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로는 한양 천도 이후 600여년간 한국 대표 상권으로 발전해왔다. 과거 이곳 일대 만남의 장소였던 종로서적은 풋풋한 사랑이 농익은 젊은 연인들에게 긴장과 설레임의 장소였다. 현재 이곳 젊음의 거리는 고깃집이 많이 성업중이어서 중장년층이 향수를 즐길만한 추억이 저편으로 사라져간 느낌을 준다. ⓒ스카이데일리
태조 이성계는 1394년 한양으로 수도를 옮겼다. 당시 새 도읍지를 총괄 기획한 정도전은 경복궁과 종묘, 사직단 등을 배치한 뒤 종각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4대문을 세웠다. 천도 후 약 20년간 광화문 사거리부터 종로 5가 좌우에는 2천칸이 넘는 종목별 독점 상가 즉 ‘시전’이 빽빽하게 조성됐다.
종로통에 시전이 형성된지 600여년이 지난 2017년 현재 종각역 일대는 여전히 도심에서 가장 활발한 상권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서울 강남 상권이 완전히 자리 잡기 전까지는 젊은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구름처럼 많은 상가가 몰려 있었다는 ‘운종가’의 영화는 570년 이상 지속됐다.
종각역 4번출구 바로 앞에 있는 청소년 및 대학생들의 만남의 장소였던 ‘종로서적’이 있었다. 2002년 종로서점이 문을 닫기 전까지 종각역 상권은 한국을 대표하는 젊음의 거리였다. 지난해 12월 종로서적이란 이름의 새 책방이 다시 문을 연 종로 상권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스카이데일리는 불황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성업 중인 ‘젊음의 거리’(관철동) 일대와 종로구에서 조성한 청진 지하보도 상권을 취재했다.
불황에도 임대료는 계속 오름세 … 대로변 70평 권리금 3억~4억 월세 4천만원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사거리 부근에는 종로타워와 보신각, 대형 은행과 어학원 등이 들어서 있다. 종각역 젊음의 거리는 YMCA관광호텔 건너편 쪽에 있다. 지하철 4번 출구로 나와 120m쯤 걸어가면 초입이 나타난다. 한 때 피아노 건반 모양을 그려 넣어 ‘피아노 거리’로 불렸지만 2009년 젊음의 거리로 이름을 바꿨다.
소상공인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젊음의 거리 상권유형은 복합 지역이다. 즉 주거시설 밀도가 매우 낮으며, 상업 및 업무시설 밀도가 매우 높은 지역으로 강남역 일대가 복합지역에 속한다. 젊음의 거리에서 청계천 방향으로 나가면 대우조선해양빌딩, SKT타워, 미래에셋 센터원빌딩, 시그니쳐타워 등 오피스 지역이 나온다.
또 젊음의 거리에서 종로3가 지역으로 향하면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이 많이 찾는 외국어학원, 유학원이 있다. 그 건너편에는 노년층이 많이 찾는 탑골공원이 나온다. 공원 뒤쪽 일대는 주택상업 지역으로 분류된다.
젊음의 거리와 마찬가지로 세종문화회관 일대 상권도 복합지역으로 분류된다. 두 지역을 비교해 보면 직장인 유동인구는 젊음의 거리 일대보다 세종문화회관 일대가 1만명 가량 많으며 상가업소 숫자는 젊음의 거리가 110여개 정도 더 많다.
상권분석 전문가들은 “젊음의 거리는 직장인 외에 인근 어학원을 다니는 대학생, 취준생 등을 비롯해 외부 방문 인구, 즉 유입인구가 많은 곳”이라고 정의했다. 그만큼 음식점 및 술집의 종류가 다양하고 많다.
상권분석 전문가들은 “젊음의 거리는 직장인 외에 인근 어학원을 다니는 대학생, 취준생 등을 비롯해 외부 방문 인구, 즉 유입인구가 많은 곳”이라고 정의했다. 그만큼 음식점 및 술집의 종류가 다양하고 많다.
