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6º
습도 85%
대전 23º
습도 100%
)
정치인은 말로 먹고 사는 사람이다. 말을 잘 하면 유권자들이 그 말에 속거나 감동해 표를 몰아줘 입신양명하고 말을 못하면 퇴출된다. 우리나라 정치인 중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 즉 대중 연설을 잘 해 대권까지 거머쥐었다. 하지만 말 한마디 잘못해 정치권에서 영영 퇴출된 인물도 있다. 정치인의 말실수 중 가장 흔한 것이 한 계층이나 직업군의 표심을 얻기 위해 실수를 하는 ‘노인 폄하’ 발언이다.
언론에 노출된 노인 폄하 발언의 원조는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시 집권당이었던 민주자유당 후보로 경기 김포·강화군 지역구에서 재선을 노리던 정해남 후보다. 그는 노인층이 나이가 많은 상대 후보에 호의적이자 “노인은 경로당이나 가라”고 말했다가 노인 폄하 논쟁에 휘말렸다. 상대는 8전9기로 당선된 김두섭 통일국민당 후보였다. 표 차이는 106표였다.
노인 폄하 발언으로 사실상 정치 생명이 끝난 이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다. 2004년 3월26일 대구에서 “미래는 20, 30대들의 무대라구요. 그런 의미에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서 생각해 보면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아요. 꼭 그 분들이 미래를 결정해 놓을 필요는 없단 말이에요”라고 말했다. 노인 폄하 발언의 전범(典範)이다.
상대당은 즉각 “60대, 70대들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이룩한 분들”이라며 “어떻게 60대 이상 노인 분들은 투표하지 말라고 할 수 있냐. 천인공노할 망언”이라고 발끈했다. ‘노년층에 대한 모독’이자 ‘세대간 갈등 조장 행위’라고 쏘아 붙였다. 정 의장은 젊은 층의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한 말이라고 해명하며 사과했지만 소용없었다. 그 후 출마하는 곳마다 노인 폄하 발언 후과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온 가족의 입시 비리 연루로 국민 밉상이 된 조국 서울대 교수도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와중에 한 네티즌이 “서울 노친네들 설득하기 힘드네요. 그래서 아버지와 어머니한테 25일부터 27일까지 수안보 온천 예약해 드렸습니다”라는 글을 올리자 “진짜 효자”라고 트위터에 써 논란을 빚었다. 2012년엔 김용민 민주당 후보가 노인들의 서울시청 앞 시위 예방법을 묻는 질문에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다 없애면 엄두가 나지 않아서 시청을 안 오지 않겠나” 하고 말했다가 낙선했다. 조정진 주필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1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