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 종로타워 일대는 과거 화신백화점, 종로학원 등으로 상권이 활기를 띄면서 거리는 강남 메인거리보다 북적거렸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 이 일대는 현대식 빌딩 신축공사 등의 개발여파로 침체기를 맞았다. ⓒ스카이데일리
종각역 3번 출구 앞 종로타워가 들어선 공평동 70번지는 국내 최초의 백화점인 화신백화점이 있던 자리다. 전쟁 후 국내 최고 재벌로 부상한 박흥식(1903~1994) 소유의 화신백화점은 설립 56년만인 1987년 2월 문을 닫았다.
화신백화점 뒤켠에는 1980년대 초중반까지 대형 대입 단과학원이 몰려있어 청소년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국내 최초의 재수 종합학원인 종로학원도 1979년까지 부근에 있었고 대로변에는 YMCA, 주변과 맞은편에는 공무원 학원, 성인 어학원 등이 즐비했다.
그로 인해 1980년대에는 젊은 인파를 헤치며 앞으로 나아가야 했을 정도로, 지금의 강남 메인거리 보다 더욱 북적거렸다.
그러나 정부가 경기고 휘문고 서울고 등 4대문 안에 있던 명문고를 대부분 강남으로 이주시킴에 따라 1970년대 공동학군 시대가 지고, 1980년대 중후반엔 변방이었던 8학군 강남 일대가 뜨기 시작했다. 더불어 국내 단과학원 1번지였던 구 화신 일대 또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최근 몇년 동안 구 화신, 즉 종로타워와 YMCA 뒤쪽 일대의 상권은 빌딩 신축 공사 등으로 인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00대 상권 시리즈를 연재 중인 스카이데일리는 네번째로 종각역세권, 그 중에서도 첫번째로 지금은 고전 중이지만 향후 변화가 주목되는 종로타워 일대를 취재했다.
빌딩 신축공사, 김영란 법 영향 한식집 작년 35군데서 8곳만 남아
보신각 건너편, 인사동 상권과 경계를 이루는 종로타워-YMCA 빌딩에 이르는 권역은 대형 오피스 상권 형태를 띄고 있다. 이 일대에는 음식·서비스와 도소매 업소 총 100여개 점포가 자리잡고 있다.
주말에는 인사동을 구경하다 넘어온 손님들이 많지만 평상시 주 고객인 직장 인구수는 약 5400여명에 불과하다.
나이스지니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직장인구 현황은 여성이 62.44%(3367명)로 남성 38.13%(2056명)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직장인구 분석 결과 30대가 가장 높았다. 연령대별 인구 비중은 △20대 18.02%(972명) △30대 35.09%(1892명) △40대 26.13%(1409명) △50대 13.17%(13.17%) △60대 이상 7.59%(409명)로 집계됐다.
근래에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변화로는 한식·백반·한정식 매장수가 지난해 6월 이후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이 상권에는 과거 전국구로 불리던 몇몇 한정식집도 있었다.
소상공인 시장진흥공단의 상권분석 시스템에 따르면 한식·백반·한정식 업종은 △2014년 12월 31개 △2015년 12월 32개 △2016년 6월 35개였지만 2016년 12월에는 불과 8개만 남아있다.
한식·백반·한정식 업종의 월평균 매출액은 지난해 12월 기준 약 4400만원으로 인근 주요 상권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한번 결제 때 이용 금액을 뜻하는 건당 매출액은 3만9727원을 기록해 주요 상권의 평균치인 4만2589원 보다 다소 낮았다.
매장수 급감과 관련해 상인들은 “음식점 주변에 대규모 빌딩 재건축 및 지역 개발 공사와 김영란 법 등으로 인해 고객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매장들이 장사를 접었다”고 설명했다.
“얘들아 20년 전 엄마 단골집이야” … 자녀들과 함께 방문하는 추억의 카페와 맛집
서울 YMCA 관광호텔이 자리 잡은 대로변을 따라 걷다보면 우리은행 우측으로 골목이 보인다. 안으로 들어서면 바로 먹자 골목이 펼쳐진다. 초입에서 눈길을 끄는 음식점은 바로 1990~2000년대 초반 카페 열풍을 몰고 온 ‘민들레 영토’다.
문화공간을 표방했던 카페 민들레 영토는 1994년 기독교 문화계의 거장 지승룡 목사가 신촌 기차역 인근 무허가 건물에서 영업을 시작한 게 시초가 됐다. 한국형 카페의 상징으로 떠오른 이후 기업형 카페로 성장해 주목 받았다.