나이스비즈맵 상권분석과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젊음의 거리 일대 주요 업종은 호프·맥주집과 고기·곱창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접근성이 좋은 도심에 위치해 주로 약속 후 만나서 술 한 잔 기울이러 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호프·맥주집 매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의 이용 고객은 30~34세 남성(15.1%)이 가장 많았다. 이어 25~29세 남성(12.7%), 35~39세 남성(11.1%), 40~44세 남성(11.1%) 순으로 집계됐다. 고객 중에 남성이 68%에 이르고 40세 이상 중장년층도 40%를 차지하는 상권이다. 젊은 층이 많기는 하지만 젊음의 거리로 붙여진 이름이 다소 어색한 부분이다.
또 이 일대에서 갈비·삼겹살을 파는 고기집 추이를 보면 △2014년 12월 12개 △2015년 6월 12개 △2015년 12월 20개 △2016년 6월 20개 △2016년 12월 11개 △2017년 2월 13개로 나타났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일대의 비슷한 크기의 공간에는 고깃집이 4~6개인데 비해 훨씬 많은 수치다. 사람들에게 꽤 알려진 곳으로는 ‘종로고기집’, ‘하남돼지집’, ‘도네누’, ‘종로황소곱창’, ‘왕십리황소곱창’ 등이 있다.

▲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지난해 이후 고깃집이 줄어들어 대로변의 큰 점포들조차 공실 상태를 꽤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관철동 상권은 임대료가 높기 때문에 임차인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지금은 매물이 쏟아지면서 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인근에서 호프집을 하고 있는 강민성(남·45·가명) 대표는 “불황이라 예전에 비해 손님이 많지 않지만 임대료는 계속 오르고 있으니 걱정”이라며 “젊음의 거리 초입에 위치한 지상 1층 25평 상가가 보증금 3억5000만원에 월세가 3000만원이다. 먹거리 위주로 돌아가는 이 상권에서 부담스러운 임대료”라고 털어놓았다.
이 일대에서 5년째 삼겹살집을 운영하고 있는 방미애(여·52) 대표는 “3년전에 비해 손님이 줄어든 건 사실”이라며 “임대료는 따박따박 올라가는데 예전에 비해 회식 예약도 줄었다. 지금 주변에서 다들 어렵다고 아우성이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인근 D부동산 관계자는 다른 견해를 보였다. 그는 “경기침체가 지속돼 상권에 냉기가 도는 건 어쩔 수 없고, 지금 최저치를 찍은 것 같다”며 “다만 종로상권은 도심의 다른 상권인 강남·홍대에 비해 장사가 잘 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임대료가 높아 들어오지 않을 수는 있지만 그만큼 상권이 활성화된 곳이라는 뜻이다. 임대료를 낼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며 “인근 쌀국수 집은 35평짜리인데 하루 매출이 250만~350만원이다. 이 정도면 임대료를 내기엔 충분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강남·홍대 상권으로 나갔던 사람들도 이곳 상권만한 곳은 없다며 돌아오고 싶어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예전이 워낙 호황이라 지금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이라며 공평 1~4지구 재개발이 완료되면 지금보다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젊음의 거리 상권의 임대료는 70평 기준으로 대로변은 보증금 5억원에 월세 4000만원, 권리금은 3억~4억원 정도로 형성돼 있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30평 기준으로 보증금은 1억5000만원, 월세는 1200만원, 권리금은 2억원 안팎이다. 상권 중심에서 벗어난 외곽에서는 25평 기준 보증금 1억원에 월세는 800만~900만원, 권리금은 1억~2억원 사이다.
광화문과 종로 잇는 지하 통로 ‘청진 지하보도’ 아직은 상권 활성화에 영향 ‘미미’
지난해 5월 말 종로구에서 조성한 청진 지하보도가 개통됐다. 2011년부터 추진된 ‘청진구역 지하보도 설치 및 지상보도 개선사업’은 노후화된 도시기능을 회복하고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한 ‘도시환경 정비사업’의 일환이다.
