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6-09-2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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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포커스]-위기의 ‘거제옥포’를 가다[中-상권]
격동의 엔진 조선메카 ‘거제의 민심’ 흔들린다
격동의 엔진 조선메카 ‘거제의 민심’ 흔들린다
민생위기 동요하는 상인들…불황 쓰나미에 대우시·삼성시 화려한 불빛 ‘옛말’
 ▲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인근 ‘옥포시장’(사진)의 평일 정오 무렵 모습이다. 상인들은 “장을 보기위한 사람들로 붐볐던 시장이 불과 몇 달여 만에 한산해졌다”고 증언했다. 상인들은 최근 거제도에 불고 있는 불황이 심상치 않다며 한결같이 불안함을 호소했다.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 취재팀|경남 거제=김신·김도현·유은주·박가영 기자] “말도 마라. 반타작이다 반타작”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인근에 위치한 옥포시장의 근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곳 상인들의 대답은 대체적으로 비슷했다. 2~3년 전부터 조짐을 보이던 불황이 최근 몇 달 새 급속도로 악화됐다는 게 상인들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거제 지역의 대표 상권을 일일이 찾아 상인들의 목소리를 들어본 결과, 최근 거제시 지역 경제를 지탱하던 조선기업들의 위기는 지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거제지역 경제는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한 상인은 “과거 거제도를 두고 ‘경남 대우시’, ‘경남 삼성시’ 등이라 불렀던 것이 원망스럽기 까지 하다”고 토로했다.
 
조선업 종사자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이 거제시 지역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수치상으로도 충분히 증명된 바 있다. 거제시 통계자료에 따르면 거제시민 중 ‘기능·기계 조작 및 조립’에 종사하는 인구비율은 40.7%다.
 
이어 ‘관리자·전문가’ 집단 15.8%, 서비스·판매 13.9%, 사무종사자 12.9% 등이 뒤를 잇는 구조다. 이 밖에도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7.6%의 인구들까지 합치면 사실상 80%를 웃도는 인구가 조선소와 직·간접적인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상상치도 못했던 ‘옥포의 눈물’…매출은 ‘절반’ 예약손님 ‘1/3’ “힘들다는 말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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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포시장 인근에서 마크·명찰 재봉업체를 운영하는 정보군 씨의 주 거래처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이다. 조선소 직원들이 입는 유니폼에 직책 및 이름표의 부착을 맡고 있다. 정 씨는 “최근 들어 조선소 직원들이 감소했다는 것이 체감된다”고 설명했다.
 
 ▲ 옥포조선소 직원들이 점심·저녁식사와 술자리 등을 위해 찾는다는 ‘매립지상권’의 모습이다. 점심시간 예약이 필수라는 식당에도 빈자리가 보일 정도다.(사진 위) 한 상인은 현재 조선소 내 회식이 금지됐으며 예약·매출 등도 크게 줄었다고 했다. 사진 아래는 매립지 상권 전경 ⓒ스카이데일리

거제 지역 상인들에 따르면 최근 거제 지역 조선소들의 뒤숭숭한 분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상권은 옥포조선소 오피스동인 오션프라자 인근 지역이다. 오션프라자 인근 지역은 거제 내 다른 곳과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는 곳이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횟집’들이 즐비할 것 같지만 실상 이 곳은 전형적인 ‘오피스 상권’에 가깝다. 오션프라자 인근에는 각종 일반음식점과 고급식당, 유흥주점, 숙박시설 등이 밀집해 있다.
 
인근 상인들은 과거 이곳이 일대에서 가장 번화가며 많은 돈이 도는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 배경에는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역할이 컸다. 오션프라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물론 조선소 내 다른 부서 근무자들 역시 이곳에서 회식을 하고 유흥을 즐기는 장소로 각광받았기 때문이다.
 
불황을 모르는 곳이라는 이야기도 들렸다. 주중·말 가릴 것 없이 해가 뉘엿해지기 시작하면 대우조선해양 점퍼(유니폼)를 걸친 노동자들의 발걸음이 하나 둘 이어져 급기야 인산인해를 이룬다.
 
