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태민 부부 묘(사진)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유방동 한 야산 일대에 조성돼 있다. 최근 불었던 강풍 탓인지 묘지 앞 화분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묘지가 있는 이 땅의 등기상 소유주 김 모씨는 스카이데일리 단독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입장과는 달리 “내가 실소유주 아니다”고 폭로했다.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산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묘비가 보일 정도로 최태민의 묘는 평지에서 5분 거리인 산자락에 위치했다. 남향이라 햇볕이 잘 들어 얼핏 명당자리라는 것이 느껴진다.
최태민 부부의 봉분 앞에 세워진 묘비에는 그의 자녀 순영·순득·순실·순천 씨 네 자매와 사위 이 모씨·장석칠·정윤회·서동범 씨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또 외손녀 정유연(정유라) 외 7명의 이름도 있다.
최근 심하게 불었던 강풍 탓인지 묘지 앞 화분들은 널브러져 있었다. 현재 최씨 일가가 처한 상황을 알려주는 듯 다가왔다. 반면 묘지는 누군가 관리를 하는 듯 정리돼 있었다. 인근 주민 A(52) 씨는 “가끔 벌초하러 오는 관리자를 본 적은 있지만 그게 최태민의 묘지인지는 기사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등기소유주 김모씨 “김찬경 회장 명의부탁…최태민 부부 묘 사용도 최근에 알아”
최태민 묘지 일대 임야 2000평은 최 씨 자매의 차명 소유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이 임야의 주인은 김 모씨와 박 모씨 이외에 최순실·최순영 자매 등이 가등기 권리자로 등재돼 있는 상태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소유자 중에 한명인 김 씨는 지난 1990년에 6576㎡(약 1989평) 규모 임야를 최초 매입했다. 하지만 김 씨는 실소유주가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스카이데일리는 탐문을 통해 김 씨의 아파트를 찾아가 몇번의 방문 끝에 힘겹게 그를 만나 대화할 수 있었다.
경기 동두천 A아파트에서 만난 소유주 김 씨는 “친족관계인 김찬경이 찾아와서 자신의 가족묘를 사용하고자 하니 명의를 좀 빌려달라고 해서 명의를 빌려줬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최태민 묘로 사용하는지는 최근에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결국 김 씨의 말에 따르면 실소유주가 따로 있다는 얘기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2년 5월 금융위원회가 미래저축은행 퇴출을 발표하기 사흘 전 고객 예금 128억원을 빼돌리는 등 횡령·배임 혐의로 8년형을 받고 구속수감 중이다.
또 김 씨는 최근까지 자신의 명의로 돼 있던 임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명의를 빌려준 후 혜택을 받기는커녕 자신이 지금까지 세금만 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990년에 내 명의가 된 이후 매년 재산세 100만원씩을 내고 있었다. 26년 동안 냈는데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며 “김 사장 구속 이후 김 전 사장과 이혼한 부인 하선희씨와도 전혀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돈 달라는 연락인 줄 알고 전화를 받지 않는 것 같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또 김 씨는 자신에게 걸려있는 채무관계에 대해서도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김 씨에게 걸린 채권최고액은 1994년 5000만원과 2013년 2억원으로 총 2억5000만원이다.
김 씨는 “아까 말했듯이 명의만 빌려주고 별 신경을 쓰지 않아서 전혀 몰랐다. 더 알고 싶으면 김 사장 부인 하씨를 찾아가라”는 말을 남긴 채 아파트 현관문을 닫았다.
명의만 빌려준 땅주인 김 모씨에 최순실 씨 4자매 5000만원 근저당 설정 ‘눈길’
최순실 씨의 언니 최순득 씨 남편인 장석칠 씨와 친구 사이로 알려진 김찬경 전 회장은 최 씨 일가와도 인연이 깊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채석장 개발 등 자신의 부동산사업 자금을 최순득 씨에게 빌려 썼다.
이후 최태민 부부 묏자리도 김 전 회장이 봐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최순실 일가가 이 임야를 차명으로 소유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989년 노태우 정부에서는 육영재단 분규 문제로 최태민 일가 재산을 대대적으로 조사한 바 있다. 당시 조사결과에 따르면 최태민 부부와 최순득·최순실·최순천 등 세 딸 역시 서울 강남 등지에 100억원대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시가로 치면 수천억대에 이른다.