5호선 광화문역에서 1호선 종각역은 직선거리로 약 500m에 불과하지만 좁고 평탄하지 못한데다 횡단보도를 여러 차례 거쳐야 해 걷는데 불편했다. 이에 종로구는 지상 보행 환경을 개선하고 지하보도를 구축했다.
현재 지하보도는 청진구역 1, 2·3, 5, 8, 12~16지구만 건설돼 광화문역에서 종각역까지 한 번에 갈 수는 없으나 앞으로 단번에 걸어갈 수 있는 지하 보행로를 만든다는 게 종로구의 최종 계획이다.
청진 지하보도는 사업비 586억원 전액이 민간 투자로 이뤄졌다. 광화문역과 연결된 지하보행로는 약 240m, 면적 2827㎡ 규모로 광화문역에서 KT(신관) 지하 1층, D-타워 지하 1층을 거쳐 종로구청과 청진공원까지 연결됐다.
▲ 지하철1호선 종각역과 연결된 지하 보행로는 약 350m, 면적 900㎡ 규모로 그랑서울 출입구를 거쳐 타워8 빌딩 지하 1층과 연결된다. 그랑서울과 타워8 빌딩 지하 1층에 조성된 보도에는 식당과 카페 등이 들어서 지하 상권을 이루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종각역과 연결된 지하보행로는 약 350m, 면적 900㎡ 규모로 그랑서울 출입구를 거쳐 타워8 빌딩 지하 1층으로 이어진다. 현재 그랑서울과 타워8 빌딩 지하 1층에 조성된 보도에는 식당과 카페 등이 들어서 지하상가를 이루고 있다.
종로구는 지상, 지하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입체적인 보행 동선을 조성해 주변 상권을 활성화하고 광화문광장, 경복궁, 인사동 등 관광명소를 하나로 묶는 게 이 사업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종로구 의도와는 달리 거대 상권이 형성되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J부동산 관계자는 “처음 지하보도가 개통돼 여러 음식점이 들어서자 호기심에 반짝 했지만 지금은 다른 상권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상권 내 식당들의 테이블단가가 젊음의 거리보다 5000~7000원 정도 비싸기 때문에 방문객의 수준이 좀 다르고, 밤 10시쯤 되면 인적이 끊긴다. 하지만 주말에는 사람들이 많이 방문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상권 내 식당들의 테이블단가가 젊음의 거리보다 5000~7000원 정도 비싸기 때문에 방문객의 수준이 좀 다르고, 밤 10시쯤 되면 인적이 끊긴다. 하지만 주말에는 사람들이 많이 방문한다”고 전했다.
특히 청진 지하보도가 광화문역부터 종각역까지 한번에 연결된 상황이 아니라 지하보도 조성으로 젊음의 거리 상권을 활성화시키지 못했고 오히려 본래 있던 상권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스카이데일리가 그랑서울 지하와 타워8 빌딩 지하에 조성된 상가를 방문했을 때, 평일임을 감안하더라도 붐비는 상태는 아니었다. 오후에는 주로 노년층이 추위를 피해 카페를 이용하고 있었으며, 저녁이 되자 퇴근한 직장인들이 몰려 나왔지만 그 수가 젊음의 거리 보다 많지는 않았다.
오후 시간에 친지들을 만나기 위해 아이스크림 가게 ‘구스띠모’에 들른 김영갑(남·72) 씨는 “바깥이 춥다보니 지하로 자주 내려 온다”며 “특히 (종각)역하고 연결돼 있어 오기 편하다”고 밝혔다.
퇴근하고 청진 지하보도에 있는 카페 ‘브리오슈도레’에 방문한 직장인 심소현(여·34·가명) 씨는 “회사가 이 건물에 있다”며 “가까워서 오기 편하다. 하지만 식당 단가가 높은 편이라 자주 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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