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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임성근 판사를 위한 변명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2-10 11:30:02

 
▲이동호 변호사
/탄핵 사유 세 가지 중 두 가지는 경미한 관여
/가토기자 재판 관여도 유무죄 판단 개입 아냐
/부결된 추미애 전 장관 탄핵사유와 비교 필요
/임성근 건이 추미애 건보다 중대위반인지 의문
/헌재, 관여에만 집착 말고 의도 살펴주길 기대
 
이달 4일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의원 179명의 찬성으로 헌정 사상 최초로 통과되었다. 탄핵 소추 가결 후에 대법원장과 임 판사 간의 대화 녹취까지 공개되면서 온 나라가 여전히 시끄럽다. 그런데 세간의 기억에서 빨리 잊혀져 그렇지 불과 몇 달 전에 탄핵 시도가 또 한 건 있었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는데 이 탄핵안은 작년 7월 20일 부결되었다. 법관이나 국무위원 탄핵에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추미애 장관 탄핵안을 발의한 야당은 과반 의석에 못 미치기 때문에 탄핵안도 부결될 수밖에 없었다. 탄핵 소추의 성패는 헌법과 법률 위반의 정도가 아니라 사실은 의석수에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헌법과 법률 위반 정도가 훨씬 커도 의석수 부족으로 통과되지 못하고 묻혀 버리는 탄핵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의 관심은 임성근 판사에 대한 가결된 탄핵안과 추미애 전 장관에 대한 부결된 탄핵안을 놓고 실제로는 누가 더 탄핵되어야 마땅한지 즉, 누가 더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는지에 쏠렸다.
 
우선 임성근 판사에 대한 탄핵 사유는 그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형사수석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세 건의 재판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도박죄 약식사건 공판절차회부에 대한 재판 관여, 쌍용차 집회 관련 민변 변호사들에 대한 체포치상 사건 재판 관여, 그리고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기자의 ‘세월호 7시간’ 허위보도 사건 재판 관여이다. 법관은 한 명 한 명이 모두 헌법기관이고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해야 하므로 상급 판사라고 해서 하급 판사의 재판에 관여하거나 지시하는 것은 당연히 부적절하다. 그러나 임성근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아무리 읽어 봐도 그에게서 헌법상의 가치인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악의나 고의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도박죄 약식사건 공판절차회부 사건은 유명 야구선수의 도박 사건을 검사가 굳이 재판을 열 필요 없이 벌금 700만원을 선고해 달라고 기소했는데 판사는 정식으로 재판을 열려고 했던 사안이다. 임성근 판사는 굳이 재판을 열 필요가 없다고 보았는지 담당판사에게 주변의 다른 판사와도 이야기 좀 나눠보면 좋겠다고 했고, 담당판사는 주위의 의견을 물은 후에 재판은 열지 않기로 하고 벌금만 1000만원으로 올려서 명령했다. 순전히 절차에 대한 관여였다. 피고인이 만약 무죄라고 생각하거나 벌금이 과하다고 생각하면 정식으로 재판을 열어 달라고 해서 다툴 수 있는 권리는 보장되어 있다. 그래서 누가 피해를 볼 사안은 전혀 아니었다. 
 
쌍용차 집회 관련 민변 변호사들에 대한 체포치상 사건은 해당 집회 과정에서 민변 변호사 4명이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의 팔을 잡고 20m를 끌고 가서 상해까지 입힌 사안이었다. 해당 판사가 판결을 선고하고 판결문의 전산 등록까지 마친 후에 임성근 판사가 양형 이유 부분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표현을 ‘톤 다운’하는 것을 검토해 보라고 했다. 그래서 해당 판사가 이미 등록된 판결문을 취소하고 다시 써서 재등록을 했다. 이 과정이 적절치 않은 것은 맞지만 유무죄 판단이 바뀐 것도 아니고 다만, 경찰과 변호사가 피해자와 가해자로 엮인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표현 수정을 요구했던 사안에 불과했다. 그래서 이 두 사안은 법관 탄핵 사유라 하기에는 사실 민망한 수준이다.
 
