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진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얼마 전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민영주택 특별공급 확대안이 발표된 이후엔 논란이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오로지 국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목적으로 현실 상황을 외면한 보여주기식 대책만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민간공급이 현저히 줄어들고 대출까지 막혀 정책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게 청년·신혼부부의 공통된 반응이다.
분양아파트 특별공급 현실 동 떨어진 졸속 기준 지적에 정부 ‘땜질식 개편안’ 발표
공공분양 및 민간분양 아파트의 공급방법 중 ‘특별공급’은 사회적 우대계층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해당자에게 우선적으로 주택을 분양하는 방식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특별공급 제도는 크게 △생애최초 △신혼부부 △다자녀가족 △노부모 부양 △기관 추천 등으로 구분돼 있다.
현재 공공주택은 전체 물량의 85%, 민영주택은 58%를 특별공급 물량으로 배정하고 있는데 물량 상당수는 생애 최초와 신혼부부 특별공급 유형이 차지하고 있다. 생애 최초와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공공주택은 55%, 민영 주택이 35% 비율을 차지한다. 청년표심을 잡기 위한 정치권의 의도적 설계로 평가돼 중·장년층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청년층들로부터도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일부 자격요건 탓에 정작 내 집 마련이 시급한 이들이 느끼는 체감효과가 적었던 탓이다. 먼저 생애 최초 특별공급 자격의 경우 혼인 요건을 필수 사항으로 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미혼자들 사이에서 신혼부부 유형이 있는 상황에서 생애 최초에 혼인 요건이 포함된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신혼부부 유형 요건을 두고도 잡음이 새어나왔다. 마찬가지로 다자녀 가구에 가점을 부여하는 요건이 포함돼 있어 다자녀 유형과 겹쳤기 때문이다.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는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소득요건 역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맞벌이 부부에 대해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120~160%를 적용하는데 이 기준을 적용하면 대기업과 중견기업 종사자들은 청약 도전 자체가 불가능했다.
집값폭등으로 일반적인 방법으론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특별공급 제도마저 허술하게 설계된 모습을 보이자 민심은 크게 악화됐다. 정부·여당은 부랴부랴 청년층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지난달 26일 개최됐던 청년특별대책 당정협의회에서 생애최초·신혼부부 특별공급제도 개편을 확정했고 국토부는 이달 4일 ‘생애최초 주택 특별공급 운용지침’ 개정안과 ‘신혼부부 주택 특별공급 운용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이번 개정안은 신혼부부·생애최초 특공 물량의 30%를 추첨제로 전환, 청약 자격을 위한 소득 기준 완화 등이 골자다. 현행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은 우선(70%)·일반(30%)에서 우선(50%)·일반(20%)·추첨(30%) 구조로 바뀐다. 국토부는 지난해 기준 민영주택의 신혼부부·생애최초 특공 물량은 약 6만호로, 추첨제 물량(30%)은 1만8000가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소득기준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60%(3인 가구 기준 965만원)를 초과하는 경우까지 확대된다. 다만 부동산 자산 가액은 3억3000만원 이하로 제한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신혼부부·생애 최초 특별공급 대기 수요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30% 추첨 물량은 우선 공급 탈락자와 새로 청약을 신청하는 이들을 함께 추첨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특공 30% 추첨제는 이달 15일 이후 입주자 모집을 신청하는 민간아파트부터 적용된다.
공급·돈줄 다 막아 놓고 특공 기준 완화…“달래고 보자 식 땜질정책, 국민을 바보로 아나”
정부·여당이 민간주택 특별공급 문턱을 낮췄지만 정작 정책 수혜자들의 반응은 냉랭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의 본질을 비껴간 보여주기 대책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여당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민간주도의 신규택지 개발, 재건축·재개발 등이 위축돼 민간공급이 줄어들고 대출까지 막힌 상황이라 정책 효과를 체감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올해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강수현(33·여) 씨는 “내년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데 결혼식 보다 보금자리를 먼저 마련하기 위해서 지난해부터 돈을 꼬박꼬박 모았는데 서울 아파트 가격이 계속 현재 59㎡형도 살 수 없는 상황이다”며 “특별공급을 기대하고 있는데 신규분양 자체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결혼 2년 차인 직장인 배정수(38·여·가명) 씨는 “정부가 3기 신도시를 통해 집값을 잡겠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는데 사실 언제 입주할 지 기약이 없는 것 아니냐”며 “결국 기존 재개발·재건축 물량을 기다려야 하는데 정부가 규제로 꽁꽁 묶어놨으니 누가 사업을 진행하겠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설령 특별공급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대출이 막혀 과연 중도금·잔금을 마련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배 씨는 “이러한 달래고 보자식 땜질식 정책이 현 정부 내내 있었는데 이에 대한 피해를 계속해서 겪다 보니 정말 화가 나서 밤잠을 이루기 어렵다”며 “이러한 문제를 일으킨 건 문재인 대통령 뿐만 아니라 여당 사람이 모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 정부·여당을 이제 다시는 믿지 못하겠다”고 성토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정부의 청약 개편 내용이 시장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현재 서울·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르고 공급도 현저히 줄어든데다 정부의 가계대출총량 관리 때문에 대출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 대부분의 계층이 주택을 사지 못하는 상황이다”고 운을 뗐다.
이어 “어떤 정책을 내놓기 전에 가장 먼저 효과와 지금의 상황을 고민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지금과 같이 공급과 돈줄을 옥죄는 규제가 만연한 상황에서 집 살 자격만 완화해준다는 것은 사실상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때문에 서울 대다수의 사업지는 사업에 진척을 내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있는 상황이다”며 “정부와 민간이 함께 도심 주택을 공급한다는 민·관 협력 공급 정책도 주민 반대 등 문제에 봉착하면서 상당수가 지지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상 민간에서 분양 물량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민간주택만 특별공급 기준을 완화하면 실질적으로 주택 수요자들은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다름없다”며 “고민 없는 정책은 부동산시장에 학습효과만 제공해 정말 제대로 된 정책이 나왔을 때도 반응하지 않게 하는 부작용을 만든다. 부동산 정책은 보기 깊음 고민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러한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아쉬울 따름이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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