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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 폭우로 일가족 3명의 사망을 부른 비극의 현장인 지하·반지하 주택을 아예 없애는 서울시 정책을 놓고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에서 지하·반지하는 사람이 사는 ‘주거 용도’로 사용할 수 없게 할 예정인데, 대체 주거지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5%인 20여만 가구가 지하·반지하 주택에 사는 상황이다. 주거 사다리를 제대로 놓지 않으면 사회적 취약계층의 주거권이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더해진다. 앞서 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빌라 반지하에 살던 발달장애인 등 일가족 3명과 동작구 상도동의 반지하에 살던 50대 여성이 빗물이 집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미처 탈출하지 못하고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이에 서울시는 기록적인 폭우로 침수 피해를 본 지하·반지하 거주 가구를 위한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오세훈 시장은 “지하·반지하 주택은 안전·주거환경 등 모든 측면에서 주거 취약계층을 위협하는 후진적 주거유형으로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라며 “이번만큼은 임시방편에 그치는 단기적 대안이 아니라 시민 안전을 지키고 주거 안정을 제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서울시는 주거용 지하·반지하는 전면 허락하지 않도록 정부와 협의했다. 시는 고시원, 쪽방, 지하·반지하 등에 사는 시민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주거 취약계층 주거 상향 지원’ 사업을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하·반지하의 ‘주거 목적의 용도’를 전면 불허하도록 건축법을 개정하기 위해 정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서울 시내에는 2020년 기준으로 전체 가구의 5% 수준인 약 20만 호의 지하·반지하가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시는 서울 시내 전체 지하·반지하 이들 주택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와 데이터베이스 구축, 위험단계를 구분해 관리할 예정이다.
현행 건축법 11조에는 상습적으로 침수되거나 침수가 우려되는 지역에 건축하려는 건축물의 지하층 등 일부 공간을 주거용으로 사용하거나 거실을 설치하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면 시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지하·반지하 주택은 10∼20년 유예기간을 두고 없애 나가고 창고 등으로 용도를 변경할 예정이다.
문제는 세입자인데, 기존 세입자를 대상으로 공공임대주택 입주지원 혹은 주거바우처 등을 제공한다고 발표했음에도 주택 수요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서울에서 지원사업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 가구는 총 1669가구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지하·반지하 가구는 14.8%인 247가구다. 공공임대주택 물량 자체가 늘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 이유다. 또 실제 성과를 내려면 기존 세입자의 대체 주거지 마련이 뒷받침돼야 하므로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다.
반지하만큼이나 싼값으로 지낼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해야 세입자가 반지하주택에서 자발적으로 나올 유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주거 바우처’를 활용할 계획인데,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지 않는 차상위계층 가구에 시가 월세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가구 수에 따라 월 8만∼10만5000원을 지원한다.
시 관계자는 언론에 “지하·반지하 가구도 최장 1년간 월 12만원을 지원하는 특정 바우처 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시민 A씨는 온라인커뮤니티에 “생활지원대상만 반지하 사는 게 아니라 사회초년생 이나 서울 갓 올라와서 전세금이나 월세 좀 싸면 우선 시작하는 게 또 반지하”라며 “월 12만원 줘봤자 한 달 30만원 이상 하는 월세방은 꿈도 못 꾼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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