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혁신 멈춘 시장엔 성장도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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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윤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6-08 00:02:12

“혁신은 죄가 없음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인됐다. 혁신이 두려운 기득권 편에 선 정치인들은 법을 바꿔 혁신을 주저앉혔다.”

타다 모델을 만들었던 이재웅 씨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택시업계로부터 ‘불법 콜택시’라는 거센 공격을 받았던 ‘타다’가 4년 만에 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1·2심과 마찬가지로 “타다는 여객자동차운수업이 아니라 기사 알선을 포함한 단기 승합차 대여(렌터카) 계약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합법 운영이 인정됐으나 타다는 이미 ‘타다 금지법’으로 묶여 부활이 불가능하다. 혁신산업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규제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남게 됐다.

타다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택시업계의 반발에 불법 콜택시 영업 혐의로 2019년 기소됐다. 이후 2020년 2월 타다가 ‘불법 택시 영업’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는데도 국회는 그해 3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 한 ‘타다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대해 반대 서명만 8만 명에 달했지만 여론을 무시하고 재석 의원 168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정부도 “타다금지법이 아니라 모빌리티 혁신 제도화법”이라며 옹호했다.

타다의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혁신 스타트업을 경영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다. 법적 분쟁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 조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사업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타다는 택시 호출 시장으로 방향을 틀며 생존하기 위해 애썼지만 적자에 시달렸다. 결국 2021년 10월 쏘카는 타다 지분과 경영권을 핀테크 업체인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에 매각했다. 당시 문재인정부가 신산업육성과 혁신성장을 부르짖었지만 빈말에 그쳤던 것임이 드러난 사례다.

한국에서 타다가 금지된 사이 2016년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그랩(Grab)이란 공유차량업체는 승승장구 하고 있다. 2018년 3월 그랩은 우버와 합병해 우버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동남아시아 공유차량 서비스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2021년 말 그랩홀딩스라는 이름으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되면서 그랩은 사용자 수 3600만 명, 기업가치 151억 달러의 동남아 최대 유니콘기업이 되어 엄청난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택시업계와 타다가 갈등을 빚는 사이 이 시장을 장악한 것은 카카오모빌리티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중개 시장 점유율 94%·가맹택시(카카오T 블루) 수 74%를 확보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는 넘볼 수 없는 아성을 갖춘 상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카풀’로 승차공유 서비스에 진출하려고 했을 때 타다처럼 택시업계의 반발에 맞닥뜨렸고 규제에 순응해 일찌감치 택시 시장으로 진출하는 쪽을 택했다. 지배적 플랫폼이 등장한 것만 이전과 다를 뿐, 기존의 택시 업계 모습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이번 타다 판결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혁신산업의 성장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입증해 준 셈이다. 혁신과 새로운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준다면 정부 차원에서 규제를 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어긋난다. 시장에서 소비자가 선택한 서비스를 정부가 나서서 법을 바꿔 금지하는 참사가 또 다시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김나윤 기자 ny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