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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펄어비스가 세계 3대 게임쇼 ‘게임스컴 2021’에서 공개한 신작 ‘도깨비’ 티저 영상이 화제를 모았다. 도깨비는 업계 관계자들과 게이머 모두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펄어비스는 차세대 게임엔진으로 개발 중인 콘솔·PC게임 ‘붉은 사막’으로도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붉은 사막'은 지난해 7월 완성도를 위해 출시를 연기한다고 발표한 이후 아직도 출시 일정이 나오지 않고 있고 도깨비도 그후 감감무소식이다. 출시 시기를 너무 서둘러 게임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시간이 너무 지체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펄어비스의 신작 출시가 시급한 이유는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 리스크 때문이다. 원 히트 원더는 대중 음악에서 단 한 개의 싱글곡만 큰 흥행을 거둔 아티스트를 뜻하지만 게임업계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펄어비스는 ‘검은 사막’의 성공 이후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는 탓에 요즘은 매출의 상당부분을 검은 사막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검은 사막이 2015년에 출시된 게임이라는 것을 떠올리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원 히트 원더’ 리스크를 짊어지고 있는 것은 펄어비스뿐은 아니다.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으로 게임 대장주 자리에 등극했던 크래프톤 또한 배틀그라운드 이외의 흥행작 부재를 계속해서 지적받고 있다. 크래프톤은 원 히트 원더 리스크에서 탈피하기 위해 신작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를 내놓았지만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이를 반영하듯 크래프톤의 주가는 지난해 11월 17일 56만700원까지 올랐다가 현재는 절반 수준인 27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크래프톤이 신작 게임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크래프톤은 ‘칼리스토 프로토콜’ ‘프로젝트 타이탄’ ‘프로젝트 카우보이’ 등 신작을 꾸준히 개발 중이다. 하지만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하반기나 돼야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나머지 두 개는 더 오래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는 점이 문제다. 지난해 인수한 ‘언노운월즈’가 신작 게임을 내놓는다고 했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원 히트 원더’라고 할 수 없는 다른 국내 게임사들도 신작 부재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넥슨의 주력 수입원은 아직도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가 맡고 있다. 최근 넥슨이 출시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차지하는 등 성공을 거뒀지만 신작 부재에 시달리던 넥슨을 구원할 신작이 또 ‘던전앤파이터’라는 것은 아무래도 씁쓸하기만 하다.
엔씨소프트 역시 마찬가지다. ‘리니지M’ 문양 시스템 롤백 사건으로 소비자들이 집단 시위를 벌이며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엔씨소프트는 신작을 통해 반전을 꾀했고 나름의 성공도 거뒀다. 다만 이 신작의 이름도 ‘리니지 W’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를 내놓으며 마지막 리니지를 만든다는 심정으로 개발했다고 했다. 정말로 이것이 마지막이라면 엔씨소프트는 과연 앞으로 새로운 히트작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기존 히트작의 인기를 이어가거나 이미 자리를 잡은 유명 IP를 이용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것도 유효한 사업 전략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아무리 인기 있는 IP라고 해도 인기가 영원할 수는 없고 새로운 주력 상품이 필요해지는 때가 여지없이 온다는 사실이다.
한국 게임업계는 훌륭한 성공작들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통해 수익도 충분히 내고 있다. 하지만 쌓아놓은 것을 먹으면서 버티는 것으로는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 한국 게임업계는 앞으로 10년, 20년을 위한 새로운 먹거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몇 년 동안 게임에 대한 인식이 변하면서 ‘게임은 예술’이라는 말이 회자된다. 게임이 예술이고 게임 제작자가 예술가라면 신선한 충격을 주는 신작의 부재에 대해 더욱 자존심이 많이 상했으면 하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앞으로 전 세계 게이머들의 마음을 뒤흔들어놓을 획기적인 블록버스터급 신작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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