가장 핵심은 가토 다쓰야 사건이다. 가토의 기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 중에 모처에서 최순실의 전 남편 정윤회를 만났다는 것이었다.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 임성근 판사에게 ‘유무죄는 재판부에서 알아서 결정하지만 세월호 7시간 행적 보도가 허위로 드러나면 그 부분은 분명히 언급해 달라는 의견을 전했고 임성근 판사가 이를 다시 해당 재판장에게 전달했고 기사 내용이 허위인 점이 분명히 부각되도록 판결문, 설명문, 보도자료 작성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재판장과 주심판사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와 정윤회의 증언에 비추어 박 대통령이 정윤회를 만났다는 기사 내용은 허위임을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세월호 7시간 대통령의 모든 행적을 밝히겠다는 가토 측의 무리한 주장과 청와대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여튼 보도 사실은 허위이지만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까지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토 기자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재판장은 대한민국 대통령을 조롱하고 대한민국을 희화화하는 기사를 작성하면서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가토를 꾸짖었다. 이 과정에서 임종헌이 임성근에게, 임성근이 해당 재판장에게 무엇을 ’지시‘했거나 ’요구‘했다는 사실관계는 탄핵소추안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재판장이 임성근에게 항의했다는 사실관계도 없다. 오히려 임종헌은 임성근과의 두 차례 전화통화에서 매번 ‘유무죄는 재판부가 알아서 결정하는 것이지만’이라고 하여 실체 판단에 관여할 의사가 아님을 명백히 했다. 임성근 판사도 재판장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대단히 미안하지만, 이 사건은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서 전체 설명자료와 보도자료를 제가 한 번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라고 매우 정중하게 접근했다.
 
그래서 필자의 눈에 이 사건은 허위 사실 보도로 대한민국 대통령을 욕보인 일본인 기자를 꾸짖어 주려했던 의도이지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일본의 대표적 극우신문 산케이 기자가 취재원도 밝히지 못하면서 적반하장 식으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을 밝히겠다면서 청와대를 대상으로 온갖 증거신청을 하는데 대한민국 법원이 그것을 다 받아줄 수는 없지 않는가. 처녀인 여성 대통령이 국민 300명이 물에 빠져 죽어 나가는 시간에 호텔에 가서 남자를 만났다는 그런 허위 보도를 한 기자를 재판부가 꾸짖어 달라는 법원행정처의 의견을 충실히 이행한 임성근의 의도가 탄핵을 당할 정도로 비난가능성이 커보이지는 않는다.
 
반면에 추미애에 대한 탄핵 소추 사유는 실정법 무시와 위반의 의도가 비교적 명백한 건들이었다. 조국 사건, 청와대 감찰 무마 사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의 책임자급 검사들을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인사 이동시켰고 검언유착 의혹 같이 구체적인 사건에서 검찰총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수사 지휘권을 행사한 것은 검찰청법 위반 소지가 컸지만 그대로 밀어붙인 사안들이었기 때문이다. 공개 석상에서 책상을 내려치며 “장관 말 들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새삼 지휘랍시고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 “검찰총장이 내 지시를 절반 잘라먹었다”, “말 안 듣는 검찰총장과 일해 본 법무부 장관을 본 적이 없다”고 검찰총장을 공개 비난하여 국가공무원법상의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건도 있는데 임종헌과 임성근의 정중했던 태도와는 사뭇 대비가 된다.
 
 
 
그러나 현실은 다수 여당의 의지대로 관철되었다. 임성근의 재판 관여만이 헌법재판소의 재판대에 올랐으나 과연 임성근이 추미애보다 더 탄핵되어야 마땅한지, 그가 더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떨칠 수가 없다. 그래서 필자는 헌법재판소가 재판 관여라는 사실에만 너무 집착하지 말고 그 의도와 그 결과가 과연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 것인지를 헤아려 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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