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성들이 참정권을 획득한 지 70여년이 흘렀다. 그 사이 대한민국은 급속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해 선진국 문턱에까지 다다랐다. 경제 외에 문화, 정치 등 다양한 방면에서도 외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특히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향상됐다. 과거 우리나라는 조선왕조 600여년 기간 동안 유교주의적 사상 아래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여성들에 대한 편견의 시선이 완벽하게 사라진 것은 아니다.특히 정치활동을 하는 여성에 대한 편견은 더욱 심한 편이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정치참여에 나선 여성들은 늘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혔다. 소위 말하는 ‘유리천장’을 깨뜨리기란 쉽지 않았다. 올해 초 대한민국 첫 여성대통령이 탄핵된 이후로 유리천장은 오히려 더욱 공고해진 분위기다. 스카이데일리가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여성 정치인에 대한 인식과 그 배경, 앞으로의 발전 방향 등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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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운전자를 일컬어 ‘솥뚜껑이나 운전하라’는 이야기는 이제 옛말이 됐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여성들도 사회의 주체로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시대를 맞고 있다. 한국은 8·15 해방 후인 1948년 7월 17일 제정·시행된 헌법에서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했다. 헌법 제8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률 앞에 평등하며 성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1958년 1월 25일 공포된 ‘민의원 의원선거법’과 ‘참의원 의원선거법’ 등을 통해 여성은 민의원과 참의원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갖게 됐다. 여성이 남성과 대등한 공법적 지위를 갖게 됐음을 의미한다. 이후 여성들의 활동 분야는 확대됐고 정치 참여 또한 이전에 비해 활발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여성들의 정치 참여는 유럽 등 선진국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한국과 비교해 유럽은 많은 여성들이 정계로 진출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달 8일 치러진 총선에서 650명 중 208명의 여성의원이 당선됐다. 전체 의석의 32%에 달하는 수준이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달 18일에 치러진 총선에서 총 577명 중 223명의 여성의원이 당선됐다. 여성의원 비율이 전체의 3분의 1을 넘어선 셈이다.
그나마 위안되는 사실은 우리나라도 정계에 진출하는 여성의 수가 점차 증가는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부적으로 제15대 총선에서는 9명의 여성 국회의원이 당선됐다. 이후 △16대 16명 △17대 39명 △18대 41명 △19대 47명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20대 총선에서는 처음으로 50명을 넘긴 51명의 여성 국회의원이 탄생했다.
정치권과 각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여성의 정치 참여와 정계 진출 등을 위한 다양한 활동과 법안 등이 마련되고 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실제로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여성 참정권 획득 이후 여성 정치 참여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또한 여성들의 정치 참여를 늘리는 해법으로는 ‘사회적인 분위기 형성’이 우선적으로 거론됐다.
“여성 정치 참여, 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법제화 요구 목소리
김민주(23·여) 씨는 “여성도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는 주체다”며 “여성이 사회에 관심을 갖고 활동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여성들이 선거기간에만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 안 된다”며 “선거 후에도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정치권의 동향을 항상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진희(24·여) 씨는 “남성보다 능력이 떨어진다는 선입견도 여성의 정치 참여를 제약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며 “현실적인 요소인 나이, 결혼 등도 여성들의 정치참여를 가로 막는 사회적 편견들이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여성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활동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의 정치 참여를 늘리기 위해 ‘법제를 통한 여성의 정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양금희 한국여성유권자연맹 회장은 “우리나라는 대부분이 남성(위주) 정당이기 때문에 인식, 경험, 자금 등의 측면에서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크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약자인 여성 의원 비율을 법제화 해 정치에 깊이 관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양 회장은 “정당법에 명시된 여성 공천 30% 위반에 따른 공천 효력 가처분 신청 등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회의원 17%, 광역자치단체장 0% 등에 머무르고 있다”며 “여성 정치인 할당제가 권고사항이지 강제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각 의원 및 정당은 책임감을 갖고 차세대 지도자를 키우는 일을 해야 한다”며 “특히 여성 지도자를 육성하는데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들 역시 정치 참여 위한 능력 갖추는 노력 기울여야”
법제화를 통해 여성의 정치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과 더불어 여성들 역시 정치 참여를 위해 각종 능력을 갖추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막강한 권리가 주어지는 만큼 능력을 갖추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문성희(가명·22·여) 씨는 “여성의 정치 참여가 높아지는 것에 대해 찬성하지만 맹목적이 법제화는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제화를 통해 여성의원의 비율이 정해지면 검증되지 않은 인물들도 의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능력이 검증되는 과정은 필수적이며 검증받은 능력을 (바탕으로) 남성들과 경쟁해서 이겨야 진정한 여성 정치 참여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성준(가명·29·남) 씨 역시 “여성의 정치 참여는 환영하지만 무분별한 여성의원 할당제 등 법제화 문제에 대한 선제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여성의 정치 참여가 늘어나는 것은 나라가 바람직하게 가고 있다는 증거다”며 “더 많은 참여가 있을 수 있도록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하지만 무엇보다 여성들이 그에 합당한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무분별한 여성의원 할당제는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며 “법제화도 좋은 방법이지만 사회적인 합의와 정치적 능력 배양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는 능력 확보를 선행한 후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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