하지만 대다수 상인들은 이 같은 상황이 모두 ‘옛 말’이라는 공통된 반응을 내비쳤다. 실제로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과거 불야성을 이루던 오션프라자 인근 지역 내에는 약 30%의 상가가 가게를 내놓은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오션프라자 인근서 ‘보리네 생 보릿간’을 운영하는 황장근 씨는 “최근 한두 달 새 이곳의 예약자 수는 2/3, 매출은 절반으로 감소했다”며 “주 고객원이었던 조선소 직원들이 지갑을 완전히 닫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인근의 가게들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점심예약 필수’라는 문구를 입구에 붙여놓은 가게 역시 문구가 무색하리만큼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취재 중 만난 한 상인은 전날 상갓집에 간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곳의 사정을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 우지영 ⓒ스카이데일리
   
그는 “친구들 중 대다수가 조선소에서 근무하는데 어제 만난 10명의 친구들 중 6명이 대우조선해양 직원이었다”며 “그들로부터 최근 대우조선해양 내부에서는 ‘회식 금지령’이 내려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귀띔했다.
 
주 소비층인 조선소 직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지역 경제 전체가 얼어 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경제의 바로미터인 시장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옥포시장 상인회 최성용 회장은 “(옥포시장은)매립지 인근에 비해서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라 할 수 있으나 이곳 역시 힘들긴 매한가지다”면서 “특히 세를 들어 장사를 하는 상인들 일부는 장사가 안 돼 가게를 내놓거나 문을 닫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조선소에 다니는 남편이 벌어다 준 돈으로 생활하는 가정주부들의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 가장 큰 것 같다”며 “매스컴에서 연일 ‘조선소 위기’ 관련 보도가 이어지니 침체된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이 운영하는 건어물 가게를 나서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한창 장을 볼 시간대인 낮 시간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내부는 ‘썰렁’했다. 속옷·아동복 매장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가정주부들이 돈을 안 쓰니 시장이 죽을 쑬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시장 인근에 위치한 다른 매장들의 상인들 또한 “힘들다”는 반응뿐이었다. 대다수의 상인들은 “경기침체의 조짐은 2~3년 전부터 감지됐으나 급속도로 어려워진 것은 최근이다”는 공통된 반응을 보였다.
 
핫도그 매장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돈을 버는 인구가 줄면 쓰는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며 “조선업이 어려워지는 것이 감지되고 있었음에도 정부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며 국가적 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상인의 핫도그 매장은 불과 몇 개월 사이 직원수와 매출이 각각 절반으로 줄었다.
 
 ▲ 거제지역 최대 번화가인 고현동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와 이웃한 곳이다. 이곳 역시 불황의 그늘을 피해가지 못했다. 연일 인산인해를 이뤘다는 고현종합시장(사진)도 마찬가지다. 월 임대료만 400~500만원에 이른다는 시장 중심부 역시 낮시간 대 한가한 모습이 연출됐다. ⓒ스카이데일리

거제 최대 번화가 고현동…시장엔 ‘빈 점포’ 삼성重 효과 바닥 “시내에도 안 나와요”
 
사정은 거제시 최대 번화가로 꼽히는 고현동 역시 마찬가지였다. 남편이 삼성중공업 직원이라는 한 상인은 “월급은 예전과 같이 나오나 한두 달에 한 번씩 나오던 보너스 지급이 중단됐다”며 “나부터도 씀씀이를 줄이게 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곳은 옥포에 비해 규모도 크고 유동인구가 많아 타격은 덜하겠지만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다”며 “인근의 삼성중공업은 인원감축이 시작되지는 않았으나, 대우조선해양의 심각성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 때문인지 다들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때문에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태다”고 강조했다.
 
고현동은 거제 내 최대 상권으로 꼽히는 곳이다. 삼성조선소는 물론 거제시청 등 관공서, 학교, 버스터미널 등을 배후로 둔 지역이다. 그러나 기자와 만난 이 곳의 상인들 대부분은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걷기 힘들 정도로 거리를 메웠던 노동자들이 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기자가 방문한 4일 오후에도 중간고사를 끝낸 많은 학생들만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대기업 아동복 브랜드 매장 관계자는 “우리 매장의 매출이 작년에 비해 30% 이상 떨어졌다”며 “본사에서도 우리 매장의 매출 급감을 예의주시 하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그는 “시내라서 그나마 괜찮을 것이라고들 말하지만 사람들이 시내조차 나오기 꺼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바닥 경제의 상황을 가장 잘 나타내는 인근의 재래시장을 찾았다. 시장 이름은 ‘고현종합시장’이었다. 시장 입구부터 썰렁한 기운이 감돌았다. 월 임대료만 400~500만원에 이른다는 시장 중심부도 마찬가지였다.
   
 ▲ 우지영 ⓒ스카이데일리
 
시장 내부에는 비어있는 곳도 속속 눈에 띄었다. 이웃 상인들에 따르면 문을 닫은 점포들은 임대료 지급이 어려워 권리금을 포기한 채 시장을 떠난 상인들의 흔적이었다. 현재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들 중에도 이미 점포를 내놓은 상태인 이들이 상당수 존재했다.
 
