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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동거리는 인근 직장인과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거렸다. 오전엔 직장인들만 간간히 보이며 썰렁한 모습이었지만 오후가 되자 활기찬 거리로 변모했다. 사진은 오후 4시 30분경 명동 예술극장이 위치한 유네스코길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TV·블로그·입소문 통해 유명해진 음식점…오전부터 줄서는 진풍경
명동파출소 뒷길에 위치한 백제삼계탕은 비교적 일찍 오픈하는 식당이다. 이곳은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영업을 한다. 2대에 걸쳐 46년 동안 영업을 하고 있는 유명한 식당이다. 식당 벽면에는 유명인의 사인이 가득했다.
백제삼계탕 사장은 “한·중·일에서 유명한 사람들이 많이 다녀갔다”며 “이미 우리 가게는 알려질 대로 알려져 유명인이 와도 더 이상은 사인을 해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식당에 들어서자 일본인 관광객 한 팀이 보였다. 10분 만에 또 다른 일본인 관광객이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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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큰 이미지 보기 = 이미지 클릭 [그래픽=고윤석] ⓒ스카이데일리 |
오전 10시. 대기 줄이 긴 음식점이 있었다. 명동길에서 명동성당 방면에 위치한 신선설농탕에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보이는 이들이 10명 넘게 웨이팅을 하고 있었다. 매장 직원은 능숙하게 메뉴판을 들고 나와 대기 손님들에게 미리 주문을 받고 있었다.
신선설농탕은 드라마 제작 협찬을 통해 외국에 알려진 곳이다. 지난 2009년 SBS 방영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서 주요 촬영지 중 한 곳이 바로 신선설농탕이었다. 드라마가 해외에서도 성공을 거두자 유명세를 얻게 됐다.
신선설농탕 명동점 직원은 “빠른 테이블 회전으로 인해 가장 손님들이 몰리는 오전 10시에 와도 10분에서 20분 정도만 기다리면 된다”고 말했다.
60석 남짓한 이곳은 테이블 회전을 높이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손님에게 직원이 미리 메뉴판을 건네고 있었다. 이곳을 찾은 한 일본인 관광객은 “술을 마시고 다음날 먹기에 제격으로 일본에서도 유명하다”며 “매장이 큰길에 있어 찾기 쉽고 오래 기다리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
▲ 신선설농탕 앞은 오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거리는 전체적으로 한산했지만 유독 이곳만은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찾아온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신성설농탕은 드라마 찬란한 유산을 통해 명동의 음식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스카이데일리
점심 인근 직장인 가세, 저녁은 노점상 몰려와 이색 먹거리 제공
오전 11시가 되자 거리에는 점차 유동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인 12시 무렵에는 식당마다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명동교자 본점은 명동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 중 한곳이다. 약 200석의 자리가 순식간에 채워졌다. 명동교자가 위치한 명동10길은 먹자골목 상권이 형성된 곳이다. 이곳에는 이미 유명해진 명동교자 본·분점, 충무김밥 외에도 프랜차이즈 매장인 안동찜닭, 놀부부대찌개, 유가네 닭갈비 등이 있다.
화장품 매장 직원들이 호객하는 것과 달리 식당골목에는 호객하는 직원을 단 한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 상인들은 관광객들이 인터넷 검색과 블로그를 통해 알아보고 방문하기 때문에 따로 홍보가 필요없다는 설명이다.
충무김밥 직원은 “우리 매장은 다른 곳에 홍보를 하지 않는다”며 “외국인들이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찜닭에서 식사를 한 대만인 자넷 치앙 씨는 “대만에서 한국 여행을 했던 이들의 블로그를 통해 이곳을 알게 됐다”며 “명동 관광은 대부분 그런 식으로 이뤄진다”고 알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명동 거리는 더욱 복잡해졌다. 관광객과 인근 직장인들이 뒤섞였던 점심 시간이 지나자 점차 관광객 중심으로 거리의 모습이 달라졌다.
▲ 노점상이 영업을 개시하는 오후 4시가 가까워 지자 노점상인들이 손수레를 이끌고 나타나기 시작했다. 노점상 영업은 중구청의 허가 아래 이뤄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노점상 판매는 대부분 아르바이트생들이 하고 있었다. ⓒ스카이데일리
오후 3시 50분이 되자 명동거리가 더욱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사람들이 손수레를 끌고 나오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에게 이색명물로 통하는 노점상인이었다.
