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BM이 반도체 최첨단 미세 공정 기술인 2나노미터(nm, 10억 분의 1m)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첨단 기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양상이다.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반도체 산업의 위기가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총수 부재 위기를 맞고 있는 삼성전자의 미래먹거리 선점을 위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IBM, 2나노 기술력 과시→시장 선점 의지…“삼성전자 과감한 투자 시급”
11일 업계에 따르면, IBM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2나노미터(㎚) 칩에는 최대 500억개의 트랜지스터를 장착할 수 있다. 현재 양산되고 있는 5나노 칩에 트랜지스터 300억개가 장착되는 점을 감안하면 독보적인 기술이다.
이에 2나노 칩으로 기대되는 성능이 주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배터리 수명 증가 △탄소 배출량 감소 △애플리케이션 처리 속도 향상 등이 있다. 2나노칩 구현을 통해 휴대폰 배터리 수명은 4배 가까이 증가해, 한번 충전으로 4일 간 휴대폰을 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애플리케이션 처리 속도 향상부터 언어 번역 지원 및 인터넷 접속 속도 향상 등 노트북 기능도 대폭 향상된다. 아울러 자율주행차의 물체 감지 및 반응 시간 단축에도 기여한다.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1%를 차지하는 데이터 센터의 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
현재까지 양산가능한 반도체 기술은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보유한 5나노 생산 기술이다. 양사는 내년 중으로 3나노 공정을 계획하고 있다. IBM은 2나노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를 오는 2024년 중에 본격적으로 생산한다고 밝혔다. 반면 인텔은 빠르면 2023년 중으로 극자외선 기반 7나노급 반도체 생산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IBM이 2나노 기술력을 과시하면서 시장 선점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오늘날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한 만큼 반도체 업계의 첨단 공정 경쟁은 점점 가열되고 있다. 이같은 점들을 통틀어 봤을 때 삼성전자의 과감한 투자가 어느 때보다 결실해진 상황이다. 그러기 위해선 오너의 결단과 뚝심이 시급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무엇보다 반도체 산업은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첨단사업에 속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93억4200만달러(한화 약 10조4500억원)를 기록하면서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수출액이 2개월 연속 9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8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지난달 511억9000만 달러를 기록한 수출액 중 20%가 반도체 수출액이었다.
더군다나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가팔라지면서 정부는 오는 13일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이른바 ‘K-반도체 벨트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세부 내용은 아직 공개는 안됐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그간 강력하게 요구해온 세제 지원 확대와 인력 양성 등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지원책이 담길 것으로 예상한다.
‘반도체 강국’ 공든탑 붕괴 초읽기…“정부·기업간의 합심 속도내야”
재계 안팎에선 정부의 반도체 지원책을 두고 기대보단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형식적인 지원방안보단 기업과 정부 간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역할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배경이다. 3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사법리스크 장기화로 인해 총수부재 사태를 겪고 있는 삼성전자는 투자·경영행보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올해 1분기 삼성의 반도체부문은 매출 19조원이었으며 매출은 전년보다 8% 정도 늘어났다. 그러나 영업이익 3조3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인텔의 반도체부문 매출은 197억 달러(한화 약 22조1000억원), 영업이익 37억 달러(약 4조100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글로벌 파운드리(위탁생산)의 세계 최대업체인 TSMC는 매출 129억 달러(약 14조5000억), 영업이익 53억6000만 달러(약 6조원)를 보이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보다 매출은 4조원 이상 적은데 영업이익은 2배 가까이 높았다.
이른바 ‘반도체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반도체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선 정부의 대승적인 판단이 요구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경제계와 종교계 등에서는 최근 미·중 간 무역갈등과 세계 주요국의 반도체 패권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현 경제상황을 감안해 이 부회장 사면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를 이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이 한국경제의 미래 먹거리라는 점을 들며 총수 사면 외엔 마땅한 대안책이 없다고 강조했다. 설비투자에만 수조원 단위의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최고결정권자의 결단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한·미간의 동맹 강화를 통한 인텔과의 협력, 세재 지원 등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만 정부와 기업간의 합심은 필수불가결이다”며 “치열해진 반도체 산업 속에서 우위를 점령하기 위해서는 총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법리스크 같은 외부적인 요소가 일부 작용해 반도체 먹거리 시장 선점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며 “K-반도체 비상,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 패권 싸움이 가속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정부의 미래 지향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창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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