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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 대한 신규 투자 규모를 작년 대비 절반 또는 4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최근 연간 실적발표회에서 한 말이다. 소프트뱅크가 운용하는 세계 최대 벤처 투자 펀드인 비전펀드가 역대 최대 손실을 거두자 스타트업 투자를 대폭 줄이기로 한 것이다. 비전펀드는 2021회계연도에 3조7388억엔(약 36조2030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이전 회계연도(7조5290억엔)와 비교하면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을뿐 아니라 1년 만에 규모가 10조엔 이상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초저금리 기조와 디지털 전환에 힘입어 전례없는 호황을 누렸던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올해 들어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인플레이션 공포·금리 인상 등으로 위험투자에 대한 수요가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벤처 투자액은 1600억달러(약 200조원)로 전분기(1840억달러) 대비 13% 줄었다. 4월 투자액도 전년동월(540억달러)보다 13% 줄어든 470억달러에 그쳤다. 이는 작년 2월(420억달러) 이후 14개월 만의 최저치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술 스타트업, 파티는 끝났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국내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도 한파가 몰아쳤다. 더브이씨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스타트업·중소기업 투자액은 1조1129억원으로 전달(2조1223억원)과 비교해 48% 줄었다. 작년 5월(3조5325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69%나 빠졌다. 지난해 11월(1조449억원)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금액이다. 특히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시리즈 C~G단계 등 후기 스타트업 투자가 더 저조했다. 기업공개(IPO)에 가까운 기업일수록 투자사들이 몸을 사렸다는 뜻이다.
장외시장도 부진해 주가 폭락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10일 현재 쏘카의 주당 가격은 4만8600원으로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던 4월12일(8만원)과 비교해 39% 떨어졌다. 3월 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컬리도 3월31일 10만9000원으로 최고가를 찍었지만 현재 6만9500원으로 36% 하락했다. 지난달 50대 1 비율로 액면분할을 실시한 오아시스도 현재 연 최고가(220만원) 대비 16% 떨어진 3만7000원(185만원)을 기록했다.
위기는 분명하다. 스타트업 투자 부진이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다. 주저하긴 이르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는 말처럼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벤처투자사(VC)들이 무분별하게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하지 않고 우량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경우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이들이 IPO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스타트업 투자 시장의 양적인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1999년 닷컴 버블(인터넷 거품 경제) 이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구글과 아마존, 이베이 등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네이버와 카카오(옛 다음)가 있다. 이들은 거품 붕괴 와중에도 신사업을 개척하고 수익모델을 확보하며 살아남을 수 있었다.
내실 있는 스타트업은 이번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10년 뒤 전 세계를 주도할 대형기업들이 현재 스타트업 시장에서 투자금을 기다리고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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