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의 부동산 대책을 둘러싼 부동산업계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약 간에 서로 배치되는 부분이 많아 정책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자칫 시장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이 후보는 연일 집값 안정화를 위해 공시지가 현실화율 완화, 양도세 완화 등 세 부담 완화 정책이 필요하단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반면 이 후보의 선대위 직속 기구인 부동산개혁위원회는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를 위해 ‘토지이익배당금제(이하 국토보유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집값 안정화’라는 동일한 목적을 두고 후보는 세금 완화를, 직속 기구는 세금 부과를 주장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동산 업계 안팎에선 세금의 척도가 되는 공시지가 현실화율 속도를 맞춘다는 주장을 두고 결국 기본 세율을 급격히 올려 과세를 추진하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부동산으로 번 돈 국가에 반납해야”…징벌적 과세로 시장 안정 확신한 李
이 후보는 앞서 진행된 당내 경선 때부터 부동산 문제 해결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에 관해 방향은 옳았지만 방법적 내실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방법적 내실이 부족하다는 근거로는 누진적으로 매겨지는 보유세를 거론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압력이 약했다는 의미였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성남시와 경기도 행정활동을 해오면서 부동산과 관련해 실적을 이룬 바 있다며 ‘징벌적 과세’를 핵심 부동산 안정화 공약으로 내걸었다. 부동산과 같은 불로소득에 매달린 사회는 미래가 없다고 지적하며 정권의 위기를 넘어 체제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후보가 내세운 부동산 문제 해결책은 징벌 수준의 과세였다. 1가구 1주택이라도 투기용일 경우 불로소득을 100% 환수해야 하고 거주하지 않은 주택을 보유한 주택 소유자들은 1주택자이든, 2주택자든 징벌 수준의 과세를 추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 비필수 부동산에 대한 징벌적 과세를 위해선 현재 보유세 공제 수준을 줄여 현재 0.17%인 실효세율을 1%까지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과정에서 200만호 이상의 공공주택을 지으면, 집값은 분명히 안정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후보의 부동산 문제 해법을 두고 부동산업계 안팎에서는 문재인정부 규제보다 훨씬 강도가 세고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수라는 지적이 빗발쳤지만 이 후보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는 “집은 거주하는 곳일 뿐 이득을 얻기 위한 수단이다”는 자신의 부동산 철학을 내세우며 자신이 공약에 잘못된 점은 없다고 못 박았다.
징벌적 과세 주창한 李 선거철 앞두고 돌연 입장 돌변…“시장 대혼란 우려”
그런데 최근 이 후보가 확고했던 자신의 부동산 철학과 배치되는 공약을 내놔 파장이 일고 있다. 줄곧 과세 압박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과세의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 조정 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심지어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청와대와 대립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이달 18일 이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은 재산세, 건강보험료 부담 증가, 복지수급 탈락 등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집값 폭등으로 인한 부담을 온전히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어려움에 처한 민생경제를 고려해 공시가격 관련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시 가격을 과세표준으로 삼는 재산세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계획을 유예·재조정해 세 부담을 현재와 유사한 수준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과거에도 공시가격이 많이 올랐던 현실을 고려해 세 부담 상한 비율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문재인 정부의 세 부담 정책이 ‘약했다’고 평가함과 동시에 징벌적 과세론을 주장했던 모습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 후보의 이러한 태세 전환을 두고 여론 안팎에선 선거철 ‘민심잡기용’이란 해석이 주를 이루는 동시에 오히려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당장 공시지가를 올리지 않더라도 재산·취득·양도·임대소득·증여율 등 부동산 관련 세율을 올리면 이 후보가 당초 계획했던 ‘징벌적 과세’를 추진하는 게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닌 만큼 사실상 국민 기만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주택 보유자들 사이에서도 이 후보가 현재 내놓은 ‘세 부담 완화안’을 액면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성창엽 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이재명 후보는 올해 4월까지만 하더라도 극단적인 세 부담을 거듭 주장을 했었다”며 “특히 임대인들에 있어서 현재 공제 혜택도 거둬드려야 한다는 등 급진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지금의 180도 달라진 모습은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임대사업자들은 2017년 김현미 전 장관의 임대사업자 장려했다가 다시 혜택을 거둬 드리는 행보 때문이 이미 한번 배신을 당했었다”며 “이재명 후보가 더하면 더했지,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시가를 올리지 않는다면 세율 인상 등을 통해서라도 어떻게든 돈을 거둬 드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민 여남욱(62·남) 씨는 “2017년부터 국토보유세 도입 등 극단적인 세금 부담 강화 정책을 주장했던 사람이고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면서 극단적 세 부담 정책을 추진했던 사람이다”며 “갑자기 양도세 유예를 비롯해 공지시가 현실화 속도를 통해 세부담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절대로 안 믿는다”고 성토했다.
전문가들은 두 가지 공약이 한 번에 실행될 경우 시장의 혼란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공시지가 인상 없이 단순 세율만 크게 올려 세 부담을 가중할 경우 주택시장의 양극화, 나아가 한국사회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대선을 앞두고 세력 확장 전략 측면에서 세부담 완화 기조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보이는데 실질적으로 실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변수가 있다”며 “만약 공시지가를 그대로 둔 채 당초 강조했던 ‘징벌적 세부담’ 정책을 추진할 경우 시장에 적지 않은 부작용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주택 시장의 양극화를 비롯해 거래 절벽 등 현상 등으로 이어져 시장이 마비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러한 문제를 전부 차치하더라도 현재와 같이 잠정 매수가 큰 상황에서 이러한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시장에 무리를 주는 행위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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