원장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채무자의 지출규모 축소·워크아웃제도 활용 등 효과적 대응으로 일부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고금리 사채시장 이동과 같은 부작용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나 최고금리의 인하 수준이나 속도는 시장의 수용능력, 부작용 등을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도 비슷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금리 인하로 대부업계의 대출 중단이 속출할 경우 대출을 받고자 해도 기회를 얻지 못하는 수요자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의 ‘포용적 서민 금융을 위한 대부금융시장의 제도 개선’ 연구에 따르면 대부금융시장의 최고금리가 현행 24%에서 20%로 4%p 인하될 경우 약 3조원의 초과수요가 발생한다. 1인당 평균 대출 금액을 524만7000원으로 본다면 약 60만명의 초과수요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철 교수는 “대출 공급량의 축소와 초과수요로 인해 자금 수요가 절박한 금융소비자들이 불법적인 고금리 사금융을 이용하게 됨으로써 추가적인 피해와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대부금융시장의 위축은 더욱 심각한 금융소외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웃나라 일본, 최고금리 인하로 ‘불법대출 증가’ 부작용 겪어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불법사금융이 늘어난 사례는 이웃나라 일본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여신금융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일본 대금업 규제 강화 이후 10년간의 시장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최고금리를 연 29.2%에서 20%로 인하한 뒤 상당수의 대금업체가 퇴출당했고 저신용자 대출 수요에 상응하는 자금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미등록 대금업의 이용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일본금융청 조사에 따르면 대금업 이용 경험자 중 원하는 액수의 대출을 받지 못한 비율은 2010년 30.3%에서 올해 43.2%로 늘어났고 미등록 대금업을 이용한 경험자는 같은 기간 1.2%에서 8.8%로 늘었다.
장명현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중저신용자의 금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외형적인 규제보다는 시장 효율성을 높이는 정책이 바람직하다”며 “신용정보를 공유하고 합리적인 금리가 형성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대출업체의 자금조달비용 절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학계와 금융권의 분석, 이웃나라 일본의 사례를 통해 나타난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서민들의 불법 사금융 이용 급증 우려에 대해 정부는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현재 금리 20% 이상 대출을 이용하는 차주 중 13%(31만6000명) 정도가 대출만기 후 이용을 축소하고 이 중 3만9000명만이 불법 사금융에 노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햇살론과 같은 정책서민금융상품과 채무조정·진용회복 지원을 2700억원 규모로 확대하면서 금융이용 감소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정책서민금융상품에 대한 평가와 개선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햇살론과 새희망홀씨 등 정책서민금융상품의 효과는 단기적인 편이다. 정책서민금융상품 이용자의 ‘카드 현금서비스’, ‘저축은행 신용대출’ 등의 잔액이 감소했는지를 정책자금 미이용자 대조군과 비교한 결과 햇살론과 새희망홀씨 이용자들이 현금서비스와 같은 고금리 대출을 줄이는 긍정적 효과는 고작 1년 정도 유지됐다. 즉 저금리로 정책서민금융에서 돈을 빌린 이들은 미이용자보다 1, 2년 후 빚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오윤해 KDI 연구위원은 “저금리 정책서민금융상품의 단순 공급만으로는 장기적인 채무구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신용관리교육으로 이용자의 신용개선을 지원하고 신용상담을 통해 과다채무자를 채무조정제도로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