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커에게 군사기밀을 유출한 육군 대위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비트코인을 지급하겠다는 북한 해커에게 군 핵심 정보를 넘기려한 A대위는 북한 지도부 제거를 목적으로 창설된 일명 ‘참수부대’ 소속인 것으로 밝혀졌다. 1968년 청와대를 습격하려다 생포된 뒤 “박정희 목 따러 왔수다”라고 했던 북한 민족보위성 정찰국 무장간첩 김신조가 남측에 북한 핵심 정보를 넘긴 셈이다.
군사안보지원사령부와 경찰청은 A(29) 대위와 가상화폐 투자회사 대표 이모(38) 씨가 북한 공작원에게 가상화폐를 받은 뒤 한국군 전산망 해킹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A대위는 북한 지도부 제거를 위해 창설된 특수임무여단(특임여단), 즉 참수부대 소속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창설된 특임여단은 1000여명 규모로 기존 특전사 예하 1개 여단에 인원과 장비를 보강해 개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유사시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 제거 임무를 수행한다. 북한은 특임여단 창설 당시 “특별히 훈련되고 준비된 특공대 무리라고 하여도 우리 혁명의 수뇌부 가까이에 접근하기도 전에 씨도 없이 소멸할 것”이라며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해외에 거주하는 해커로 알려진 북한 공작원은 A대위와 이 씨를 포섭해 ‘한국군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를 해킹하려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KJCCS는 전쟁이나 군사 훈련 때 육·해·공군, 미군 등과 비밀문서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지도 등 각종 시각적인 정보도 제공하는 핵심 전산망이다.
A대위는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비트코인 등 4800만원어치 가상화폐를 받은 뒤 KJCCS를 비롯 군사 기밀과 자료 등을 전송한 사실이 적발돼 지난달 28일 구속 기소됐다. 이 씨도 북한 공작원에게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7억원어치를 받은 대가로 A대위가 군사기밀을 빼내는 일을 도운 혐의로 함께 구속 기소됐다.
이 씨는 올해 1월 해커 지령에 따라 시계형 몰래카메라를 사들인 후 A대위에게 택배로 보내고, 이를 수령한 A대위는 군부대 안으로 이를 반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이 씨는 군사기밀 탐지에 사용되는 USB 형태의 해킹 장비인 ‘포이즌 탭(Poison Tap)’ 부품을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부품을 노트북에 연결하면 원격으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대위는 이와 별개로 직접 부대에서 몰래 촬영한 군사기밀 등을 북한 해커에게 보낸 사실도 추가 확인됐다. ‘국방망 육군 홈페이지 화면’ ‘육군 보안수칙’ 등을 촬영해 텔레그램으로 북한 해커에게 직접 전송하는 등 수 회에 걸쳐 군사기밀 및 군사자료를 전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행히 북한 해커가 실제 해킹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군과 경찰은 밝혔다.
그러나 군은 A대위가 전시 북한 최고 지도부를 상대로 한 군사 기밀을 넘겼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비밀 수정 작업과 함께 해당 부대 작전 수행에 미칠 영향을 평가해 후속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현역 군인이 간첩 활동을 벌이다 붙잡힌 사례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군과 오찬 간담회를 하면서 “대통령 집무실과 국방부 합참의 이전 때문에 혹시라도 안보 부문에 빈틈이 있지 않을까 국민이 염려하신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A대위 등의 검거가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우리나라 군 통신 시스템이 뚫릴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고 했다. 군 관계자도 “군에서 사용 중인 통신 시스템이 해킹됐다면 대량의 군사기밀이 유출돼 국가안보에 심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청와대 이전이 아니라 이런 게 바로 진짜 국가안보 위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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