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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초]-김기남 소장(서울시립 이동청소년쉼터)

“가출 아닌 탈출 청소년 미래 지키는 파수꾼이죠”

어려운 가정 형편 딛고 ‘청소년 지키미’ 등극, 발로 뛰는 현장전문가 호평

정유진기자(jungyujin718@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06-01 00: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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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남 서울시립 청소년이동쉼터 소장(사진)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이동형 청소년 쉼터 버스를 운용하고 있다. 이동쉼터로 불리는 이곳의 이용자 대부분은 가출 청소년들이다. 가출 청소년들은 이동쉼터에서 책을 읽고, 보드게임을 즐기는 등 심신의 상처를 치유한다. ⓒ스카이데일리
 
“거리 위로 떠밀리듯 도망쳐 나온 청소년에게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응급실’이 필요해요. 서울뿐 아니라 지역별로 갖춰져야 하고요. 청소년 쉼터가 아이들의 응급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해요. 저는 그곳을 지키는 파수꾼이죠”
 
서울시립 청소년이동쉼터(동북·동남권, 이하·이동쉼터) ‘너를 위한 작은별’을 이끌고 있는 김기남(45) 소장은 관련 분야에서는 이미 유명인사로 평가된다. 그는 현재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김 소장이 이끄는 이동쉼터는 단어 그대로 이동하는 청소년 휴식 공간이다. 이동쉼터라는 이름답게 버스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진로 및 심리 상담부터 가출이나 위기 상황에 처한 청소년에게 중·장기 쉼터시설 소개까지 청소년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쉼터는 요일마다 찾아가는 곳이 다른데 화요일은 거여역, 수요일은 신정네거리역, 목요일은 신림역, 금요일은 천호역, 토요일은 장지역 등에서 운영한다. 김 소장을 비롯한 4~5명의 자원봉사자들은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각종 편의시설을 마련해주고, 필요에 따라서는 상담도 진행한다.
 
어려운 가정 형편 딛고 현장 누비는 이동쉼터 분야 손꼽히는 전문가 등극
 
청소년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던 김 소장은 1993년 명지대학교 청소년 학과에 진학했다. 당시 사회 전반적으로 청소년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정책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명지대학교 역시 이에 발맞춰 1992년 국내 최초로 청소년 학과를 신설했다. 김 소장은 그곳에 두 번째 기수로 입학한 셈이다.
 
하지만 대학 진학 후 집안 사정이 어려웠던 그는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군대에 다녀온 뒤 유흥업소 웨이터로 2년을 일해 어느 정도 돈을 모으고 나서야 학교에 복학할 수 있었다. 그는 학과 사무실에서 청소년쉼터 자원봉사자를 뽑는다는 말에 지원하면서 청소년 복지에 첫 발을 내딛었다.
 
“청소년쉼터 자원봉사자 지원이 청소년들과 만날 수 있었던 첫 번째 계기에요. 당시 여자 구로청소년쉼터(현·금천청소년쉼터)를 갔죠. 나이차가 별로 안나는 대학생이니까 애들하고 소통이 원활할 거라는 기대감을 내심 가지고 있었죠. 하지만 생각과 달리 적응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학생들한테 무시도 당하고 왕따도 당하던 어느 날, 제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 일이 있었어요. 저하고 처음 상담했던 친구인데, 봉사활동 마지막 날 무뚝뚝했던 평소와 달리 ‘선생님 이제 언제봐요’라며 눈시울을 붉히더라고요. 그 일을 계기로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됐어요”
 
 ▲ 김기남 소장(사진)은 지난 2006년부터 가출 청소년들을 발굴하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이동쉼터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대학시절부터 수년간 수련관과 쉼터 등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정서적 안정감을 찾도록 도와준다. 사진은 이동쉼터를 찾은 청소년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김기남 소장 ⓒ스카이데일리
 
남다른 애정을 갖고 청소년들을 대했던 김 소장은 대학교 4학년부터 해당 쉼터에서 팀장을 맡았다. 졸업 후에는 쉼터 선생님의 권유로 청소년수련관 정직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처음 그가 맡은 업무는 수익사업팀에서 식단을 관리하는 일이었다.
 
처음 식수 인원이 80명이었는데 나름대로 아이들의 입맛에 맞게 식단 프로그램을 준비하다 보니 나중에는 아이들이 120명까지 늘었다. 하지만 김 소장은 수련관 업무가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수련관에서는 사무직이나 기획 일을 맡았는데, 청소년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수련관과 쉼터의 차이는 커요. 수련관은 주로 단체 아이들과 할 수 있는 활동 사업을 하죠. 쉼터는 가까운 곳에서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고요. 그래서 지난 2002년 서울청소년수련관을 퇴사 한 뒤 쉼터와 수련관 등을 전전했어요. 그러다 마침 금천구청쉼터에서 이동형청소년쉼터 팀장 제의가 들어와 하던 일을 멈추고 바로 뛰어 들었죠”
 
당시 서울시에서 국내 최초로 청소년을 위한 버스형 이동쉼터를 만들었다. 운영방침을 세우기 위해 1년 간 교수 및 현장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일시 쉼터, 중·장기 쉼터, 프로그램, 운영 방침 등을 조사·연구했다. 그리고 이동쉼터 팀장을 맡아 2006년부터 4년간 청소년들의 어려움 해소에 공 들였다. 물론 순탄치만은 않았다.
 
