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유 이슈는 한국 사회에서 오랜 기간 논의돼 온 주요의제 중 하나였다. 정치권은 물론 일반 대중들까지 찬·반으로 엇갈려 대립하기를 반복했다. 찬성 측은 북한의 핵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국제적·외교적 위상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반대 측은 핵보유 자체가 법적·윤리적으로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런데 오랜 기간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자리매김해오던 핵보유 이슈와 관련해 최근 새로운 기류가 생겨나고 있다.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갈리던 과거와 달리 점차 찬성 쪽으로 무게 중심이 크게 기울고 있다. 지난 9월 한 여론조사에선 국민의 약 70%가 한국 자체 핵무장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북한의 핵위협 수위가 높아지고 국제 관계에서 약소국으로 치부돼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 게 이유로 지목된다. 국민 개개인이 핵무장 필요성을 점차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세먼지 문제가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우리 정부는 전 국민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지만 중국에 이렇다 할 항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發 최악의 미세먼지에 수년째 몸살 앓는 대한민국
미세먼지는 한국인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회적 문제 중 하나다. 여론조사기관 포스터데이터가 시사저널 의뢰로 2019년 3월23~25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서 응답자의 59.7%가 “미세먼지 때문에 이민을 생각한 적 있다”고 답했다.
국민 대다수는 미세먼지 발생국으로 드러난 중국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대응을 문제 삼고 있다. 미디어리서치가 아시아에이 의뢰로 지난 3월17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38%p)에서 응답자의 40%가 미세먼지 해결 노력으로 “중국 등 관련국에게 미세먼지 저감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협약 체결 등 외교적 해결 노력(24.8%) △국내 미세먼지 저감 대책 우선 추진(19.5%) △중국 등 관련국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12.6%) 등이 뒤를 이었다.
앞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장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지난달 20일 자신의 SNS에서 “중국발 먼지가 (미세먼지) 주범임에도 개선은커녕 항의조차 제대로 못함에 분노를 넘어 집단 무기력감에 사로잡힌다”고 지적할 정도로 중국을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하는 여론은 크다.
우리 국민이 오랜 기간 미세먼지 문제로 고통 받아 온 반면 이웃나라 일본은 미세먼지에서 자유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3월6일 낮 12시 기준으로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185㎍/㎥, 초미세먼지는 125㎍/㎥를 기록했다. 같은 시각 일본 기상협회가 발표한 도쿄 초미세먼지 농도는 32.49㎍/㎥에 불과했다. 그것도 1일 평균치(21.84㎍/㎥)보다 약 1.49배 증가한 수치였다.
초미세먼지 농도의 한·일 간 차이는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기관인 에어비주얼이 집계하는 도시별 대기질지수(AQI)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6일 낮 12시 한국의 AQI는 서울 마포구 198, 부산 사상구 183이었다. 반면 도쿄 시나가와구 다카나와 지역은 97, 신주쿠구 신주쿠교엔은 102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초미세먼지 100위 도시 중 한국은 44곳이 포함된 반면 일본은 한 곳도 없었다.
일본이 미세먼지 청정지역 자리매김한 배경에는 중국 요인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각종 오염시설을 한반도와 가까운 동해안으로 옮겼다. 일례로 산둥성 칭다오 둥자커우 항구에는 원래 내륙에 위치했던 연간 40만톤 생산력의 특수강 공장은 2015년 11월 이전했다. 중국 정부는 2018년 3월 동부연안 등에 소각장 227곳 추가 건설을 결정하기도 했다.
미세먼지 이동상황을 보여주는 일본 기상청 홈페이지를 보면 중국에서 발원한 미세먼지 덩어리는 점차 퍼져나가면서 한국을 뒤덮은 뒤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가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일본으로 도달하는 것을 막아주는 일종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에서 연간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은 상상 이상이다. 글로벌카본아틀라스(GCA)의 2017년 자료에 따르면 중국이 석탄 사용으로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당해 71억9000만톤이었다. 한국(3억1500만톤)의 23배 규모이며 전 세계 배출량(145억7400만톤)의 절반에 달한다.
엄청난 규모의 이산화탄소량에도 불구하고 이들 오염물질이 동풍을 타고 한반도로 향함에 따라 중국 환경은 개선되고 있다. 산둥성 당국이 발표한 ‘2017년 오염 상황 공보’에 따르면 그해 산둥성 전체 초미세먼지 오염도는 2016년 대비 13.6% 개선됐다. 2017년 평균 오염도는 57㎍/㎥였다. 반면 2019년 3월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185㎍/㎥였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초미세먼지 100위 도시 중 한국은 44곳에 달했다.
