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품 브랜드숍 네이처리퍼블릭(사진)이 지난해 매출은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오히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등의 실적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서울메트로 역사 내 매장 운영권을 획득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정운호 대표의 구속, 로비의혹으로 촉발된 오너리스크까지 설상가상 겹친 상황이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네이처리퍼블릭이 정운호 대표로 인한 오너리스크를 겪는 가운데 지난해 추진한 지하철 매장 확대가 실적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지적까지 받게 됐다.
급격한 외형성장으로 매출은 증대됐지만 운영권 획득 및 신규매장 개설을 위해 사용된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경쟁사 ‘미샤’ 제치고 지하철 매장수 1위… 브랜드 홍보효과 ‘쏠쏠’ 수익성은 ‘갸우뚱’
네이처리퍼블릭이 지하철 매장을 위주로 공격적인 외형확장에 돌입해 매출 상승 및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무리한 외형확장으로 인해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은 중저가화장품 시장 5위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해 9월 서울메트로가 실시한 화장품 매장 임대차 입찰에 참여해 경쟁사 미샤를 제치고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이에 강남·홍대입구·신촌·사당 등 57개 역사 내에 총 68개의 매장을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했다. 이로써 화장품 업계 최다 155개의 지하철 매장을 전국에 보유하게 됐다.
유동인구가 많은 역사 내 노른자 자리를 차지하게 된 네이처리퍼블릭의 정운호 대표는 서울메트로 매장 운영권 획득이 브랜드 성장세에 견인차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상권 전문가 및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하철 내 매장의 장점은 지상 매장과 달리 비나 눈과 같은 기상현상에 따른 매출 타격이 거의 없다. 또 많은 유동인구에게 대형 광고판으로 홍보하는 효과를 지니기도 한다.
반면, 역에 따라 유동인구가 큰 편차를 보이며 그냥 구경만하다가는 이른바 ‘뜨내기 손님’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2015년 12월 기준.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비슷한 이유로 경쟁사 토니모리는 지하철 월세를 고려해 수익을 낼 수 있는 효율성과 생산성을 갖춘 매장은 적은 편이다는 설명과 함께 지난해 실시한 입찰에 불참한 배경을 밝혔다.
경쟁 입찰 업체였던 에이블씨엔씨(브랜드 미샤)는 첫 계약 당시보다 임대료가 상당히 올랐기 때문에 사업성이 하락했다며 애초부터 무리한 액수를 제안할 생각이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쟁사들이 지하철 매장 확장에 공을 들이지 않는 것과 다르게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해 화장품 매장 운영권을 획득하기 위해 수백억원에 달하는 입찰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지난해 8월 A, B그룹 각각 34개씩 묶어 ‘역사내 화장품전문매장 임대차’ 입찰을 진행했다. 처음 제시된 입찰참가자격은 A그룹 99억원, B그룹 94억원이었지만 최종 낙찰된 금액은 기초금액을 한참 상회하는 163억원, 149억원이다. A, B그룹을 합치면 처음 193억원보다 62% 더 큰 312억원이다.
업계는 네이처리퍼블릭이 매장 하나당 평균 월 1300만원대의 임대료를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명동·강남 상권 외 기타 상권들이 통상 1000만원의 임대료를 지불하는 지상 로드숍과 비교하면 약 30~40% 비싼 수준의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낙찰가 312억원 중 50%에 해당하는 금액은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신규매장의 경우 매장 당 평균 4000만~6000만원 인테리어 비용까지 들기 때문에 초기비용이 만만찮다는 분석이 나온다.
