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 서해 피살 사건에 대한 유엔의 공식 질의에 문재인정부는 ‘국가보안법’을 대며 “월북은 처벌할 수 있다”고 답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보법 폐지를 공언해온 문 정부가 유엔에 변명할 때는 국보법을 이용한 것이다. 내로남불의 최고봉이다. 더불어 인권 침해를 묻는 유엔에 대해 ‘월북 프레임’으로만 대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보법 개정은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4년 17대 국회 이후 16년 만에 논의됐다. 민주당 이규민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김용민·김남국, 열린민주당 김진애, 무소속 김홍걸 등 당시 여권 의원 15명이 서명했다. 문 대통령도 2017년 대선후보 시절 국보법에 대해 “찬양·고무 그런 조항은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문 정부가 국보법을 ‘혐오’했음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 문 정부가 유엔에는 국보법을 이유로 들며 변명한 것이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따르면 유엔이 문 정부에 공식 서한을 보낸 것은 2020년 11월 17일이다. 공무원 이 씨가 북한군 총격으로 숨진 지 약 두 달 뒤다. 유엔은 서한에서 “한국 정부는 이 씨가 월북했다고 밝혔는데 그렇다면 현행법에 따라 범죄가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문 정부는 2021년 1월15일 보낸 답변에서 “국가보안법에 따르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월북했다면 처벌 가능하다”고 답했다. 국가보안법 제6조를 언급한 것이다.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을 월북으로 판단한 근거가 뭐냐”고 유엔은 질의했지만 엉뚱하게 국가보안법을 대며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월북은 처벌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유엔이 보편적 가치인 인권 침해 측면에서 제기한 질의에 월북 프레임으로 대응하기 급급해 동문서답한 것이다. 월북이라는 판단을 신중하게 보는 유엔과 달리 정부는 이 씨가 사고가 아니라 애초부터 의도를 갖고 북측으로 넘어간 상황을 전제로 하고 답변했다.
유엔이 재발방지책을 물었을 때도 “이런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남북 간 군통신선을 재건해야 한다”며 남북 간 통신선 필요성만 여섯 차례 언급했다. 또 재발 방지책으로는 어업지도선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폐쇄회로(CC)TV 등 안전장치 보강 등을 거론했다. 이는 월북자 방지에 초점을 맞춘 답변이었다.
유엔은 “유족은 사건 관련 조사가 월북 증거를 찾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느끼며, 고인이 구명조끼와 부유물을 갖고 있고 숙련된 항해사라는 이유만으로 희생자를 월북자로 낙인찍었다는 점에 매우 불만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문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답하면서도 왜 월북이라고 결론 내렸는지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유엔은 “문 정부가 조사 결과를 유족에게 상세히 공유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문 정부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비공개 대상 정보)를 들며 “진행 중인 수사 관련 사항은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문 정부는 유엔에 보낸 6쪽 짜리 답변서에서 “해수부·외교부·국방부 장관이 유족을 만났으며, 해수부 장관이 위로 편지를 보냈다. 수색선에 유족을 태웠다” 등 조치를 줄줄이 나열했다. 이어 “유족이 원하면 정신 치료를 제공할 것이며, 연금 수령 대상도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북한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규탄이나 적절한 책임을 묻기 위한 노력 등에 대한 언급은 없이 서한을 끝맺었다. 보편적 가치인 인권에 대해 문 정부는 선택적으로 접근해 왔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신뢰는 추락해 왔다. 이제 공무원 월북 조작 진상을 규명해야 할 이유에 ‘국가 신뢰 회복’을 추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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