인근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과거 한 때 잘나가던 거제’의 모습을 회상하기도 했다. 택시기사는 “회사택시 기사들도 사납금을 내고 하루에 40만원 남짓 벌어가던 곳이 거제도였다”며 “너도나도 택시를 하기 위해 아침 일찍 회사에 나가 청소까지 도맡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퇴근시간만 되면 차가 밀려 10분 거리를 가는데 1시간이 소요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기사의 차 뒤로 늘어선 ‘빈차’들의 모습이 그대로 대변하고 있었다. 한 택시기사는 “정말 문만 열어놔도 대다수 가게들이 손님으로 가득 찼으나 몇 달 만에 옛날이야기가 됐다”고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물가 비싼 거제의 밤…네온사인 요란한데 ‘텅 빈’ 거리 적막감마저 감돌아
 
거제 최대의 번화가인 고현동의 밤이 찾아왔다. 퇴근시간 이후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늘어난 듯 했다. 곳곳에서 저녁식사와 함께 소주잔이 오고갔다. 일부 식당들은 만석을 보였으나 대다수 식당들은 1/3 이상 빈자리를 나타냈다.
 
한 식당 업주는 “거가대교가 생긴 이후 주말만 되면 많은 이들이 부산 등으로 빠져나가 전체 매출이 소폭 하락했다”며 “하지만 평상시 벌이가 잘됐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온다”고 토로했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고현동 중심상가 이면도로는 각종 네온사인으로 불야성을 이뤘다. 유흥주점, 안마시술소, 모텔 등의 간판 불빛이 가득했다. 이들의 주 고객 역시 조선소 사람들이었다. 통상 고가의 술이 판매되는 이곳은 다른 상권에 비해 더욱 타격이 큰 모습이었다.
 
 ▲ 고현동 상가 이면도로(사진)는 음식점·주점·유흥업소·모텔·안마시술소 등이 밀집한 곳이다. 연휴를 앞둔 저녁 퇴근시간임에도 거리는 다소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유흥업소 등은 타격이 더욱 심각하다는 게 이곳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직장인들의 지출이 많은 5월에도 불구하고 예년에 비해 더욱 안 좋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 업소는 이달 들어 총 3팀의 손님을 받았을 뿐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스카이데일리

큰 골목에는 유흥업소에 여성 접대부를 공급하는, 속칭 ‘보도방’ 승합차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들 역시 갈 곳이 없는지 시동을 켜둔 채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차들이 많았다. 선팅이 짙게 돼있어 내부를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담배연기가 새 나오는 창문 틈 너머로 여성 여럿이 탑승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창 피크시간 대임에도 여성 접대부 역시 일자리를 못 찾은 셈이다.
 
유흥업소 업주들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가게를 탐문했으나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개시도 못한 상황에서 근황을 묻는 기자의 방문이 달갑지 않았던 것이다. 대다수 업주들이 귀찮은 듯 손 사레를 쳤고, 또 일부는 버럭 화를 내기도 했다. 심지어 한 업주는 소금을 뿌리기까지 했다. 수 차례의 인터뷰 시도 끝에 어렵사리 일부 업주들과 최근 거제의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S유흥업소 한 관계자는 “가정의 달인 5월은 다른 지출이 많아 우리 같은 가게들은 장사가 가장 안 되는 달이다”며 “하지만 지난달부터 지금까지의 상황은 그 어떤 불황 때보다 심각하다. 이달 들어서는 손님을 3팀밖에 못 받은 상황이다”고 전했다.
 
H유흥업소 업주는 “1996년에 처음 이곳에서 이 장사를 시작했으니 꼭 20년이 됐는데 이런 불황은 처음 본다”며 “IMF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장기화되면 가게를 접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다시 옥포로 향했다. 높은 고갯길에서 바라 본 옥포조선소는 환한 불빛으로 장관을 이뤘다. 매립지 역시 고현동 이면도로처럼 각종 유흥업소·모텔 등의 간판불빛으로 밤하늘을 수놓았다. 하지만 그 불빛 아래 있는 사람의 모습은 소수에 불과했다.
 
이곳 역시 일부 고깃집·횟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이들만 눈에 들어 올 뿐이었다. 거리 자체가 한산했다. 어두운 골목길을 뚫고 대우조선해양 유니폼을 입은 한 사람이 비틀비틀 걸어가고 있었다. 환한 조선소 불빛을 뒤로한 채 비틀거리는 그 발걸음이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비틀거리는 거제의 현 주소를 대변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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