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에 오피스텔 매매 가격·청약 경쟁률 폭등…서민 피해 가중
정부는 2019년 12·16 부동산 대책을 통해 15억원 이상의 집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또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을 20%까지 낮췄다.
당시 전문가들은 비(非)규제 지역, 대체 주거 상품으로 수요가 몰리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우려는 적중했다. 비주택 시장까지 과열되면서 정부는 올해 5월 17일부터 비주택 담보대출에 대해서도 LTV 70%규제를 적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주택 대출 규제에도 오피스텔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국토교통부(국토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서울 오피스텔 매매거래량(1~10월)은 2만161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도도 거래가 늘어났다. 경기 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오피스텔 거래 1만5638건이 발생해 전년 동기 대비 1.6배 증가했다.
특히 ‘아파텔’이라 불리는 오피스텔(전용 60~85㎡이하)의 거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올해 초부터 10월까지 주거형 오피스텔의 매매거래량이 8641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간 7390건(1~10월)보다 16.9% 늘어난 수치다. 오피스텔 시장에서 귀한 대접받는 전용 84㎡타입도 같은 기간 거래량이 14.3%(1618건→1849건) 증가했다.
수요가 늘면서 오피스텔 매매 가격도 고공행진 하고 있다. KB부동산의 월간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10월 서울 오피스텔 평균 매매가격은 2억9076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올랐으며 통계가 작성된 2010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오피스텔 청약도 인기가 뜨겁다. 부동산 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전용 59㎡ 이상 타입이 포함된 오피스텔 43곳 1만6395실에 총 77만5577건의 청약이 접수돼 평균 44.2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오피스텔 청약은 따로 청약 통장이 필요하지 않고 대출을 아파트에 비해 넉넉하게 받을 수 있다. 또한 현행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에서 공급되는 100실 이상 규모의 오피스텔은 소유권 이전 등기일까지 전매가 금지되지만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100실 미만 오피스텔은 계약금을 내면 단기에 웃돈을 붙여 분양권을 팔 수 있기 때문에 가격 프리미엄을 붙인 거래도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달 3일 청약 신청을 받은 서울 영등포구 ‘신길 AK푸르지오’ 오피스텔도 96실 모집에 경쟁률 1312대 1을 기록했다.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당 오피스텔의 경우 실제로 프리미엄 가격을 붙인 채 단기간 거래가 이뤄졌다.
오피스텔 청약 열풍이 불면서 이전에는 수요가 적던 수도권 외곽 지역도 경쟁률이 올라가고 있다. 파주시 운정신도시에 지어지는 주거형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더 운정’의 경우 고분양가 논란에도 2669실 모집에 2만7027건의 청약 접수가 이뤄져 평균 경쟁률 10.1대 1을 기록했다. 펜트하우스인 147㎡P형(1단지)은 경쟁률이 57.8대 1에 달했다.
해당 오피스텔에 청약 신청을 하려고 했던 한 시민은 “북한도 가까운 곳이라 경쟁자가 얼마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엄청나게 몰려서 깜짝 놀랐다”며 “모델하우스 방문 신청도 안 되다가 겨우 하나 잡았다”고 말했다.
전·월세 가격 상승에 세입자 한숨…피해 사례 끊이지 않아
풍선효과에 매매가격이 치솟으면서 전·월세 가격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11월 전국 오피스텔 전세가격지수는 103.53으로 전월 대비 0.36p 상승했다. 6월 101.9던 이 지수는 매달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월세가격지수 역시 마찬가지다. 5월 100.70으로 전월 대비 0.05p만 오른 것에 비해 8월 0.21p 9월 0.23p 상승했다. 지난달에도 101.66까지 오르며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전·월세 가격 상승은 세입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관악구 소재 한 오피스텔에 거주 중인 이지훈(남·32·가명) 씨는 “서울이 아닌 경기도에서도 월에 60만~70만원을 줘야하는 다세대 원룸들이 수두룩하다”면서 “오피스텔은 이것보다 10만~20만원을 더 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김상훈(남·37·가명) 씨는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은 대부분 출퇴근 거리가 너무 멀어 고민하다가 서울 외곽에 오피스텔을 얻었는데 건물이 낡아서 소음 피해가 심각하다”며 “주변에 술집이 많아서 아이들한테 영향이 가는 것도 걱정이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풍선효과가 국민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파트를 대신할 수 있는 ‘아파텔’ 전·월세 가격 상승세는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것에 영향을 받는다”면서 “오피스텔 전·월세 가격 상승은 자연스럽게 서민들의 주거비 상승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은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서 대체 주거 상품들도 각광받고 있다”면서 “결국 시장 자체가 달아오르며 값이 오르고 이러한 피해는 전·월세를 구하는 서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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