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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대량의 주식을 팔아치운 데 대해 이른바 ‘먹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류영준 대표와 차기 대표로 내정된 신원근 기업전략총괄 부사장을 비롯한 카카오페이 임원 8명은 지난달 10일 스톡옵션으로 받은 44만993주를 블록 딜 방식으로 매각해 878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비록 법적으로는 정당한 재산권 행사일지라도, 도덕적으로는 주주 및 투자자를 내팽개친 무책임한 행위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카카오페이 내부에서는 직원들의 사기를 꺾었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이날은 카카오페이의 코스피200 지수 편입일이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지 40여일 만에 코스피 200지수에 오르는 호재를 맞게 됐는데 회사 성장에 기여해야할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전량 매각한다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유사한 경우가 없지 않으나 상장 한 달 만에 경영진이 이 정도로 대량의 주식을 일제히 매도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주식 시장에서는 회사 내부자가 자사 주식을 사들이면 주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본다. 반대로 팔아버리면 더 오르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번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대규모 지분 매각 역시 주식시장에서는 ‘지금이 고점’이라는 신호로 읽혔다. 미래가 불확실하니 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호재를 맞은 날을 고른 것으로까지 비쳐졌다. 결국 이날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6% 가까이 곤두박질쳤고, 한 달 새 20% 넘게 빠져 이제 15만원을 밑돌고 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카카오페이는 내부 간담회를 열어 이 상황을 해명했다. 그래도 주주들의 잦아들지 않자 카카오 차원의 쇄신안으로 ‘임원 주식 매도 규정’을 내놨다. 이에 따라 카카오 계열사 임원은 상장 뒤 1년 새 주식을 매도할 수 없다. 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받은 주식에도 이를 적용한다. 적용 시점은 증권신고서 제출일로부터 상장 후 1년까지다. CEO의 경우 매도 제한 기간을 1년이 아닌 2년으로 더욱 엄격하게 제한한다. 임원들의 공동 주식 매도 행위도 금지된다.
카카오페이의 ‘먹튀’ 논란은 우리 사회가 기업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보여준다. 바로 사회적 책임이다. 카카오페이는 핀테크 스타트업으로서 임직원의 노력과 함께 여러 가지 제도적 혜택과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다. 그랬기에 더욱 큰 기대를 받았다. 카카오페이는 국내 IPO(기업공개) 사상 처음으로 일반 청약자 몫 공모주 물량을 100% 균등 배정하는 것으로 이에 화답했다. 청약 증거금이 많을수록 유리하던 기존 비례 방식을 바꾼 것이다.
이와 함께 카카오가 카카오페이를 분리해 상장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만큼, 물적분할 제도를 손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류 대표는 카카오페이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카카오의 차기 대표로 추대됐다. 카카오 대표로 취임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이해상충을 피하기 위해서는 스톡옵션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카카오페이는 모든 기대를 저버렸다. 이번 사태로 추락한 신뢰도는 좀처럼 다시 좋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렇다고 관련 규제부터 만들 일은 아니다. 이와 비슷한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도덕적 잣대만 들이댈 수도 없지만 ‘카카오페이 먹튀 방지법’ 같은 제도는 스타트업 성장에 필요한 투자를 꺼리게 만들 수 있다.
카카오페이 노조는 ‘상장 시 일정 기간 임원진의 매도 제한 규정 신설’, ‘선량한 관리자 주의 의무 강화를 위한 내부 프로세스 강화’와 같은 예방 대책을 요구했다. 사회적 책임은 규제를 만든다고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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