▲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갑구에는 임선이가 사망한 시점(2003년)에 최순영·최순실 외에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전 부인 하선희씨와 동서 박 모씨 등이 매매예약가등기를 설정한 것으로 나온다. 최순영·최순실 자매는 각각 991㎡(약 300평)으로 총 600평의 지분을 가졌다.(사진 위) 을구에서는 최순영·최순득·최순실·최순천 네 자매가 최태민 사망시점인 1994년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을 볼 수 있다. ⓒ스카이데일리
정부에서도 요주의 인물로 관리했던 최태민이 1994년 5월에 사망한 직후 한 달 뒤인 6월 28일 최순영·최순득·최순천·최순실 네 자매는 당시 소유주였던 김 씨의 임야에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김 씨에게 땅을 담보로 5000만원을 빌려준 것으로 나와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2년 최순영·최순실·하선희·박 모씨 등은 김 씨 소유였던 임야에 매매예약가등기를 설정했다. 매매예약은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전 단계에서 ‘예약’을 하기 위한 차원에서 뿐 아니라 금전 대여 등에 따른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활용된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최태민 사망 이후 후계자가 된 최순실씨가 정부의 눈을 피해 부친의 묘지 부지를 차명으로 하지 않았겠나”며 “더군다나 1995년 실시된 부동산실명제를 피해가려고 매매예약과 채무를 설정해 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또 임야의 70%가 김 전 회장 인척(전 부인 및 동서)들의 소유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임야에는 최씨 일가의 묘지만 조성됐다. 이런 부분도 차명 의혹이 일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현재 문제가 된 임야에는 최태민 부부 묘지와 그 위쪽으로는 부친인 독립유공자 최윤성의 묘가 있다. 또 왼쪽에는 의문의 묘가 있는데 현재 누구의 묘인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
용인시 가정복지과 관계자는 “그 봉분에는 비석도 없고 아무런 정보가 없어서 누구의 묘지인지 파악되지 않았다”며 “일단 문제가 된 임야 내에 조성됐기 때문에 시에서도 조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주민들 “2003년 부인 임선이 합장 때 여자들 우루루 몰려와 찬송가 불렀다”
▲ 일곱번의 이름 개명·6명의 부인 등 미스테리한 삶을 살아온 최태민은 나이도 불확실했다. 그간 최태민은 1912년생으로 알려졌지만 비석 옆면에는 1918년에 태어난 것으로 돼 있어 나이까지 속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비석 뒷면에는 최 씨의 자녀 순영·순득·순실·순천씨 네 자매의 이름과 사위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또 외손녀 정유연(개명 후 정유라) 외 7명의 이름도 새겨져 있다. ⓒ스카이데일리
마을 주민들은 본래 최태민 일가의 묘인지 알지 못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45)은 “최태민의 묘지인지는 우리도 기사보고 알았다”며 “최근에 최태민 아들이 묘지를 이전한다고 들었는데, 빨리 옮겨갔으면 좋겠다. 이게 왠 동네망신이냐. 땅값이 내려가면 어떻하냐”며 걱정하는 모습을 내비췄다.
용인시 처인구 유방동 통장 역시 금시초문이라는 눈치였다. 통장 A씨는 “저쪽 최태민 부부 묘지가 있는 라인은 대부분 서울 사람들이 와서 사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 안쪽은 원주민 소유주라 잘 아는데, 그 쪽은 외지인들 토지라 잘 모른다”며 “개인 사유지기 때문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전했다.
최태민 부부의 묘 조성 당시를 기억하는 주민도 있었다. 2001년 유방동으로 이사 왔다는 주민 B(45)씨는 “우리가 이사를 오고 몇 년 지났을 무렵에 저 곳에서 묘 조성을 위한 작업이 한창이었다”며 “거의 마무리가 될 무렵 묻을 때는 여자들이 묘지 앞에 주르륵 서서 찬송가를 불렀던 기억이 난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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