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의 ‘인구절벽’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역대 정부는 물론 현 정부 역시 출산대책을 줄기차게 쏟아냈지만 이렇다 할 효과는 커녕 오히려 사태만 더욱 악화됐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꼴찌 수준인 0.84명에 불과했다. 머지않아 생산인구가 급감해 국가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출산과 관련해 대대적인 정책 수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요인만 찾을 게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부분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취업, 혼인, 출산, 주택, 육아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있긴 하지만 더욱 면밀히 분석해보면 시대와 환경 변화에 따른 인식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거엔 노동력을 최우선으로 삼다 보니 소위 말하는 ‘먹고 살기 위해’ 아이를 낳았다면 지금은 시대가 변해 ‘아이는 곧 희생’이라는 인식이 생겨 결국 출산을 기피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개개인이 출산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해결책으로 내놓고 있다. 방법론으로는 재산 대물림 허용과 상속·증여세 폐지, 출산가족 인센티브 부여 등이 제시되고 있다.
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 최저치…혼인 기피 현상 갈수록 심화
코로나 사태, 경기침체, 반기업 정책에 따른 고용축소 등의 여파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의 결혼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미혼남녀 총 500명(남 250명, 여 2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30 걱정거리와 미래 기대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대 미혼남녀가 현재 가장 포기하고 있는 부분은 ‘결혼’(15.6%)으로 나타났다.
결혼 기피는 곧 출산률 저하로 직결돼 인구절별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지목된다. 이미 우리나라는 인구절벽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 출생아 수는 2만2352명으로 전년보다 2.8%(-647명) 감소했다. 1981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은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최하위 수준인 0.84명에 불과했다. 국내 합계출산율은 2018년(0.98명), 2019년(0.92명) 등에 이어 3년 연속으로 1명 미만을 기록 중이다. 여성이 가임기간에 아이를 1명도 낳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현 정부를 포함해 그동안 우리 정부는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문제 해결에 애를 써왔다. 현 정부의 경우 지난 2017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저출산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담회를 통해 “지금까지의 저출산 대책은 실패했다”며 “심각한 인구 위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 지금이다”고 말했다.
이후 대선 시절 내놨던 저출산 문제 해결 공약을 하나 둘 현실로 옮겼다. 후보 시절 문 대통령은 ‘인구감소 방지를 통한 사회의 활력 제고’ 등을 위해 대한민국 꿈나무 육성과 교육 및 육아를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하며 △유아에서 대학교까지 공교육 비용 국가 책임 부담 △0세부터 초등학교 6학년생 자녀의 돌봄 부담 해소 △교실 혁명을 통한 사교육 경감 △육아 휴직 확대 및 유연 근무 도입 등을 들었다.
정부는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다. 올해 역시 저출산 정책에 42조9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책정했다. 2006년 1조원에 불과했던 저출산 정책 예산이 무려 4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출산율 과연 경제적 문제 하나 때문일까…희생 피하는 요즘 세대, 강력한 인센티브 필요”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태가 더욱 악화되자 여론 안팎에선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국가경쟁력 약화를 우려한 정부가 적극적인 대응 노력은 인정하지만 방식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문제에 대한 원인 분석 과정에서 오류가 있다는 주장이 적지 않아 주목된다.
충북 청주에 거주하는 방성모(가명·29·남) 씨는 “단순하게 재정을 지원해 MZ세대들에게 결혼·출산율을 제고하는 것은 이미 역대 정부시절부터 줄기차게 해왔던 방식이다”며 “현 정부 정책 역시 단순히 재정지원 폭을 늘린 것에 불과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문제는 아무리 재정지원을 늘려도 사태가 해결되긴 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며 “이 정도면 문제의 원인분석부터 잘못됐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 씨는 “주변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취업, 주택 등의 요인도 물론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아이를 키우려면 부부 중 한 명은 완전히 희생해야 하기 때문에 왜 그래야 하는지 몰겠다는 반응이 많다”며 “결국 출산 기피는 젊은 세대가 아이를 낳을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수의 전문가들도 경제적 문제 해결에만 초점을 두고 혈세 퍼주기 위주의 출산 대책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여러 복합적인 문제가 결부된 출산 기피 현상을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로 한정짓고 접근하다 보니 문제의 핵심을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희생을 기피하는 젊은 세대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그에 버금가는 혜택이 수반되지 않는 한 출산율 문제는 해결이 요원할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가 현실화되면서 한국은 말 그대로 적신호가 켜졌다”며 “인구가 줄어들면 잠재성장률 및 경제 활력이 저하되고 국운도 기울 수 있다는 점을 자각해야 하는데 인구 증대의 첫 걸음은 바로 출산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희생을 기피하는 청년들에게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려면 국가가 그들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며 “일자리나 주택을 구하는 데 있어 가산점을 주는 등의 방식이 효과적이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 원장은 “무엇보다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높은 상속세를 폐지하는 것도 인구증대의 한 방법이다”며 “오늘날 상속세가 중산층에게 부담을 주는 세금으로 변질된 상황에서 세대 간 대물림을 편하게 해주면 자연스레 출산을 하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볼 때 인구가 자연스럽게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생산연령인구 감소 뒤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에서 볼 수 있듯이 경제 위기를 맞는 경우가 일반적이다”며 “무조건 돈을 퍼주는 정책 가지고는 인구 절벽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1인 가구 시대 비율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 사회적으로 심각성을 인지하고 정부가 적극 나서 개조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은 “1인가구 증대·저출산 여파에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총체적 위기국면이다”며 ”주요 선진국들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인구 유입을 위해 이민 확대정책을 시행해 효과를 거둔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외 우수인력 자원들을 자국 사회로 흡수해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