민들레영토 종각역점 이상호(60) 대표는 월드컵 응원으로 길거리가 북새통이었던 2002년부터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종로타운-YMCA 상권 일대는 전환기를 맞았다. 종로타워 상권과 인접한 인사동 그리고 외곽인 북촌이 확장되면서 변화의 물결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 한 때 카페시장에서 열풍을 일으킨 민들레영토는 종각역 대로변에서 15년 째 운영중에 있는 명소로 꼽힌다. 이상호 민들레영토 대표는 현재 남아있는 종각역 3번 출구 이면도로 상권의 70~80%는 현재 죽어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스카이데일리
먼저 광화문 광장 옆 교보빌딩 인근 상권이 먼저 개발된 후 점차 피맛골 메인 지역인 청진동 일대 쪽으로 재개발이 이어져 이제 뒷골목은 사라지고 대형 건물이 꽉꽉 들어섰다. 이제 개발의 바통은 종로타워 뒤편 특히 옛 공평빌딩 쪽이 이어받았다.
이 대표는 “현재 남아있는 종각역 3번 출구 이면도로 상권의 70~80%는 현재 죽어있는 상태다”며 “도시화 등의 이름아래 골목상권이 떠밀린 상황이다”고 전했다.
교보 옆에서 출발해 종로 6가까지 이어졌던 피맛골 상권이 군데 군데 끊어지고 사라져 가면서 고객들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대학교 00학번인 한 고객은 자녀를 데려와 “이곳이 20년 전 엄마가 자주 들르던 단골집”이라고 소개하면서 이 대표에게는 “절대 문을 닫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지금도 가끔씩 40대~60대 고객들의 향수어린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과거에는 인사동 등에서 식사나 회식을 마친 2~3차 고객 10여팀이 여기로 몰려왔다면 현재는 2~3팀으로 줄었고, 오피스 공동화에 따라 매년 가게 매출이 지난해 보다 20~30%나 줄었다”고 설명했다.
고객들 눈길을 끌만한 콘텐츠, 시설 등이 없다보니 한계에 부딪혔고, 인근에 들어선 프랜차이즈 카페로 인해 경쟁이 심화되자 민들레영토마저 음식을 팔며 버텨나가고 있다.
이 대표는 “과거에 20~30% 수익이 나면 대박이고, 10% 수익이 발생하면 정상 운영이 가능한 정도였다”며 “지금 매출은 과거 전성기 시절의 임대료 수준에 그치고 있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지 걱정이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이 상권에서 창업하기 위해서는 특화된 아이템이 아니면 매장 운영이 힘들 것이다”고 덧붙였다.
먹자골목에서 터줏대감격인 호프집 ‘CAR 1B HOF’ 배연희(67·여) 대표는 이 곳에서 30년 째 가게를 운영해오고 있다. 과거 종로 일대 곳곳은 만남의 장소이어서 택시 잡기 힘들 정도로 인파로 북적였다.
배 대표에 따르면 10~20년 전만해도 종로 일대는 성인 어학원 등이 밀집해 젊은층이 많았고, 2002년 월드컵 당시까지만 해도 종로 2~3가는 응원을 나온 사람들로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 종로타워 일대 상권은 화신 맛의거리 정비 및 빌딩 신축 공사 등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왕창골뱅이, 전주집 등 일부 상인들은 향후 상권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췄다. ⓒ스카이데일리
배 대표는 “맞은편에 약 2년 동안 운영해온 한식집이 망해 가게를 접고 나갔고, 3~4개월 전 육개장 가게가 문을 열었다”며 “종로 상권의 옛 명성에 기댄 창업한 이들이 다수 있으나 장사가 어려운 실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근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직장인들이 음식값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현재 주요 고객은 30~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섞여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곳곳에 빌딩 신축공사 중인 과도기… 상인들 밀려나거나 버티기로 속앓이
종로타워 윗쪽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일부 상인들은 이 지역 ‘화신 맛의 거리’ 정비, 건물 공사 등이 진행됨에 따라 향후 전망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내놓기도 했다.
종로타워 옆 골목으로 올라가면 나오는 인사동3길 ‘화신 맛의 거리’는 지난 2009년 종로구 대로변에 난립해 있던 600여개 노점들을 정비하기 위해 조성된 특화 거리인데 45명의 운영자가 영업을 해왔다. 종로구와 노점상 측의 협상에 따라 2013년 소단위 맞춤형 정비가 진행 됐으며 아직까지 점포가 입점하지 않은 상태다.
또 종각역 3-1번 출구 윗쪽에는 공평구역 1·2·4지구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 2014년 5월 시작된 공평동 5-1번지 일대 도시정비사업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내년에 빌딩 신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 구역에는 22층, 26층 등 2개동 규모 업무시설이 들어선다. 공사로 인해 일부 상인들은 밀려나 다른 곳으로 이동했으며 공사 소음, 진동 피해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공사현장 바로 맞은편에서 왕창골뱅이를 운영 중인 탁계숙 대표는 “상권이 활기를 띄던 당시에는 가게에서 직원 여러 명을 채용할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며 “지금은 가족끼리 운영해나가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건물 두 동이 기업에 매각된다고 들었는데 어느 기업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며 “기업이 입주하면 유동인구가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다들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며 기대감을 내비췄다.
25년 된 전주집 대표도 “지금은 과도기이지만 유동인구가 늘어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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