노점은 오후 4시부터 영업이 이뤄진다. 이곳엔 계란빵이나 호떡과 같은 음식부터 꽃게튀김이나 장어구이, 딸기모찌, 가리비구이 등 이색적인 음식이 팔리고 있다.
노점을 찾는 외국인 손님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핫바를 사먹은 일본인 니코(18·여)와 카호(18·여) 양은 “일본에서도 명동의 길거리 음식은 유명하다”며 “직접 먹어보니 맛있고 간편해서 좋다”고 말했다.
치즈구이를 먹던 영국인 에밀리(22·여) 씨는 “몇 개월 째 한국에 체류하면서 명동을 자주 온다”며 “식당 음식은 입맛에 맞지 않아 딱 한 번 가보고 안 가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노점 음식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중국 단동에서 온 리쩡옌(李正言) 씨는 “한국에 온지 이틀밖에 안됐다”며 “우리는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볼거리 보다는 쇼핑을 주로 하러 명동에 온다”고 했다. 이어 “아무래도 면세점이 있어서 명동거리를 찾게 된다”며 “음식점은 가격이 비싸서 잘 안 가게 된다”고 길거리 음식을 찾는 이유를 알렸다.
▲ 명동의 노점상은 각종 이색 음식들로 가득했다. 가리비구이, 치즈꼬치, 핫바 등 각종 꼬치를 비롯해 호떡이나 붕어빵 등이 판매됐다. 노점상마다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중국어 메뉴판을 걸어뒀다. ⓒ스카이데일리
월매출 3000만원대 노점상…메인 골목 벗어나면 외국인 없는 골목길 식당들
시간이 저녁에 가까워지자 명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노점상 앞에서 음식을 사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상인들은 저마다 음식을 만들며 판매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노점상에 걸린 홍보 문구는 대부분 중국어였다. 상인들은 연신 중국어로 호객 행위를 했다.
취재 결과 이곳에서 음식을 판매하고 있는 직원 대부분은 아르바이트생이었다. 기자가 노점상 8곳을 확인한 결과 모두 “나는 아르바이트생”이며 “사장은 자리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직원은 한국말에 능숙하지 않은 중국인이었다.
오후 6시가 되자 노점상 영업이 무르익어갔다. 오렌지주스를 파는 한 노점상은 오렌지 한 개로 주스 두 잔을 만들었다. 가격은 개당 4000원으로 단품 판매한다. 아르바이트생은 주스를 만든 뒤 빈 껍질을 보기 좋게 쌓아뒀다. 6시 기준 오렌지 껍질은 총 120개였다. 2시간 동안 발생한 매출은 무려 48만원이었다. 시간당 24만원꼴의 매출이 발생한 것이다.
영업 종료 시간인 밤 11시까지 이런 추세로 영업이 된다면 하루 168만원, 한달 20일 영업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월 매출은 3360만원이다. 주말에는 오후 2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며 여행 성수기에는 매출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명동 노점들은 지난 6월 서울 중구청에서 노점실명제를 실시하면서 도로점용료를 내고 있지만 매출 대비 세금 부담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구청에 따르면 점용료는 노점의 위치마다 다르지만 1년 기준 최소 60만원에서 최대 130만원이다.
일부 식당가 상인들은 노점상의 행태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백제삼계탕 사장은 “손님들이 노점상에서 음식을 사먹고 식당에 와서 4명이서 2인분만 시켜 맛만 보는 경우가 많다”며 “세금도 없이 상대적으로 편하게 장사를 한다”고 말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노점상 실명제의 목적은 점차 개수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새로운 노점이 들어서거나 기존 상인이 양도를 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말했다.
▲ 노점상을 찾은 관광객들은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이에 노점상들은 불쇼를 하며 요리를 선보이는 곳도 있었다. 거리 곳곳에서 노점상에서 구입한 음식을 먹는 외국인 관광객을 만날 수 있다. ⓒ스카이데일리
메인 거리를 벗어나자 사뭇 다른 모습이 펼쳐졌다. 점심 시간이 지난 명동7길 인근 골목길은 비교적 한산했다. 이모(53·여) 씨는 이곳에서 김치찌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엔저였을 때는 일본인 손님들이 자주 찾아왔다”며 “지금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나는 것 같은데 이곳 식당엔 직장인 손님만 오고 외국인 손님을 발길이 끊겼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인들은 이런 골목길에 있는 작은 식당들도 찾아오지만 중국인들은 큰 식당을 선호한다”며 “대로변에 있는 대형 식당과 노점상은 몰라도 우리는 외국인 특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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