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주자 배우자 김건희 씨와 한 인터넷매체 기자가 나눈 통화 녹음파일이 공중파 방송을 통해 공개된 당일 여야는 득실을 따지면서 거센 공방에 나섰다. 야권은 기획폭로 의혹을 제기하고 형평성을 문제 삼으며 ‘역풍’을 전망한 반면 여당은 ‘본방(본방송)사수’를 독려했다.
원일희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대변인은 16일 논평에서 “MBC가 (김 씨) 불법녹취를 제보 형식으로 받아 방송한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귀에 익은 이름 하나가 등장한다. 소위 ‘제보자X’ 지OO씨다”며 “지 씨는 MBC와 함께 지난해 12월 불법 녹취파일을 공유하고 방송시점을 모의해온 정황이 역력하다”고 주장했다. 근거로는 “지 씨는 이OO라는 필명으로 운영하는 페이스북에 지난해 12월27일부터 뭔가를 예고하는 글들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원 대변인에 따르면 지 씨는 작년 12월27일에는 ‘도덕적 약점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확보한 사람이’라는 글을 남겼다. 올해 1월4일엔 ‘1월 중순 터진다. 맞아요’, 10일엔 ‘윤석열, 또 하나 걸렸어’라는 글을 올렸다.
원 대변인은 “지 씨가 첫 등장한 건 2020년 3월 소위 권언유착 사건 보도다. 지 씨가 채널A 이동재 기자에게 ‘유시민 잡을 증거가 있다’고 접근했고 제보자에게 속은 기자가 검찰 고위층을 만나는 함정에 빠진 게 사건 본질이었다”며 “MBC 보도는 지 씨의 역제보를 바탕으로 이뤄진 사전기획된 함정보도였음이 판결로 확인됐고 기자는 1년만에 무죄로 풀려났다”고 했다.
원 대변인은 “한 유튜브가 대선후보 배우자에게 도와주겠다고 접근했다. (김 씨가) 경계심이 풀린 상태로 수십 회에 걸친 사적대화를 몰래 녹음했다. 불법 녹취파일은 MBC에 전달됐고 (구정 직전 등)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점을 골라 방송 예고됐다”며 “그 과정에서 어김없이 지 씨가 등장했다. 뒤에서 기획하고 설계한 정치공작 세력은 국민의 냉정한 심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했다.
MBC, 지 씨 등은 의혹을 강력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형수욕설 논란과의 형평성 등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인 김현철 동국대 석좌교수는 15일 자신의 SNS에서 “이런 식이라면 알 권리 차원에서 MBC는 이 후보의 형수에 대한 패륜적 막말을 포함한 통화내용도 반드시 같이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16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어쨌든 공평하게 서로 조건이 같아야 한다”고 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전체적으로 (이 후보) 녹음을 트는 건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했지 않나”라고 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MBC가 공정한 언론사라면 이 후보와 그의 배우자 김혜경 씨의 녹음테이프도 같이 틀어야 한다”고 했다. 이 외에 김 씨 반론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녹음파일 공개 후 여당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15일 JTBC 인터뷰에서 “김 씨는 지난 1년 가까이 (여권으로부터) 상당한 공격을 받았고 (의혹 중엔) 사실이 아닌 것들도 상당히 있었다. 여성으로서 감내하기 어려운 모욕적 내용도 있었다”며 “‘심신이 피폐해진 후보자 배우자 입장에서 할 수도 있는 말이다’는 국민여론이 형성될 수 있는 지점도 (있다)”고 했다.
윤 후보가 배우자 녹음파일 논란과 관련해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함구한 가운데 여당은 ‘본방사수’를 촉구했다. 민주당 선대위에서 활동 중인 카피라이터 정철 씨는 SNS에서 “지상파 시청률 50%. 이번 일요일 이거 한번 해봅시다”라며 ‘일요일 저녁 본방사수’ 등 해시태그를 달았다. 민주당 고민정‧안민석 의원도 각각 “오랜만에 본방사수해야 할 방송이 생겼다”거나 “김건희 7시간, 볼 수 있는 건희(거니)”라고 했다.
이경 선대위 대변인은 ‘인터넷매체가 아닌 국민이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 하라’는 윤 후보 과거 발언을 상기시키면서 “해달라는 대로 다 됐는데 왜 이리도 난리실까”라고 했다. 다만 이 후보는 말을 아꼈다. 그는 16일 강원도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방문 일정 일환으로 속초 조양감리교회 예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특별한 의견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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