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우조선해양의 최악 위기가 협력사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협력업체 대부분은 향후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실적에 따라 고용, 임금 등의 문제가 좌우된다. 현재 경영난을 버티지 못한 협력사들은 문을 닫거나 통폐합되기도 한다는 것이 협력사 직원들의 전언이다. 이들은 위기 중에도 소위 갑질이 계속됐다고 털어놨다. 사진은 대우조선해양 거제옥포조선소 전경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대우조선해양 거제옥포조선소 혹은 인근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협력사들 중 상당수는 “대우조선해양의 현 상황 보다 자신들의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협력업체 중 대부분이 고용불안정 및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었으며, 심지어 일부 협력사는 ‘대우조선해양의 갑(甲)질 횡포’까지 당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0명 넘는 직원들의 대규모 권고사직도 감수, 과거 대비 절반 이하 가격 일감 수주
대우조선해양 및 협력사 등에 따르면 대다수 협력사들은 일거리가 점점 줄고 있으며 망해서 사라지거나 협력사끼리 통폐합되는 일도 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협력사 직원들 중 상당수가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거나, 실제로 일자리를 잃은 이들도 적지 않았다.
사내 협력사 직원 임미소(가명)씨는 “협력사 직원들이 대우조선해양 본사 직원들보다 불안감을 더욱 많이 느끼는 게 현실이다”며 “주변에서 망하는 회사들도 보이고 계속 일거리가 없어진다는 소문이 도니 언제 잘릴지 불안한 생각이 많이 든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이미 타 협력사의 경우 10명 넘는 직원들이 권고사직을 받아 나간 것도 봤다”며 “말이 권고사직이지, 실상 무급휴직과 둘 중 선택하도록 압박하는 강제적인 성격이 짙다”고 덧붙였다.
▲ 아직까지 수주실적이 남아있는 협력사들은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감을 소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적지 않은 협력사 직원들은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초조감을 갖고 있었다. 사진은 조선소에서 작업하고 있는 협력사 직원들 모습 ⓒ스카이데일리
또 다른 협력사 직원 가석희 씨는 “협력사들 중 일부는 벌써부터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곳도 있다”며 “한 설계 협력사의 경우, 똑같은 일감에 대해 과거의 절반 가격만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가 씨는 대우조선해양의 상황을 전달하는 언론 매체들에 대해서도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언론에서 옥포조선소 상태가 거의 아사상태에 다다른 것처럼 떠드니까 더 해롭다. 아직까지는 앞으로의 상황에 불안해 할 뿐 일감을 소화하고 있는 업체가 더 많다”며 “언론 때문에 협력사 직원들의 마음이 뒤숭숭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협력사들 상당수는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실적이 줄다 보니 협력사에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각종 언론 매체들이 대대적으로 ‘조선업의 위기’라고 보도하니 사람들이 조선소 일을 하기 싫어하는 경향까지 생겨났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우조선해양 한 협력사의 인사업무를 담당하는 이경수 과장은 “예전에는 광고를 보고 전화가 한 달에 적어도 10~15명은 왔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전화가 거의 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또 아직까지 현재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일부 일용직 근로자들의 인식 개선도 시급한 문제라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현재는 수주잔량이 남아있어 계속 바쁘게 일을 하고 있는 현장 근로자들은 위기를 체감하지 못한다”며 “이 같은 현상은 가뜩이나 어려운 협력사들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례로 대다수의 인사관계자들은 인원감축 대상자 1순위로 물량팀을 꼽는데, 정작 물량팀 직원들은 ‘여기가 아니면 다른 데서 하면 되지’하는 생각에 이직도 쉽게 하며 다가올 위기에 대해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관심도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아직 절박함이 없기 때문에 일당을 원래 15만원 주다가 지금은 사정이 어려워 13만원을 주면 안하겠다는 사람도 많다”며 “지금 울산(현대중공업)에서까지 일을 찾아서 거제로 내려오고 있는데도 현실을 아직 모른다”고 꼬집었다.
“100명이 일을 하면 50명 인건비 대표 부담도…대출로 월급 주는 경우도 적지 않아”
협력사를 직접 경영하는 대표들이 느끼는 위기감의 정도는 직원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기자가 만난 대다수의 협력사 대표들은 “회사 경영 자체가 힘들 지경이다”고 입을 모았다. 이 가운데 경영난과 더불어 대우조선해양의 갑질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곳도 존재해 특히 주목됐다.

