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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서 한국인들이 취업 사기·감금 구타 등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폭증하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20대 한국 대학생 A씨를 감금 후 고문 끝에 숨지게 한 중국인 용의자 중 한 명이 2년 전 발생했던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에 가담한 정황이 포착돼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자경단 천마(이하 천마)’라는 한 소셜미디어 텔레그램 단체방 운영자가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대상 범죄를 추적해 왔다며, 8월 캄보디아 캄포트주 보코산 지역에서 A씨를 살해한 주범으로 중국인 리 모(34)씨를 지목했다.
리 씨는 마약 전과가 있으며 2023년 4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발생한 마약 음료 사건에서 유통 총책을 맡았다고 천마는 주장했다. A씨에게 마약 투약을 강요하고 고문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한 것도 리 씨라고 천마는 덧붙였다.
캄보디아 검찰은 현지시간으로 10일 살인과 사기 등 혐의로 30∼40대 중국인 3명을 구속기소 했지만, 리 씨는 아직 검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천마는 수사 협조를 위해 해당 내용을 경찰에 공유했다고 밝혔다.
사건의 전말을 보자. 캄보디아 캄포트주(州) 지방법원 검찰청이 8월8일 캄포트주 보코산 인근의 한 차량에서 한국인 청년 A(22)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인 3명을 붙잡아 11일 기소했다고 밝혔다. 8월 현지 경찰은 A씨 시신이 발견된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중국인 2명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또 A씨가 사망 전 감금돼 있던 보코산 지역의 범죄 단지 즉 ‘웬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중국인 1명을 추가로 검거해 최근까지 조사해 왔다.
캄보디아 경찰은 중국 범죄 조직원들이 웬치에서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 등 범행을 벌여온 정황을 발견했다. 현지 경찰은 이후 단지를 봉쇄하고 증거물을 압수했다. 이 과정에서 웬치에 감금돼 있던 한국인 14명이 구조됐다.
‘웬치’는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 근거지를 지칭하는 캄보디아어로 수도 프놈펜, 남서부 항구도시 시아누크빌 등에 밀집해 있다. 최근 ‘고수익 일자리’ ‘빚 탕감’ 등을 내건 구인 광고에 이끌린 한국인들이 캄보디아에 왔다가 웬치에서 감금, 폭행, 고문을 당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숨진 A씨와 함께 웬치에 감금돼 있던 B씨는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실에 “(A씨가) 너무 많이 맞아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였다. 병원에 가던 도중 차 안에서 사망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박 의원실은 피해자 가족의 도움 요청을 받고 이 문제를 추적해 왔다고 전했다.
경북 예천에 살던 A씨는 7월17일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가족들에겐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했으며 A씨가 출국한 지 1주일 후쯤 가족들에게 A씨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한 남성이 “A씨가 사고를 쳐서 해결해야 하니 5000만 원을 보내라”라고 말했다. 연락은 나흘 후 끊겼다. 그리고 A씨는 출국 3주 만에 현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고문에 의한 심장마비라고 조사됐다.
납치된 A씨가 끌려간 캄보디아 남부 캄포트주 보코산 국립공원 일대 웬치는 시내까지 자동차로만 1시간이 걸린다. 한번 끌려가면 탈출이 쉽지 않고, 보는 사람도 거의 없어 살인과 폭행 등이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 캄보디아 당국이 관광 유치를 위해 대규모로 조성했다가 텅 비어 있는 웬치의 빌라나 리조트가 범죄조직들의 아지트라는 것이다.
지난달 21일에도 프놈펜에서 카페를 나서던 50대 한국인이 중국인 4명, 캄보디아인 1명에게 납치돼 고문당한 일이 알려졌다. 올해 1월~8월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에 접수된 납치·감금 피해 신고는 330건으로 작년 한해 220건을 이미 넘어설 정도로 폭증하고 있다.
한국인 피해가 급증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내각에 총력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지시에 따라) 외교부는 캄보디아 정부 협조 확보를 포함해 다양한 조치를 취해왔다”고 밝혔다.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는 7월 박정욱 대사가 이임한 뒤 석 달째 공석이다.
대통령실은 캄보디아에서 잇따라 발생한 한국인 대상 강력 범죄에 대응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13일 오후 첫 회의를 열었다. TF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하며 외교부·법무부·경찰청 등 관련 부처 담당자들도 참여했다.
외교부는 현재 3명인 현지 대사관 파견 경찰을 2교대가 가능한 수준으로 증원하는 방안을 캄보디아 정부와 협의 중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달 23일 캄보디아 경찰 수뇌부와 회담을 하고, 코리안 데스크(한인 범죄 전담 경찰) 신설, 경찰 현지 파견 방안 협의하기로 했다.
A씨 시신은 두 달째 프놈펜의 한 사원에 안치돼 있다. 경찰은 이달 중 캄보디아에 경찰관을 파견해 A씨에 대한 부검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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