입찰에 참가한 지난해 네이처리퍼블릭은 매출액은 올랐으나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은 하락했다. 판매비 및 관리비 등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2014년 1352억원이던 판매관리비는 지난해 1649억원으로 증가했다. 지급임차료는 동기간 145억원에서 173억원으로 증가했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2015년 12월 기준. ⓒ스카이데일리
지난 2014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며 실적 회복의 불씨를 당겼지만 다시 또다시 수익성이 악화되며 실적개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년간 네이처리퍼블릭의 실적은 ▲2012년 매출액 1284억원, 영업손실 44억원, 당기순손실 70억원 ▲2013년 매출액 1717억원, 영업손실 5억원, 당기순손실 29억원 ▲2014년 매출액 2552억원, 영업이익 238억원, 당기순이익 157억원 ▲2015년 매출액 2848억원, 영업이익 163억원, 당기순이익 103억원 등이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지하철 상권 및 해외시장 공격적인 투자와 함께 법인세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하락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유동인구 저녁시간대만 몰려…소비자 다수 “지하철 매장보단 지상 매장이 더 편하다”
지하철 사업의 실효성을 살피기 위해 서울메트로 역사내 입점 된 네이처리퍼블릭의 매장 7곳을 직접 둘러봤다. 유동인구 및 관광객이 많은 강남·사당·을지로입구·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과 이대·서초·숙대입구역 매장을 살펴 본 결과 7곳 모두 평일 오후 시간대에는 한가한 모습을 보였다.
퇴근시간과 학교 수업이 끝나는 시간이 겹치는 저녁시간대는 조금씩 손님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한 매장 직원에게 장사가 잘되는지를 묻자 그는 “(유동인구 많은 편에 비해)그렇지 않다. 출·퇴근 시간대에만 장사가 잘되는 편이다”며 “명동같이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곳이 장사가 잘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구경하는 관광객들로 매장이 붐비는 모습을 기대하고 기자가 찾은 오후 4시 30분 즘 을지로 매장도 마찬가지로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직원은 “잘 팔린다”며 “지금 시간대에만 손님이 없는 것뿐이다”고 답했다.
▲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인근에서 만난 많은 소비자들은 지하철 역사내 매장보다 지상에 있는 매장을 더 선호한다고 답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네이처리퍼블릭 숙대입구역점, 사당역점, 을지로입구역점,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점 ⓒ스카이데일리
나머지 사당·서초·이대·숙대입구·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일대 매장은 매장을 둘러보는 동안 한 명의 손님도 다녀가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매장 인근에서 만나본 소비자들은 지상 매장과 지하철역사내 매장을 다른 각도에서 보고 있었다.
인근에서 만난 소비자 문소라씨(22)는 “지하보다는 지상매장을 더 이용하게 된다”며 “지하철은 보통 바쁘게 움직일 때 지나가게 돼서 여유 있게 구경하기 힘들지만 지상에선 지나가는 길에 들르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김민지씨(28)는 “지하철 매장은 보통 소규모지만 지상 매장은 큰 규모로 백화점 못지않게 매장을 예쁘게 잘 꾸며놓는다”며 “웬만하면 지상을 가게 되지 굳이 지하철 내로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버스를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지하철 매장을 잘 가지 않는다는 의견과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자체를 자주 안 간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 ‘더페이스샵’ 신화 주역 승승장구 후 몰락, 오너리스크 ‘시끌’
네이처리퍼블릭의 지하철 매장 운영에 대한 실효성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적극적으로 주도한 정 대표에게 시선이 쏠렸다.
하지만 정 대표는 책임을 질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불법 해외 원정도박으로 검찰에 구속돼 현재 구속수감 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지난달 22일 변호사 폭행사건피소 및 로비의혹 등 각종 루머에 휘말리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추진하던 네이처리퍼블릭의 코스닥 상장계획조차 불투명해졌다. 비슷한 시기 상장을 추진했던 토니모리와 잇츠스킨은 지난해 말 상장에 성공했다.
오너리스크로 인해 네이처리퍼블릭의 안팎 분위기도 뒤숭숭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 가맹점 업주는 “지금은 덜 하지만 확실히 지난해 오너 문제로 시끄러웠던 시기 유저가 많은 화장품 정보공유 인터넷 카페 파우더룸 등에서 불매하자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고 귀띔했다.
정 대표는 지난 2003년 더페이스샵을 창업해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열풍을 일으켰다. 설립 2년 만에 업계1위를 등극하던 더페이스샵을 사모펀드를 거쳐 2009년 LG생활건강에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1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품 브랜드숍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인 그는 지난해 12월 기준 네이처리퍼블릭의 75.47%를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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