▲ 대우조선해양 협력사 대표들은 어려운 상황이 가중되면서 협력사들끼리도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사정이 여의치 않은 대부분 협력사들은 직원들의 임금을 지불하기 위해 대출하는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대출마저 되지 않는 협력사 대표들은 극단의 선택에 내몰리는 경우도 있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사진은 대우조선해양 거제옥포조선소 ⓒ스카이데일리
대우조선해양 협력사를 운영하는 이철승(가명) 대표는 “일거리가 부족하다보니 협력사끼리도 경쟁하는 분위기가 만들어 지고 있다”며 “기존에 5만원 받았던 일감을 3만원까지 단가를 후려치는 경우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십 년 알고 지낸 사이가 멀어지는 것은 물론 다 같이 죽자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협력사의 차성희(가명) 대표는 조선산업의 위기를 대처하는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그는 “최근 조선업 구조조정 얘기가 오가면서 조선사들 간에 합병 얘기도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현장 경력자의 시각에서 볼 때, 조선사 합병 주장은 탁상행정에 가깝다. 오히려 현장 근로자들의 불안감만 가중 시키는 ‘독’과 같은 얘기다”고 비판했다.
차 대표는 이어 협력사들의 어려운 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협력사 대표들 사이에서는 ‘그야말로 모험하는 기분이다’는 목소리가 무성하다”며 “100명이 일을 하면 50명의 임금만 대우조선이 부담하는 실정이다. 나머지는 협력사 대표 몫이다. 일부 협력사의 경우 대출까지 감행해 직원 임금을 주는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실무자에 노래방 접대하니 공사대금 2% 상승…“갑(甲)질에 벼랑 내몰린 협력사 다수”
취재 도중 만난 협력사 대표 차오준(가명)씨는 조심스레 대우조선해양의 갑(甲)질 행태를 폭로하기도 했다. 그는 대우조선 행태를 설명하는 내내 상당히 긴장된 표정을 내비쳤다. 대우조선에 대해 억울한 감정을 드러내면서도, 혹시나 정체가 드러날까 조심스러워 했다. 그는 “혹시나 내 정체가 탄로나면 앞으로 먹고 살길이 막막해 진다”며 신변 보장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 일부 협력사 대표들은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사 선정 공정성에 대해 지적했다. 본사 직원들의 인맥으로 협력사를 선정하거나 실적에 비해 높은 성과금을 주는 등 비합리적 관행이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스카이데일리
그러면서 차 대표는 그동안 직접 겪은 갑질 피해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의 대표적인 갑질 행태는 실적대로 지급해야 할 공사대금이 본사 직원 재량으로 지급되는 것이다”며 “실적이 높더라도 직원 내키는 대로 공사대금이 지급돼 경우에 따라서는 성과에 못 미치는 금액을 받는 경우가 다반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통상적으로 기존에 있던 협력사들을 독려해서 일을 진행해야 하는데, 본사 직원들의 인맥으로 협력사를 선정하는 경우도 목격한 적 있다”며 “이처럼 인맥으로 협력사를 채워놓고 비교적 후하게 공사 대금을 지급한다”고 덧붙였다.
차 대표는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의 막강한 권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협력업체 대표의 입장에서도 본사 실무를 담당하는 파트장급 직원한테도 감히 말을 함부로 못 하는 실정이다”며 “그 사람들 심기 거스르면 공사대금 지급 문제에 큰 지장이 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래 나 또한 독고다이(나홀로를 빚댄 일본어)로 성공한다는 주의였는데 결국 접대를 하게 됐다”며 “2년전 파트장 노래방가서 접대하니까 기성이 2%올라 갔었다. 밑에 관리자인데도 그러한 권한이 있었다. 그 위의 권한은 더 클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니 비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차 대표는 자신 뿐 만 아니라 주변의 다른 협력사 대표들도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갑(甲)질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자료: 대우조선해양. 빨간색 글씨는 평가자의 주관적 요소가 들어갈 수 있는 부분 ⓒ스카이데일리
그는 “대부분의 협력사 대표들은 빚더미에 올라 있다”며 “과거 한 협력사 대표는 심각한 스트레스 증상을 호소하다가 결국 자살 시도까지 한 적이 있는데, 대우조선해양 측이 밀린 공사대금을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자살을 말린 적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자살을 한 협력사 대표들도 있다”고 강조했다.
차 대표는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사 입장에서는 아무리 일을 잘해도 돈을 많이 벌 수 없다”며 “정치나 인맥이 더욱 중요하다. 최근에는 업체평가를 하고 있는데 일부 평가항목이 아직 주관적 요소가 상당수 속해 있다. 이런 주관적 요소는 결국 본사 직원들과의 돈독한 관계로 평가되기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들이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차 대표는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사 입장에서는 아무리 일을 잘해도 돈을 많이 벌 수 없다”며 “정치나 인맥이 더욱 중요하다. 최근에는 업체평가를 하고 있는데 일부 평가항목이 아직 주관적 요소가 상당수 속해 있다. 이런 주관적 요소는 결국 본사 직원들과의 돈독한 관계로 평가되기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들이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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