핵무장 통해 약소국에서 강대국으로 부상한 이스라엘‧파키스탄
중국의 고의성이 다분한 오염물질 동해안 재배치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제대로 된 항의의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 비해 외교·군사적으로 취약한 게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객관적 자료를 앞세우더라도 국제사회 ‘힘의 논리’에서 중국에 밀리다 보니 우리 국민의 피해에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이 여론 안팎에선 정부 차원의 효과적이면서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고조되고 있다. 단순히 미세먼지 해결이 아닌 외교적으로 중국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주장은 비대칭 전력인 핵무장을 통해 외교의 근간이 되는 군사력을 증강시켜야 한다는 견해다. 핵무장을 통해 외교적 ‘갑질’에 효과적으로 대처한 사례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스라엘은 1948년 5월14일 건국과 함께 ‘알 나크바(재앙)’로 명명된 주변 아랍국들의 침공을 겪을 정도로 고통을 겪었다. 아랍은 1948~1949년의 1차 중동전쟁, 1956년의 2차 중동전쟁, 1967년의 3차 중동전쟁, 1973년의 4차 중동전쟁을 일으킬 정도로 이스라엘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비록 이스라엘은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아냈지만 아랍 세력의 압도적인 병력 앞에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를 안고 살아야 했다.
이를 반전시킨 건 바로 핵무기였다. 건국 시기부터 핵개발에 착수한 이스라엘은 프랑스와의 협력을 통해 핵을 얻을 수 있었다. 1960년 2월13일 프랑스령 알제리의 사하라 사막 지하에서 실시된 프랑스의 첫 핵실험은 성공적이었으며 이스라엘은 이를 통해 핵실험 없이 핵보유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국제사회에선 이스라엘이 1966년부터 핵탄두 생산을 시작해 현재 약 300기의 핵탄두를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이 핵을 보유한 이후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이 아랍의 반발을 무릅쓰고 1978년 9월17일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와 휴전을 골자로 하는 캠프데이비드 협정을 맺을 정도로 아랍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심지어 2017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아브라함 계통 종교의 성지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발표했을 때도 아랍국들은 예상과 달리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파키스탄도 비슷한 경우다. 힌두교 등을 주로 믿는 인도인들과 달리 파키스탄인들은 이슬람을 국교로 삼았으며 이미 영국 식민통치 때부터 분리독립을 요구할 정도로 인도와 마찰을 빚었다. 13억 인구를 가진 인도의 일방적 폭력으로 얼룩진 유혈충돌 끝에 무슬림이 많았던 인도 북서부와 동벵골 두 지역이 파키스탄이라는 이름으로 독립했지만 이후에도 인도는 세 차례에 걸쳐 파키스탄과 전쟁을 벌이며 병합을 시도했다.
파키스탄은 1965년 카슈미르 분쟁 등에서 패하면서 궁지에 몰렸으며 설상가상 인도가 1974년 핵실험에 성공하자 대량학살의 공포에 내몰렸다. 그러자 당시 줄피카르 부토 총리는 “풀뿌리를 캐서 먹는 한이 있더라도 핵개발을 하겠다”고 천명한 뒤 압둘 카디르 칸 등 유럽에서 수학하던 자국 핵물리학자들을 대거 소환해 필사적으로 핵개발에 매달렸다.
동시에 외교력을 총동원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손잡고 자금을 조달하는데 성공했으며 1998년 마침내 첫 핵실험에 성공했다. 공멸을 우려한 인도는 1999년 카슈미르 카길 지역에서의 전쟁을 끝으로 더 이상 파키스탄에 대한 대규모 침공은 자제했다.
현재 국민 여론은 핵무장을 찬성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이 아산정책연구원 의뢰로 지난해 12월3~17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9월 ‘한국인의 외교·안보 인식’ 보고서에서 공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53%p)에서 응답자의 69.3%가 한국의 독자 핵개발을 지지했다.
정치권에서도 해외 사례를 근거로 우리나라도 미세먼지 문제 등 굴욕외교로 인한 국민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핵무장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만약 한국이 핵을 갖고 있었다면 중국 등이 우리나라를 이렇게 얕볼 수 있겠나”고 지적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공유를 변형한 한국형 핵공유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나토식 핵공유는 나토 회원국에 배치된 미국의 전술핵 사용 권한을 해당국과 미국이 공유하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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