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의 이야기다. 이 기업은 물...'))
이것은 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의 이야기다. 이 기업은 물류처리 과정에서 빠른 속도를 강조했다. 소비자 니즈를 충족한다는 이유에서다. 물류센터 직원들은 쉼 없이 일해야 했다. 쉼 없이 일하다보니 안전엔 소홀했다. 물류센터에선 다수의 사상자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기업은 직원의 진료기록을 은폐·조작하기에 급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기업은 판매자와 소비자 간 직거래 장터인 ‘오픈마켓’ 활성화에도 공을 들였다. 거래액 확대 등을 위해 판매자의 진입 문턱을 크게 낮췄다. 낮아진 문턱은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다. 안전상 문제 등으로 당국이 판매금지 조치했던 상품들이 버젓이 판매됐다. 중고 제품이 새 상품인 것처럼 판매되는 경우도 있었다. 문제가 있는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피해를 호소했다. 먹거리 상품을 구매했던 소비자들은 건강상 피해를 겪기도 했다. 기업 덩치가 커질수록 돈을 많이 벌수록 소비자 피해도 커진 셈이다.
알고리즘 조작 의혹도 있었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이 기업은 특수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PB상품을 자주 노출시켰다. PB상품을 검색 상단에 노출시키는 방법 등을 이용했다. 이 기업은 검색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진행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아울러 기업 내부에 축적된 비공개 데이터를 이용해 PB상품의 경쟁력을 제고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시장 지배력 등을 남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기업은 미국의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혁신의 아이콘이다. 전에 없던 유통·물류 시스템을 도입하며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켰다. 소비자 만족도는 시장 지배력으로 이어졌다. 진작부터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해 왔기에 시대적 흐름과 보폭을 맞출 수 있었다. 그렇게 아마존은 혁신의 아이콘이자 세계 최대·최고 이커머스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반면 혁신의 그림자는 오히려 더 어두웠다. 기업은 윤리적 가치가 거추장스러웠다. 이익 앞에서 직원들은 너무나도 많은 희생을 강요받았다. 아마존이란 기업을 믿고 상품을 주문했던 소비자들은 크고 작은 피해를 경험했다. 다만 그림자란 어디까지나 가려진 것이기에, 아마존의 성공 신화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아마도 향후 수년간은 업계 선두주자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이다.
아마존의 사례는 국내 한 이커머스 기업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의 아마존을 표방했던 쿠팡이 그 주인공이다. 쿠팡은 국내 유통업계에서 혁신의 아이콘이다. 오늘 주문한 제품이 다음날 아침 배송되는, 때론 당일 배송되기도 하는 ‘로켓배송’이 제공하는 쇼핑 경험에 소비자들은 매료됐다. 검색 한 번에 수많은 제품들을 비교·분석할 수도 있다. 결제방식이 간편한 점은 덤이다.
혁신을 기반으로 쿠팡은 국내 유통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지난해 기준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하지만 쿠팡이 업계 1위를 기록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올해 초엔 미국 증시에 상장하며 국내 유니콘 기업의 또 다른 성공신화를 썼다.
쿠팡의 행보는 어딘가 아마존의 그것과 닮았다. 눈부신 성공신화 이면엔 지독히도 어두운 그림자가 자리한다. 직원들의 안전문제를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판매자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엔 알고리즘 조작 의혹으로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쿠팡은 아마존이 지적받았던 문제들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 쿠팡이 성공의 깃발을 드높이는 동안 무수한 사람들이 신음하고 있다.
윤리와 안전이란 가치는 기업의 이익과 혁신 앞이라고 해서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있는 게 아니다. 이커머스 기업, 그러니까 유통기업은 기본적으로 개별 소비자를 상대로 이윤을 창출하는 곳이다. 개별 소비자들 대부분은 어딘가의 직원이며 판매자다.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빠른 배송 외에도 중요한 것들이 있음을 분명히 인지하며, 이를 실천하는 기업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