“청소년들을 만나는 행복이 한창 무르익을 찰나에 문제가 생겼어요. 국회 토론회에 참석했는데 사회복지 분야와 쉼터 분야가 마찰을 빚고 있었죠. 토론에서 제가 한 이야기가 주무부처였던 서울시 담당 팀장에게 왜곡돼서 전달됐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이동쉼터 운영이 어려워졌는데, 저는 꼭 제가 아니어도 좋으니 원래대로 운영 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 후 그곳을 나왔죠”
 
이동쉼터를 떠난 이후 김 소장은 2012년 은평청소년수련관에서 ‘청소년 카페CEO’를 처음 구상했고 국내 최초로 진로박람회도 구현했다. 현재 교육청 진로 교육 사업 ‘청진기’가 당시 은평청소년수련관에서 그가 진행했던 사업을 본 따 만든 것이다. 그는 2013년 대학 시절 인연을 맺은 교수님의 요청으로 인터넷꿈희망터 재단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또 한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신기하게도 서울시가 이동쉼터를 하나 더 늘린다며 위탁사를 모집 했어요. 다시 기회가 찾아 온 거죠. 열심히 PPT 발표를 하러 갔는데 앞서 이동쉼터 활동을 할 때 사이가 소원했던 사람이 심사위원으로 앉아있었어요. 그런데 그분이 ‘저 사람이 이동쉼터 분야에서는 최고에요’라고 평가해준 덕분에 현재 동남·동북부 이동쉼터 소장을 맡게 됐죠”
 
거리 위 청소년들 활동 동선은 전국 방방곡곡…“마음의 상처 치료 응급실 시급”
  
 ▲ 김기남 소장(사진)은 청소년 쉼터는 국가 주도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출 청소년들이 전국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어떤 지역에서라도 보호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스카이데일리
 
김 소장은 이동쉼터를 운영하면서 가출 청소년들이 전국을 배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서울 지역 가출 청소년이 지방으로 이동하거나, 지방에 거주하는 가출 청소년이 서울로 오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는 가출 관련 전문가들은 지역 쉼터에 오는 아이들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전국의 가출 청소년을 상대해야 하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문제를 일으키는 청소년이 가출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어른들은 가출 청소년을 ‘문제아’라고 단정 지을 뿐 도우려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거리로 내몰린 청소년 중에는 가정학대, 방임 등의 문제로 집에 돌아갈 수 없는 경우도 많아요. 가출이 아닌 탈출인 셈이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출 청소년에 대한 복지적 접근이 꼭 필요해요”
 
김 소장은 이동쉼터를 운영하면서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가출 청소년들을 다수 만났다. 아버지에게 망치로 맞다 도망친 남학생, 가족으로부터 성폭행 당한 여학생 등 어린 나이에 감당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을 겪은 청소년들이 많았다. 김 소장이 거리에서 명함을 수십만장씩 뿌리며 아이들을 돕기 위해 나서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출 청소년이 겪는 위기는 가출한 이후에도 계속되죠. 여학생들의 경우 조건만남 등 불법 성매매에 빠져들 우려가 커요. 채팅앱 등을 통해 여학생들이 ‘저 재워주세요’ 올리면 성인 남성들이 연락을 하죠. 여학생들은 만나는 시간을 계산해 돈을 받아요. 저희는 채팅앱을 통해 성매매의 길로 빠져든 여학생을 만나 쉼터로 데려가요”
 
“가출은 모든 문제의 복합체에요. 집을 나왔다는 하나의 문제로 보는 관점을 바꿔야 해요. 특히 학교 밖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집을 나온 아이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곳. 즉 ‘응급실’이 지역 마다 꼭 필요해요. 응급센터는 지역별로 갖춰져야 하는 시설이잖아요. 청소년 쉼터도 마찬가지에요”
 
김 소장은 청소년 쉼터 운영은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게 원칙이며, 차선책으로 지자체의 관리라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역 단위별로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가출 청소년을 찾아다니는 이동쉼터와 잠시나마 머무를 수 있는 단기형 쉼터를 각각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정권 출범 이후 가출 청소년 관련 정책들의 국회 논의가 본격화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요. 얼마나 구현될지는 모르겠지만 전 끝까지 필요성을 외칠 계획이에요. 저출산 시대라며 한숨 쉴 게 아니라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을 잘 키워내 사회에 복귀 시키는 것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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