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여야 의견 대립 뿐 아니라 이해관계가 걸쳐있는 야당 내부의 반대 의견, 산은의 노조와 지자체 및 관련 기관들도 각자의 목소리를 내면서 잡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산은 이전 완료 후 이어서 360개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 시작점이 될 산업은행 이전부터 여러 이해관계를 반영한 찬반 목소리들이 강하게 충돌하면서 이후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진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산은 이전 행정절차 마무리에도 산은법 개정 난항 예상
지난해 12월15일 우동기 균형위 위원장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360개 2차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추진 기준과 원칙·방법을 조속히 마련해 빠르면 내년 하반기에는 이전이 시작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 위원장은 “수도권 기업과 유턴 기업들이 지방에 정착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혜택을 부여해 ‘기회 발전 특구’를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달 말 균형위는 세종시로 이전했다. 이는 지역 균형발전의 새로운 구심점이 마련됐다는 평가와 함께 지방시대 완성을 위한 다양한 지역 균형발전 정책 추진도 동시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달 4일 최민호 세종시장은 균형위의 세종타워 현판식에 참석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세종 시대 개막을 계기로 지방 시대가 활짝 열리길 기대한다”며 “세종시도 지방시대 완성을 선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우 위원장도 “오늘 행사는 지방시대위원회 설치를 앞당기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며 “지방시대위가 이른 시일 안에 설치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상호 연계를 강화하고 지역 주도의 지방시대를 구현하기 위해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특별법이 제정되면 국가균형발전위는 기존 자치분권위원회와 통합돼 6월 지방시대위원회가 된다.
균형위의 세종시 이전과 함께 정부의 국토 균형 발전 구현을 위한 첫 번째 구체적인 계획이 현재 균형위가 중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문제다.
균형위는 13일 정부 각 부처의 의견 수렴 과정에서 산업은행 이전과 관련해 이견이 없음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곧 균형위를 열고 곧 산업은행 지방 이전 기관 지정 안건을 승인할 계획이다.
이와 같이 산은 지방 이전을 위한 일련의 행정 절차가 마무리 되어 가고 있지만 실제 이전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산은이 지방 이전 기관으로 승인을 받게 되더라도 이후 국회에서 ‘한국산업은행법’ 본점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산은법 제4조 1항에 따르면 산은 본점은 ‘서울특별시’로 규정하고 있다.
국회에서 이 부분에 대한 개정 과정을 남겨둔 상황에서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과 산은 노조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어 산은법 개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11일 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전노위)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은의 부산 이전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날 민주당 전노위는 “산은 이전을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국회 패싱’이 도를 넘었다”며 “(정부의 산은 부산 이전 정책이)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한 채 오직 대통령 명령에 따라 그냥 ‘직진’하겠다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전노위는 “산은 이전에 대해 원점에서 제대로 논의하라”며 “이전을 위한 행정 절차는 (타당성 검증 등) 해당 절차들이 원만히 마무리 된 이후에 진행되는 것이 마땅한 수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어 “산은은 2005년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동북아 경제중심지 조성에 필수적인 기관’이란 사유로 이전공공기관에서 제외된 바 있어, 재선정을 위해서는 보다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된 산은 이전의 정상적 절차 준수 촉구 결의안과 관련해서는 “여야를 막론한 모든 의원님들께서 해당 결의안을 즉각 채택해 주실 것을 강력히 촉구드린다”고 요청했다.
野 내부서도 이해관계 갈려… 산은법 개정에 내년 與 총선 승리 필요
이와 대조적으로 국민의힘 부산지역 국회의원들(박수영·김미애·정동만·황보승희·전봉민·김희곤·이주환·안병길·서병수 등 9명)은 5일 산은의 부산 이전을 위한 산은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은행은 최근 공공기관 지정안을 금융위원회에 제출하면서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인 본사 부산 이전을 위한 첫 단계를 내디뎠다”며 “이제 부산 이전을 위한 본격적인 행정절차와 함께 ‘본사 위치를 서울로 정해야 한다’는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산은 부산 이전을 둘러싸고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부산·울산·경남 등 PK지역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들이 전노위와 달리 산은 부산 이전을 원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13일 김두관·김정호·민홍철·박재호·이상헌·전재수·최인호 등 민주당의 PK지역구 의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국가균형발전 대원칙에 따른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촉구했다.
결국 총선을 1년여 앞두고 민주당 내 PK지역 의원들이 지역구 주민들의 표심을 염두에 두고 산은 부산 이전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은 “수도권 인구 분산 효과뿐만 아니라 동남권 산업구조 전환을 도모할 획기적인 기회”라며 “산업은행이 기업 금융 지원을 확대해 각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고 4차 산업혁명에 필수적인 벤처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역에서 활성화하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산은 부산 이전을 위해 산은법 개정이 필수적이지만 현재 여소야대 국면의 국회에서 169석의 거대 야당에 맞서 정부·여당이 뜻을 관철하기엔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이에 실제적인 산은 이전은 내년도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해야만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다양한 변수가 있지만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하다 보니 일단 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도 “실질적인 이전을 위해서는 법이 반드시 개정돼야 하는데 이 부분은 내년 총선에서 거여(巨與) 진영이 압승을 거둬야 가능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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